[사라진 청년, 사라질 제주](중) 내부 갈등-운영 부실, 화려했던 과거 사라진 지 오래

센터 내 폭언과 갑질 논란, 정치 조직화 지적으로 논란인 제주청년센터와 민간위탁 이후 직원 대거 퇴사가 이뤄지며 운영 부실 지적이 일고 있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제주도 청년 정책 실현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기관의 운영 방향은 당초 계획과 많이 틀어져 있으며, 정체성마저 애매모호 하다. 지역사회 뿌리인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을 위한 기관들이 소모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웃픈 현실이다. [제주의소리]는 세 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두 기관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살펴본다. 

제주도의 청년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한 전국 각지 청년정책 입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었’다. 

제주청년센터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전국 우수사례로 소개되며 인천, 대전, 창원, 청주 등 굵직한 도시들의 방문으로 대한민국 1% 제주의 자존을 세우기도 했다. 

도내 청년 인재 산실이자 전국 최초 청년혁신모델로 평가받은 제주더큰내일센터도 벤치마킹 1순위로 꼽히며 타 시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년다락을 비롯한 청년활동 공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해 온 청년센터와 청년 인재를 양성하고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든 더큰내일센터의 공을 더해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청년친화헌정대상 종합대상’을 4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청년정책을 매해 확대하고, 청년 참여를 이끌기 위해 다양한 활성화 방안과 청년 공간을 마련하는 등 청년들을 위한 정책과 입법, 소통 등을 활발히 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두드러진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고 지적만 남았다. 기관의 정치화, 내부 분열, 근무 태만, 부실 운영 등 수두룩한 문제 속 빛나는 제주는 멀어지고 있다. 

제주청년센터와 제주더큰내일센터가 대내외적인 지적을 잇따라 받고 있는 가운데 기사 내부 댓글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청년센터와 제주더큰내일센터가 대내외적인 지적을 잇따라 받고 있는 가운데 기사 내부 댓글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 내부 파벌 싸움, 직원 물갈이에 전문성 잃어가는 ‘청년센터’

지난달 16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가 제주도를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한권 의원(일도1·이도1·건입동)은 청년센터 갈등 문제를 직격했다.

한 의원은 내부에서 빚어진 충돌 문제를 언급하며 “센터 직원 간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센터가 불미스러운 언행과 충돌로 엉망이 돼가는 데도 이유를 명확히 듣지 못한다는 것은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제주도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청년센터에 대한 공기관대행사업 지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손을 놓고 있는 동안 결국 피해는 청년들만 보게 된다”며 “당장 지도점검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감사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센터는 민선 8기 도정이 출범하면서 모든 직원이 물갈이됐다. 항간에 나돌던 선거공신 채워 넣기 인사라는 뒷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업무 연속성이 사라지면서 전문성이 뒤처진다는 지적은 뼈 아프다.

이 와중에 직원 간 갈등이 시작되면서 협업체계는 사실상 붕괴된 것과 다름없게 됐다. 센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는 “기안을 올려도 잘리는 일이 일상화 됐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청년센터에 오영훈 캠프 선거공신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정치 조직화 돼 파벌 싸움이 잦고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직원이 업무시간에 정당 행사에 참여했다는 증언까지 들려온다.

행감에서 한 의원이 언급한 물리적 충돌은 갈등 사례를 보여주는 끝판왕이다. 이 사건은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가 면박을 당한 한 직원이 상대방에게 물리력과 위압감을 행사한 건으로 알려진다.

피해자는 정신과 심리상담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이 심화되자 청년센터 담당 부서는 상황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폭언을 비롯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심심찮게 있었다는 말도 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심지어 차기 센터장 인선 이야기도 흘러다닌다. 

관련해 센터장은 “직원 간 갈등과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사화되지 않은 사건이나 욕설, 막말 등은 문제삼지 않고 자체 해결하려 했다. 이는 센터장의 판단 미스로 책임과 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조직이 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견해의 차이가 있겠지만,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부정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센터장이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는 수긍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3~2017년 4077명에 달하던 청년 순유입 인구는 2018~2022년 76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주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유출 현상도 또렷해지고 있다. 청년이 사라지면 제주의 미래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3~2017년 4077명에 달하던 청년 순유입 인구는 2018~2022년 76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주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유출 현상도 또렷해지고 있다. 청년이 사라지면 제주의 미래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

 # 민간위탁 이후 만족도↓, 정원 미달 ‘운영 부실’ 지적 더큰내일센터

더큰내일센터 역시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달 17일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강연호)가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고태민 의원(애월읍갑)은 총체적 부실 운영이 우려된다며 실태 파악과 지도감독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오영훈 도정은 교육프로그램 고도화와 선진화,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민간위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큰내일센터는 올해부터 민간위탁으로 전환됐다.

고 의원에 따르면 더큰내일센터는 민간위탁이 시작된 올해 상반기 탐나는인재 8기 교육훈련 만족도 조사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3.27점이라는 역대 최저 점수를 기록했다. 앞선 6~7기수가 평균 4점대인 것을 고려할 때 크게 떨어진 수치다. 

경쟁률 역시 앞선 기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모집 정원(75명)도 채우지 못한 채 교육을 시작하는 결과를 낳았다. 6기 때는 5.2대 1을 기록할 만큼 치열했지만, 민간위탁 8기 경쟁률은 2.2대 1 수준에 그쳤다.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인 기업들의 참여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237개 기업이 647명의 실습-인턴십 인재를 요청한 것과 달리 올해는 141개 기업이 278명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고 의원은 “센터장 포함 총원이 18명인데 올해만 10명이 퇴사하는 등 조직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며 “수료생 커뮤니티 관리나 청년 프로그램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수당 지급 프로그램마저 선착순 방식으로 모집하는 등 사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위탁으로 전환된 올해 퇴사자는 △2월 1명 △3월 3명 △4월 2명 △6월 1명 △8월 3명 등 모두 10명이다. 퇴사에 따른 입사자는 7명이다.

고 의원은 “민간위탁을 통해 조직 운영을 안정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 운영 부실은 심각한 문제로 철저한 관리감독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보장제를 통해 모든 청년이 소외되지 않고 빠짐없이, 청년 스스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희망사다리’를 제공하겠다는 제주도. 5년간 117개 과제에 5522억원을 투입한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파벌 싸움에 직원들은 등 터지고 업무 연속성,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프로그램 운영은 허덕거리며 겨우 이어가는 현실이다. 청년을 위한 기관들이 방황하는 사이 제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제주를 떠나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 기관이 필요한 이유는 ‘청년’들에게서 미래 희망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다락의 경우 지적도 잇따르지만 청년학교를 비롯한 활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을 위한 소통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제주도는 갖은 문제 지적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청년다락 기능을 개선, 청년 공간이라는 제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에 나설 예정이다. 청년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진행해 제대로 된 청년정책 전달기관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청년정책을 펼칠 기관들에 대한 지도점검과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건 비단 의원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청년이 없으면 제주의 미래가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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