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행사 모델 제시...지역문제해결플랫폼으로 주민 간 협력 성사

11일 열린 감탄장 시즌2. 다회용기를 든 참가자들이 행사장인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앞에 길게 줄을 이루고 있다. ⓒ제주의소리
11일 열린 감탄장 시즌2. 다회용기를 든 참가자들이 행사장인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앞에 길게 줄을 이루고 있다. ⓒ제주의소리

11월의 두 번째 토요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사람들의 손에는 텀블러와 장바구니, 숟가락 젓가락과 다회용기가 들려 있었다. 비건 음식들을 조심스레 담고, 커피를 텀블러 안에 채워놓았다. 깜빡해서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빌려 쓰는 그릇들도 준비됐다.

‘일회용 쓰레기 없는 축제’ 감탄장 시즌 2의 풍경이다.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획됐다. ‘환경보호? 행사장은 어쩔 수 없어!’라는 편견에 던지는 축제다.

행사장 한 켠에는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있다. 친환경 세제와 수세미를 사용해 적당량의 물을 사용해 식기를 닦아냈다. 직접 설거지를 할 수도 있고, ‘설거지 원정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설거지원정대는 행사장에서 일회용 식기나 컵 대신 다회용품을 순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 설거지 시스템을 제작했다. 이미 2023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 제주음식영화축제, 친환경우리농산물 급식 한마당에서 선을 보였다.

11일 열린 제주 감탄장 시즌2 현장. 셀러들이 제공한 다회용기를 이용한 축제 참가자들은 직접 설거지에 나섰다. 친환경 세제와 수세미를 활용해 꼭 필요한 양의 물만 사용했다. ⓒ제주의소리
11일 열린 제주 감탄장 시즌2 현장. 셀러들이 제공한 다회용기를 이용한 축제 참가자들은 직접 설거지에 나섰다. 친환경 세제와 수세미를 활용해 꼭 필요한 양의 물만 사용했다. ⓒ제주의소리
설거지원정대는 2023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 제주음식영화축제, 친환경우리농산물 급식 한마당 등 행사에서 다회용기 활용과 순환을 도왔다. ⓒ제주의소리
설거지원정대는 2023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 제주음식영화축제, 친환경우리농산물 급식 한마당 등 행사에서 다회용기 활용과 순환을 도왔다. ⓒ제주의소리

사회적기업 리블랭크와 협업으로 열리는 이 축제는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장이기도 하다. 축제 형식을 빌려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감탄장에서는 입지않는 옷을 가져오면 다른 옷으로 바꿔주는 의류교환파티가 진행됐고, 친환경 세제를 빈 용기에 채워주는 리필스테이션이 설치됐다. 환경 매거진을 펴내는 출판사 관계자, 기후위기 연구자의 강연이 이어졌고 비건 채식 요리 교실이 진행됐다. 잡화점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과 비건서적들이 판매됐다. 기획자, 참가자, 셀러 모두 환경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확산할지 고민하던 이들이다.

이날 축제에 참가한 김민선(38)씨는 “기후위기를 생각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설거지도 최소한의 물을 활용해 환경에 비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이런 방식의 축제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년 감탄장 시즌1에 앞서서는 쓰레기 줄이는 축제를 위한 공동실천매뉴얼 ‘지금모행’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공과 민간의 여러 주체가 의견을 부딪치고 만들어낸 공동실천매뉴얼은 행사 준비부터 진행, 종료까지 필요한 준비사항과 실천방법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제주 비건 식당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부터 다회용컵을 렌탈할 수 있는 업체정보까지 요긴한 정보들도 넣었다. 감탄장은 이 매뉴얼이 현실화된 결과물이다.

11일 열린 제주 감탄장 행사장 모습. ⓒ제주의소리
11일 열린 제주 감탄장 행사장 모습. ⓒ제주의소리

김일두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무국장은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를 챙겨오신 많은 관람객들을 보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실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감탄장을 계기로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감탄장은 주민참여형 혁신 모델인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올해 실행의제 중 하나다. 또 다른 의제 중 하나는 ‘유기동물 없는 섬, 상생 제주 만들기’다.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하던 유기동물과 도민을 매칭해 3개월 간의 임시보호를 해주는 프로젝트 ‘유기동물과 친구하개’에는 38개의 가정이 신청했고 이중 11곳이 선정됐다. 임시보호 기간 동물들은 사회화 훈련을 통해 입양 전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확보하고, 참여자들은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다. 반려동물을 처음 키우거나 제대로 된 돌봄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전문 훈련사의 교육도 받아볼 수 있으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임시보호를 연장하거나 입양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이 처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도민들, 반려동물로 인한 변화가 두려워 고민 중인 이들, 둘째를 들이고 싶지만 첫째 동물이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인 이들에게는 임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현재 애월읍 지역의 노인, 어린이, 주부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반려동물 문화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유기동물과 친구하개’ 프로젝트를 통해 임시보호처를 찾은 똘이(사진 오른쪽). 10년 간 베란다에서 1m 남짓한 노끈에 묶인채 방치되어 평생을 살아오다 구조된 노령견 푸들이다. 똘이의 임시보호자는 기존에 키우던 반려견과 공존이 가능할지 경험해보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과 친구하개’ 프로젝트를 통해 임시보호처를 찾은 똘이(사진 오른쪽). 10년 간 베란다에서 1m 남짓한 노끈에 묶인채 방치되어 평생을 살아오다 구조된 노령견 푸들이다. 똘이의 임시보호자는 기존에 키우던 반려견과 공존이 가능할지 경험해보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제주의소리

뿔새오리 보호를 위해 마라도에서 반출된 고양이들의 상황을 알리기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마라도 고양이 가족 찾기 사진전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열리고 있다.

고양이를 대상으로도 임시보호 가정 12곳을 모집하고 있는데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6개월간 임시보호를 진행할 가족을 모집 중이다. 준비물과 병원비를 제공하며 6개월 후 임시보호를 중단하거나 입양을 선택할 수 있다. 제주도수의사회와 제주고은이치과의 협찬으로 모든 준비물과 병원비를 제공한다. 12월 9일에는 마라도 고양이들을 위한 움직임들을 격려하기 위한 강산에, 장필순의 콘서트도 열린다.

이밖에도 우도의 생활권 기반 로컬브랜딩, 주민참여형 원도심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안전망 구축, 외국국적 이주가족의 안정 정착을 위한 언어 지원 프로젝트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올해 의제로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협력하며 지역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은 이렇게 제주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