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제해결플랫폼 7개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 살펴보니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주민 주도로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실험과 변화의 장이 되고 있다. 행정과 주민, 민간기업과 NGO, 대학 등 다양한 주체들이 협업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복잡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발견하며 실마리를 모색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제주의소리>는 올해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진행된 7개의 의제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들여다봤다. 

우도 로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브랜딩 핵심 키워드. ⓒ제주의소리
우도 로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브랜딩 핵심 키워드. ⓒ제주의소리

우도 로컬브랜딩

‘지역 고유자원 활용을 통한 우도 생활권 기반 로컬브랜딩’ 의제는 반나절 관광을 넘어 우도가 지닌 특성과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우도 지역 고유 자원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위해 주민과의 회의, 다양한 관광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 동아리 대표 모임, 지역 관계자 회의 등을 거쳤다. 관광객 설문조사, 어르신 OX퀴즈대회, 우도 주민들을 통한 삶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과정도 진행됐다. 그 결과 물통, 땅콩, 우도봉, 섬속의 섬, 뿔소라라는 다섯 가지 대표적 로컬 브랜딩 소재가 도출됐다.
☞제주 우도 자생력·가치 높이기 위한 주민참여 포럼 열려

제주한라대 학생들이 원도심 공공디자인 개선을 위해 선보인 이정표들. ⓒ제주의소리
제주한라대 학생들이 원도심 공공디자인 개선을 위해 선보인 이정표들. ⓒ제주의소리

원도심 공공디자인

‘주민참여형 원도심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는 원도심의 미비한 이정표와 보행환경을 공공디자인을 통해 해결해보려는 시도다. 제주북초등학교 어린이들, 지역주민들도 함께했다. 제주한라대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 내용으로 원도심 문제해결과정을 진행했고, 산업디자인과 전 학년 100명이 원도심에 머물며 ‘원도심 문제해결 캠프’도 진행했다.

이 과정을 거쳐 제주북초 학생들은 해양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한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제작했고, 제주한라대 학생들은 칠성로 활성화를 위한 마스코트 캐릭터와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담은 유도선, 안내판, 표지판을 제작하고 설치했다. 또 원도심 이동성과 보행환경 관련 주민 의견 조사를 담은 개선방안 보고서도 제작했다. 
☞골목길 담배꽁초, 참다못한 초등학생들이 나섰다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페이퍼스톤. 재활용한 우유팩이 30~50% 가량 함유돼있다. 시멘트나 아크릴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강도가 높고 노출콘크리트 바닥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들을 제작한 것은 친환경 셀룰로오스 복합체 제조업체 주식회사 셀팩(Cellpack). 셀팩을 만나면서 제주도민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됐다. /사진 제공=셀팩. ⓒ제주의소리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페이퍼스톤. 재활용한 우유팩이 30~50% 가량 함유돼있다. 시멘트나 아크릴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강도가 높고 노출콘크리트 바닥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들을 제작한 것은 친환경 셀룰로오스 복합체 제조업체 주식회사 셀팩(Cellpack). 셀팩을 만나면서 제주도민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됐다. /사진 제공=셀팩. ⓒ제주의소리

우유팩이 건축자재로

‘자원순환체계 구축 및 활성화를 통한 우유팩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의제는 작년 실행한 우유팩 자원화 실험의 시즌2다. 작년 19톤이 수거됐으나 제주에서 수거된 우유팩은 도내에서 직접 처리할 수 없는 시설이 없어 도외로 반출되며, 이 과정에서 물류비와 탄소배출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올해 이들의 실험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프로젝트를 통해 모은 우유팩이 단열재, 타일 등으로 쓰이는 페이퍼스톤 생산에 성공한 것. 재활용한 우유팩이 30~50% 가량 함유된 페이퍼스톤은 시장에 나와있는 기존 자재들과 비교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한라대 학생들이 만든 디자인 굿즈들도 버려질 뻔한 우유팩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유팩이 단단한 건축자재로?” 제주에서 시작된 자원순환 혁신

감탄장을 비롯해 제주 곳곳의 행사장에서 선보인 설거지 원정대 시스템. ⓒ제주의소리
감탄장을 비롯해 제주 곳곳의 행사장에서 선보인 설거지 원정대 시스템. ⓒ제주의소리

쓰레기 없는 축제, 감탄장!

“쓰레기 없는 축제는 불가능할까?” 이 의문은 ‘기후행동 실천 공유·확산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실험의 장’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됐다. 올해 11월 11일 열린 감탄장은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 0kg 배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비건 음식들이 다회용기에 제공되고,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들을 공유하는 강연과 교류의 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행사장 다회용품을 세척해주는 설거지 원정대가 포럼, 음식영화축제 등 다양한 대형 행사에서 운영됐으며, 168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병뚜껑의 변신’을 주제로 한 교육도 진행하는 등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확산하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일회용 쓰레기 없는 축제’ 제주 감탄장으로 현실화하다

유기동물 없는 섬, 상생 제주 만들기 의제를 통해 터전을 잃은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 없는 섬, 상생 제주 만들기 의제를 통해 터전을 잃은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에게 새로운 행복을

‘유기동물 없는 섬, 상생 제주 만들기’ 의제를 통해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하던 유기동물과 도민을 매칭해 3개월 간의 임시보호를 해주는 프로젝트 ‘유기동물과 친구하개’가 진행됐다. 38개의 가정이 신청했고 이중 11곳이 선정됐다. 임시보호 기간 동물들은 사회화 훈련을 통해 입양 전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확보하고, 참여자들은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정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뿔쇠오리 보호를 이유로 마라도에서 반출돼 유기동물이 된 고양이들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고양이 입양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돼, 5마리가 입양됐고 임시보호 프로그램에 11마리가 참여 중이다. 노인, 어린이, 주부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반려동물 문화교실과 마라도 고양이 가족찾기 사진전 등도 진행돼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을 위한 계기가 됐다. 
☞유기동물 없이 더불어 사는 제주 “동물과 친구하개”
 

청년 1인가구의 사회망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된 소셜다이닝.  ⓒ제주의소리
청년 1인가구의 사회망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된 소셜다이닝. ⓒ제주의소리

청년 1인가구를 외롭지 않게

‘청년 1인가구의 사회안전망 구축’ 의제는 청년 1인가구의 경우 식사가 불규칙하고 결식, 혼밥 등의 비율이 높아 건강과 정서적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주민 청년 1인가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특성에 따라 정보교환이 가능하고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도와주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문제의식이었다.

이를 통해 도내 청년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에 20명이 참여했고, 소셜다이닝의 대화 시간을 통한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참여자 기반 커뮤니티가 생성돼 이후에도 지속된 만남과 교류를 기약하게 됐다.
☞누군가와의 즐거운 식사가 오래전 일이라면? “‘우연한 식탁’으로!”

이주가족의 지역사회 안정 정착을 위한 언어장벽 해소 프로젝트를 통해 결혼이주 여성 통번역활동가가 양성됐고, 이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도 실행됐다. ⓒ제주의소리
이주가족의 지역사회 안정 정착을 위한 언어장벽 해소 프로젝트를 통해 결혼이주 여성 통번역활동가가 양성됐고, 이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도 실행됐다. ⓒ제주의소리

“우리도 한국인” 이주민들의 버팀목됐다

‘이주가족의 지역사회 안정 정착을 위한 언어장벽 해소 프로젝트’는 이주여성과 중도입국학생이 언어와 지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주 5~8년차 해외 결혼이주 여성 통번역활동가 20명을 모집하고 이들에게는 통번역 이론 실무, 상담 기법 등의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현장에 투입돼 출입국, 의료, 행정, 법률 등 전문분야 통번역 활동을 6~10월까지 총 340건 진행했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모국어를 활용한 근로의 기회를 제공했고, 적응을 어려워하던 이들에게는 기댈 언덕이 되었다.

변화의 불씨 더 크게 키울 연계 중요

각 의제는 복합적인 논의를 거쳐 발굴됐다. 의제 공모 이벤트, 도지사와 시민과의 대화, 기관 방문해 발굴한 현안 이슈 회의 등을 통해 225건의 예비 제안 의제를 수렴했고 이후 협업테이블과 의제별 원탁회의를 통해 현안 이슈를 검증하고 올해 총 7개의 의제가 선정됐다. 발굴된 의제들은 돌봄, 환경, 동물권, 이주민,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한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가 그 동안 미처 손쓰지 못했던 사각지대와 밀접하다.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우유팩 프로젝트가 작년의 결과물의 부족함을 올해 개선했듯, 단계적으로 더 고도화된 해법을 찾는 것이 그 다음 단계다. 의미있는 과정을 통해 모은 논의가 더 큰 변화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발굴해 낸 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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