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기한 공소사실 약 1100개 중 극히 일부인 약 1%만 유죄 판단

[기사보강:19일 오후 2시35분] 10년 가까이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이 법정구속됐다. 다만,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기각·면소되거나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실체적 진실을 찾아야 하는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8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10월형을 선고, 이날 법정에서 구속했다. 

강원도 등 지역에서 무속인으로 활동한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피해자를 상대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약 1100차례에 걸쳐 약 9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해 주겠다며 피해자를 기망한 피고인이 돈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공소제기(기소)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약 1100개 중 10여개만 인정하고, 나머지 전부를 기각·면소하거나 무죄로 판결했다. 공소 기각은 소송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절차적 하자가 있을 때, 면소는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고 그대로 소송을 종결할 때 이뤄진다. 

A씨에 대한 범죄 혐의 중 약 1%만 죄가 성립됐다는 의미로, 검찰이 주장한 9억원 수준의 피해금액 중 실제 유죄로 인정된 피해액은 852만원 뿐이다.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A씨가 피해자를 어떻게 기망했는지 등이 모호하게 기재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공소사실만으로는 유·무죄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판단할 수 있는 공소사실만 따지면 A씨에 대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가 아니라 일반 사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도 판시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는 형법에 따른 일반적인 사기죄보다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2021년 12월에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2011년 이전 범행은 공소시효(10년)이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제출된 증거도 피해자의 수첩과 진술 등인데, A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피고인의 혐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와 같이 살 집을 제주에 짓겠다며 돈을 편취한 혐의 등은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제주에 집을 지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피해자를 기망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종교적 신뢰를 이용해 피해자의 돈을 편취했다. 피해자는 금전적 피해와 함께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다. 종교적 믿음을 이용한 사기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0월형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최근 제주지법 형사 단독재판부도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일부를 기각하면서 제주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 이번 사건이 또 발생했다.  

형사 단독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모호한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한 범행으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기록을 우선 기소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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