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 ④ 기메의 종류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제주만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제주 무속’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 무속에서 사용하는 ‘기메’는 종이 장식이나 신체 등 굿에서 쓰이는 종이 무구를 지칭한다. 종이 무구를 많이 사용하는 건 제주굿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의소리]는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민속학자 강소전이 집필한 국립민속박물관 조사보고서 ‘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 전문을 순차적으로 연재한다. 종이 예술작품 기메의 매력을 재발견하면서, 제주굿의 가치도 널리 공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① 기메 조사의 필요성
② 기메의 명칭과 성격
③ 기메의 형태와 전승
④ 기메의 종류
⑤ 김영철 심방의 기메 제작 세계
⑥ 주요 기메의 제작 방법 및 과정
⑧ 제주굿과 기메의 활용과 실제
⑨ 기메와 신화(본풀이)의 연계 양상과 의미
⑩ 제주굿 기메의 가치와 활용


1. 제장장식물

개별 기메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기로 한다.(개별 기메의 구체적인 내용은 필자가 『제주의 무구』(강소전, 제주대학교 박물관, 2014)에서 이미 한 차례 개괄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여기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보완하며 작성하였다.) 기메의 종류는 그 성격에 따라 제장장식물과 신체상징물로 크게 나누어 살펴본다. 여기에 두 영역에 포함하기에 다소 모호한 기메는 기타라고 하여 구분해 둔다. 기메의 성격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것이 모양에 의해 나누는 것보다 각 기메의 특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각 기메마다 사진 자료를 함께 제시하여 이해를 돕는다.(<기메의 종류>에서 제시한 사진은 모두 필자가 촬영하였다.) 최대한 실제 굿판의 현장 사진을 제시하기로 한다. 더불어 이 글의 발간 목적에 맞게 가능한 대로 김영철 심방이 굿판 현장에서 제작한 기메의 사진 자료를 활용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김영철 심방의 현장 자료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그의 기메 전시회(제주대 박물관, 2014년)에서 촬영한 자료로 대신하거나 다른 심방의 제작 사례를 제시한다.

1) 살장

살장은 일만팔천 신들이 좌정하는 당클 앞에 길게 늘어뜨려 걸어놓는 기메이다. 마치 커튼 장식물처럼 신들이 좌정한 공간을 가리는 역할이다. 사당클 규모의 큰굿이라면 제장 마루의 네 벽 상단을 모두 살장으로 두르게 된다. 그 모양만으로도 제장의 신성함이 높아지고 엄숙함이 느껴진다. 살장은 창호지나 백지를 접어 주로 가위로 오리지만, 난이도가 높은 살장류는 칼로 파서 만들기도 한다. 종이를 덧대어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요즘은 색지도 많이 쓰기 때문에 과거보다 제장이 화려해진 편이다.

살장은 ‘살창’(―窓, 箭窓)에서 온 명칭으로 보인다. 제주굿 무가에는 이른바 ‘마흔여덟 모람장’, ‘서른여덟 빗골장’, ‘스물여덟 고무살장’, ‘지게살장’ 등의 표현이 있다. ‘마흔여덟’, ‘서른여덟’, ‘스물여덟’ 이라는 말은 단골 신앙민을 그 위계에 따라 ‘상단골·중단골·하단골’이라며 일컬을 때도 흔히 함께 붙여 사용한다. ‘모람장’, ‘빗골장’, ‘고무살장’, ‘지게살장’ 등은 구체적인 뜻을 알기 어려우나 살장의 모양에서 유래한 듯하다.(모람장이나 고무살장 등 살장 명칭에 대해 해석을 시도한 바도 있다.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124쪽.) 수를 이르는 말과 모양을 이르는 말이 반드시 짝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즉 꼭 ‘마흔여덟 모람장’이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지게살장(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지게살장(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살장의 모양은 다양한 편이다. 앞서 언급한 살장의 명칭에 따른 고정적인 제작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심방들이 보편적으로 만드는 모양이 있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심방에 따라 조금씩 그 모양이 다른 경우가 많다. 모람장, 빗골장, 고무살장이라고 부르는 종류들은 보다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모양이 단순하지 않아 대강 밑그림을 생각해 두는 편이다. 가위도 사용하지만 칼로 파는 모양이 많다. 이에 견주어 보통 지게살장이라고 부르는 종류는 심방들이 비슷한 모양으로 만드는 편이다. 난이도가 낮은 편이어서 가위로 오리기만 해도 가능하다. 대개 격자무늬 비슷하게 오리며, 종이를 펼치면 실제 방문이나 창문과 같은 모양을 보인다.

비교적 복잡한 모양의 살장들은 제작 방법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제 굿판에서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심방 집에서 큰굿이나 벌어지고 기메선생과 같은 심방이나 있으면 제작하는 정도이다. 대부분 지게살장 같은 보다 단순한 모양의 살장을 주로 만들어 당클 앞에 걸어놓는다. 살장의 구멍들은 문을 의미한다. 하단부에도 세로로 몇 가닥으로 나누어 자르고 여러 가지 모양을 낸 다리와 같은 부분을 덧댈 수도 있다.

살장의 내력은 <초공본풀이>와 밀접하다. 임진국 대감과 짐진국 부인은 나이 들어 어렵게 얻은 딸인 자지명왕아기씨를 집에 남겨두고 벼슬살이를 떠나야 할 처지가 되었다. 걱정한 끝에 마흔여덟 모람장, 서른여덟 빗골장, 스물여덟 고무살장을 지어 그 안에 딸을 가두고 하인인 늦인덕정하님에게 살장의 구멍으로 아기를 키우라고 당부하였다. 나중에 황금산 주자선생이 자지명왕아기씨가 직접 주는 권제를 받기 위하여 요령을 흔들어 살장을 열었다.

빗골장, 고무살장, 모람장(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빗골장, 고무살장, 모람장(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초공본풀이>에 드러난 살장은 단순히 가두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살장은 장차 무조신의 어머니가 될 자지명왕아기씨의 고난을 알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아무나 살장에 갇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살장의 열쇠가 채워질 때나 열릴 때에는 신성한 능력이 요구된다. 무구 ‘멩두’의 하나인 요령으로 세 번을 흔들어야만 열리는 것이다. 살장은 살장 안의 세계와 살장 밖의 세계, 곧 성과 속을 구분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살장이 <초공본풀이>와 깊은 관계에 있다 보니, 심방들은 무업 조상인 멩두를 집에서 모시는 당주에도 평소에 살장을 붙여놓는다. <초공본풀이>에 따르면 젯부기 삼형제는 ‘어주에 삼녹거리 서강베포땅’에 신전집(당주)을 마련하였다. 삼형제는 나중에 저승 삼시왕으로 올라가지만, 삼형제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멩두는 당주에 남는다. 젯부기 삼형제에 의하여 어머니 자지명왕아기씨와 너사무너도령 삼형제는 당주에 함께 좌정하여 ‘일만제기 삼천기덕’이라는 무구 일체를 지키는 신이 되었다. 더 나아가 무구를 마련하러 유정승따님아기가 찾아오니 당주집에서 멩두를 중심으로 하는 무구의 전승이 이루어진다. 당주는 <초공본풀이>의 공간이 현실 세계에서 심방의 신당神堂으로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첵지(제주시 봉개동 김댁 시왕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첵지(제주시 봉개동 김댁 시왕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2) 첵지

첵지는 백지 상단을 삼각형의 모양이 되도록 접어 만든 종이다. 오른쪽 끝을 왼쪽 선에 맞추어 크게 한 번 접는다. 일부 기메는 이 첵지를 덧붙여 완성한다. 대개 기류 기메에 함께 달아맨다. 한편 첵지는 당클 앞에 살장 대용으로 설치하기도 한다.

당반지(일본 오사카 원댁 큰굿, 와흘리 굿당,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당반지(일본 오사카 원댁 큰굿, 와흘리 굿당,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3) 당반지

당반지는 신이 좌정한 당클 밑에 달아매는 기메이다. 명칭의 ‘당반’堂盤 자체가 당클을 뜻한다. 신들이 당반지를 사다리처럼 밟아 당클로 올라가 좌정한다고 여긴다. 백지를 사람 비슷한 모양으로 오린다. 각 당클마다 2개씩 달아 놓는다. 종이로만 만든다.

솔전지(일본 오사카 원댁 큰굿, 와흘리 굿당,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솔전지(일본 오사카 원댁 큰굿, 와흘리 굿당,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4) 솔전지

솔전지는 각 당클마다 앞을 가린 살장에 함께 달아매는 기메이다. 신들이 전지를 밟아서 내려온다는 의미라고 한다. 종이를 사람과 비슷한 형상으로 오리고 첵지를 덧붙인 다음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어서 만든다.

5) 발지전

발지전은 당클과 제장 주위에 여러 개를 달아매어 놓는 기메이다. 신에게 ‘인정을 거는’ 의미이다. 인정은 곧 돈이니, 신에게 정성을 바치는 것이다. 인정이니 많이 걸수록 좋다고 여긴다. 발지전은 기메이면서도 지전의 속성을 함께 가진다. 발처럼 늘어뜨려 달아매는 것이니 발지전이라고 한다. 또는 끝 부분이 발 모양이 되도록 오려내니 발지전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발지전은 단독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일부 기메는 발지전을 함께 묶어서 만들기도 한다. 한편 과거에는 장례를 치를 때 상여 주위에 발지전을 달아매기도 하였다.

발지전의 모양은 대략 세 종류 정도 나타난다. 심방이 저마다 기메 제작 방법을 전승받는 과정과 인식의 다양성이 여러 모양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지역적 구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발지전(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발지전(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첫째, 너울을 씌운 발지전이다. 심방들이 두루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여러 겹의 종이를 가늘고 길게 오린 뒤 풍성하게 펼치며 윗부분을 한데 모은다. 그 위에 종이를 그물처럼 오려 ‘발지전 너울’을 씌운다. 요즘은 보통 색지를 사용하여 너울을 만들기 때문에 화려하게 보인다. 이 발지전을 당클 주위에 여러 개를 이어서 배치하면 제장 장식이 한층 풍부하게 느껴진다.

둘째, 탑과 흡사한 모양의 발지전이다.(김영철 심방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강봉원 심방이 만들던 방식이라고 한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양정순 심방이 이를 이어받았다.) 여러 겹의 종이를 가늘고 길게 오린 다음 심방이 일어서서 천천히 휘날리며 풍성하게 펼친 뒤 한데 모으면 마치 몇 층의 탑 모양처럼 되는 발지전이다. 보편적인 발지전보다 약 2배 정도로 길게 만든다. 이 발지전은 만든다 해도 소량 배치하는 편이다.

셋째, 엽전 모양이 드러나게 만드는 발지전이다.(김영철 심방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김만보 심방이 만들던 방식이라고 한다.) 종이를 여러 겹 접어 엽전 모양의 지전 비슷하게 한번 오린 뒤에 나머지 부분은 가늘고 길게 몇 차례 자른다. 그런 다음 한 장씩 펼치면서 떼어내고 하나로 연결된 줄을 위로 하여 몇 차례 흔들면 풍성하게 늘어뜨린 모양이 된다. 이렇게 몇 번 더 만들어 한데 모은다.

한편 종이를 접어 사람의 형상처럼 오려서 살장 사이사이에 걸어놓는 방식의 발지전도 있다.(김영철 심방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김윤수 심방이 모양을 내던 방식이라고 한다.) 얼굴 부분에는 과거에 특별한 모양을 내지 않았으나 경우에 따라 이목구비까지 갖추어 만들기도 한다. 다른 발지전들이 대개 서로 비슷한 모습이면서 풍성하게 늘어뜨리는 것인데 견주어 이 발지전은 그 모양이 많이 다르다.

통기(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통기(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6) 통기

통기는 둥근 통 모양으로 길게 만들어 보통 당클 양쪽에 등燈처럼 달아매는 기메이다. 통기가 살장을 친 당클 앞에서 양 어깨처럼 보기 좋게 장식한다고 생각한다. 신이 통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통기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장 밖의 ‘큰대’에도 ‘대통기’와 ‘소통기’라는 것들이 있는데 그 양상은 비슷하다.

종이를 가늘고 길게 잘라 놓는다. 손질한 대나무를 원형으로 구부린 다음 줄을 매어 나중에 당클 앞에 걸어놓을 수 있게 만든다. 원형으로 구부린 대나무의 바깥쪽으로 잘라 놓은 종이를 둥글게 돌아가며 여러 겹으로 계속 덧붙이며 원통 모양을 만든다. 원통 윗부분에는 다시 종이를 모양을 내어 오려 돌아가며 붙인다. 보통 원통 윗부분에 색지를 많이 쓴다. 심방에 따라서는 통기 전체에 여러 색지를 쓰기도 한다. 종이를 계속 엇갈리며 붙이기 때문에 다양한 색이 한 번에 드러나는 장식물이 된다. 한편 요즘은 대나무 대신 철사가 들어간 재료도 많이 쓴다.

오방각기(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오방각기(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7) 오방각기

오방각기는 신을 제장에 모신 뒤 신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제장의 출입구나 문마다 붙이는 기메이다. 청신하는 절차 뒤에 문마다 붙이고 굿이 끝나갈 무렵 신들을 돌려보내야 할 때는 반대로 이 기를 떼어낸다. 종이를 오리기만 하며 부가 재료는 없다. 한편 오방기라고 하여 오방각기와 같은 것인데 그 크기만 조금 큰 형태의 기메도 있다고 보고되었다.(현용준, 「제주도 무의의 ‘기메’고 : 무속 신체형성의 일면」, 183∼184쪽. 한편 오방기와 관련하여 김윤수 심방이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아트스페이스씨가 주최한 <너울거리는 삶의 희노애락> 전시회(2006)에서 오방기를 전시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당시 김윤수 심방에게 사정을 물어본 결과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윤수 심방 자신도 사실은 오방각기만을 사용할 뿐이지 오방기는 써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현용준의 보고를 생각하면 오방기도 일부 심방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심방들은 오방기라는 인식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 전승되는 양상에서는 오방기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올레기(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올레기(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8) 올레기

올레기는 굿하는 장소를 알리는 역할의 기메이다.(‘올레’는 거릿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올레기는 달리 ‘군문기’ 라고도 한다.) 일만팔천 신이 올레기를 보면서 찾아온다. 또한 동네에 굿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의미도 있다. 제장 바깥에 달아매기 때문에 날씨를 감안하여 보통 종이 대신 흰 무명천으로 만든다. 사람 비슷한 모양으로 오리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어서 집의 입구 양쪽에 2개를 꽂아 놓는다. 대문 양쪽에 있는 문지기 역할이기도 하다.

큰대와 어신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큰대와 어신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9) 큰대

큰대는 여러 기메를 포함하여 다양한 장식물의 복합체이다. 큰굿일 경우 왕대나무를 굿을 하는 집의 마당에 높이 세워 신의 하강로로 삼는다. 사당클 규모의 큰굿에는 큰대 외에도 ‘좌둣기’와 ‘우둣기’까지 세운다. 좌둣기와 우둣기는 큰대의 좌우에 각각 세우는 것으로 ‘좌우둣기’라고 합쳐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큰대와 좌우둣기를 세우면 ‘삼대 틀어’ 굿을 한다고 말한다. 요즘은 심방 집의 첫 신굿에서나 어렵게 볼 수 있는 대세움 방식이다. 큰대의 장식물들은 역시 굿이 끝나면 불에 태운다.

먼저 길고 두꺼운 왕대나무를 마련하여 큰대의 기본으로 삼는다. 큰대의 가장 윗부분에는 ‘번기’를 단다. 대개 흰 천으로 사람 비슷하게 오리고 첵지를 만들어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 것이다. 번기는 저승을 가리키는 의미라고 한다. 번기 아래에는 푸른 잎이 달린 짧은 댓가지와 동백나무 가지를 섞어서 차례로 세 군데에 나누어 묶는다.

위쪽부터 차례대로 ‘천지천황’天地天皇, ‘지도지황’地都地皇, ‘인도인황’人都人皇을 상징하는 의미이다.

그 아래에는 ‘등지거리’를 만든다. 다시 대나무를 가로로 걸쳐서 기본 왕대나무와 십자형이 되게 묶고, 여기에 여러 가지를 추가로 설치한다. 즉 대나무 양끝에는 댓가지와 동백나무 가지를 섞어서 묶는다.

가로로 걸친 대나무는 일종의 말안장 역할을 한다. 여기에 굿을 하는 집안 대주의 옷을 묶는다. 요령도 달아 말방울로 삼는다. 천을 길게 하고 양쪽 끝에 마령으로 쌀을 담아 목수건처럼 걸어놓는다. 마령은 마량馬糧인데 말을 타면 발을 양쪽으로 디딜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흡사 사람이 말을 탄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큰대와 소통기, 기리여기, 줄전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큰대와 소통기, 기리여기, 줄전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전통박물관

등지거리 아래에는 ‘대통기’가 있다. 대통기는 원통형이며 바깥 날씨를 감안하여 보통 천으로 길게 만들어 늘어뜨린다. 몸통에는 구멍을 여러 개 뚫어놓는다. 이 구멍들은 해日, 문門, 달月 등의 의미라고 한다. 대통기 속에는 길게 오린 천들을 집어넣는다. 이를 ‘큰대 배설’이라고 한다. 대통기 옆에 사다리꼴 모양으로 짧게 달린 기는 ‘어신기’이다. 어신기는 겨드랑이 의미라고 한다. 어신기의 양옆에 길게 매달린 천은 양어깨와 팔을 의미한다.

큰대는 세 개의 지선인 ‘삼벌잇줄’(벌이줄)로 묶어 고정시킨다. 이 삼벌잇줄에는 ‘소통기’, ‘기리여기’, ‘줄전기’를 달아맨다. 소통기는 대통기의 축소형이다. 소통기는 초롱 역할도 한다. 기리여기는 사다리꼴로 어신기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밑 부분을 세 개로 오려 나눈 것이 다르다. 줄전기는 당반지 비슷한 모양이다. 한편 좌둣기의 가운데는 몸통에 해당하는 ‘번기’, 양쪽으로는 팔과 겨드랑이를 의미하는 천을 붙인다.(‘번기’라는 표현은 심방마다 큰대를 설명할 때 그 지칭하는 의미나 범위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우둣기의 형태는 좌둣기와 같다.

2. 신체상징물

1) 삼불도송낙

삼불도송낙은 불도할망(삼승할망)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할마님송낙’이라고도 한다. 이 기메는 <삼승할망본풀이>와 밀접하다.(<삼승할망본풀이>에는 ‘명진국따님아기본풀이’(명진국할마님본풀이), ‘동해용궁따님아기본풀이’(동해용궁할마님본풀이), ‘마누라본풀이’라는 세 개의 서사가 서로 얽혀 있다.) 명진국따님아기와 동해용궁따님아기가 서로 불도할망(삼승할망)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아이들에게 마마를 심하게 앓게 하는 마누라신을 불도할망이 굴복시킨다는 내용이다. 불도할망은 아이를 점지하고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성장을 관장한다. 기자祈子와 산육産育을 위한 의례인 ‘불도맞이’라는 굿의 주요 기원 대상이다.

삼불도송낙(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삼불도송낙(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삼불도송낙은 불도할망의 신체로 사용된다. 작은 고깔 모양으로 종이를 접어 송낙을 만들고, 불도할망에게 드리는 소지所志와 인정으로 바치는 지폐를 함께 붙인다. 송낙의 앞에는 종이를 사람 비슷한 모양으로 가늘고 길게 오려 늘어뜨린다. 이를 ‘송낙 솔전지’라고 한다. 삼불도송낙은 모두 3개로 구성된다. 각각 가는 대나무에 붙인 다음 쌀을 담은 사발에 꽂아 세운다. 삼불도송낙은 불도할망상에 두었다가 불도맞이 때는 당클에 위패처럼 올려 세운다.

2) 칠원성군송낙

칠원성군송낙은 북두칠원성군北斗七元星君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북두칠성송낙’이라고도 한다. 북두칠원성군은 불도맞이에서 불도할망(삼승할망)과 함께 모시는 신이다. 명命과 복福을 관장한다고 여긴다. 

칠원성군송낙은 북두칠원성군의 신체로 사용한다. 작은 고깔 모양으로 종이를 접어 송낙 7개를 만든다. 가는 대나무의 윗부분을 쪼개어 그 사이에 송낙을 연이어 끼운다. 이를 쌀 사발에 꽂아 세운다. 불도맞이를 할 때 당클 아래 제상에 칠원성군송낙을 위패처럼 세워 놓는다.

칠원성군송낙(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칠원성군송낙(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이 기메는 나중에 칠원성군을 위한 비념 때에는 소지로 활용된다. 한편 과거에는 송낙 7개를 모두 따로 하나씩 길게 자른 대나무에 끼웠다고 한다.

3) 할마님 철쭉대

할마님 철쭉대는 불도할망(삼승할망)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다. 심방은 불도맞이에서 이 철쭉대를 짚으며 불도할망이 제장에 들어오는 대목을 연출한다. 허리가 굽은 할망이 지팡이를 짚고 제장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모양새를 흉내 내는 것이다. 철쭉대는 불도할망을 형상화하는 무구이다.

할마님 철쭉대(제주시 도남동 한댁 굿, 와흘리 굿당, 201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할마님 철쭉대(제주시 도남동 한댁 굿, 와흘리 굿당, 201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할마님 철쭉대는 대나무를 지팡이 길이로 자른 다음 위쪽에 가늘고 길게 여러 가닥으로 오린 종이를 묶어 만든다. 이 종이를 ‘할망 땀수건’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주로 붉은 색의 명주를 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종이로 많이 한다. 지폐도 달아매어 인정으로 바친다.

4) 시왕기

시왕기는 시왕十王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시왕은 저승을 관장하며, ‘시왕맞이’라는 굿의 중심 기원대상이다. 시왕맞이는 가장 핵심적인 제주굿의 하나이다. 사람이 죽어 대상을 치르고 난 뒤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할 목적으로 벌인다. 여기에 병자가 있을 경우 쾌유를 빌기 위해서도 할 수 있다. 시왕맞이를 할 때 당클 앞에다 시왕기 3개를 만들어 걸어둔다.

시왕기, 멩감기 설치(제주시 도남동 한댁 굿, 와흘리 굿당, 201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시왕기, 멩감기 설치(제주시 도남동 한댁 굿, 와흘리 굿당, 201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시왕기, 멩감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시왕기, 멩감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시왕기는 시왕의 신체이다. 창호지 한 장에다 그 아래에 다시 반 장 정도의 분량을 이어 붙여 크게 만든다. 이어 붙인 데는 보통 초승달 모양의 종이를 덧붙인다. 위쪽에는 양쪽 모서리를 접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다. 밑에는 비슷한 너비로 잡고 세로로 잘라 네 부분으로 다리 모양을 만든다. 각 다리마다 여러 가지 구멍을 오려 모양을 낸다. 시왕기 윗부분에는 첵지를 붙인다.

5) 멩감기

멩감기는 저승의 시왕에 따른 신격인 멩감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멩감은 명관冥官으로 인식된다. 시왕맞이에서 시왕을 먼저 청하고 난 뒤 이어 멩감을 청한다. 시왕맞이를 할 때 당클 앞에 멩감기 3개를 만들어 걸어둔다. 시왕기와 멩감기를 합하면 모두 6개를 거는 셈이다.

멩감기는 멩감의 신체이다. 전체적으로는 시왕기와 모양이 유사한 편이다. 창호지를 한 장 반 분량으로 이어 붙이고, 역시 위를 삼각형 모양으로 접는다. 첵지도 달아맨다. 다만 아랫부분의 모양은 크게 다르다. 가운데를 타원형으로 한번 넓적하게 오려 다리 부분을 둘만 만든다. 그런데 시왕기와 멩감기의 아랫부분에 다리 모양처럼 종이를 오릴 때, 심방에 따라 시왕기와 멩감기의 다리 모양을 서로 바꾸어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대명왕처서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대명왕처서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6) 대명왕처서기

대명왕처서기는 대명왕차사大冥王差使를 상징하는 기메이다.(차사差使를 흔히 ‘처서’ 혹은 ‘체서’ 등으로 발음한다. 그런데 ‘대명왕처서’라고 하면서 간혹 그 기메에 신위를 한자로 표기할 때는 ‘대명왕사자’(大冥王使者)라고 쓰는 일이 종종 있다.) 대명왕차사는 저승의 시왕에 따른 하위 신격이다. 시왕맞이에서 역시 청한다. 대명왕처서기는 전체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모양이다. 얼굴의 이목구비를 표시하고 종이를 가늘게 잘라 머리카락도 만든다. 몸통과 팔다리도 분명하게 오린다. 뒤에는 첵지를 달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7) 영게처서기

영게처서기는 영가차사靈駕差使를 상징하는 기메이다. 영가차사는 사람의 영혼을 데려가는 차사이다. 저승의 시왕에 따른 하위 신격이므로, 역시 시왕맞이에서 청신하는 대상이다. 이 기메는 <차사본풀이>라는 본풀이와 밀접하다. 강림이 원님의 명령에 따라 과양셍이 각시의 아들들이 난데없이 죽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고, 결국 염라왕을 이승에 데려와 문제를 해결한 뒤 염라왕에 의해 인간 차사가 된다는 내용이다. 강림이 곧 ‘영게처서’인 셈이다.

이 기메도 시왕맞이에서 쓴다. 시왕맞이에는 ‘처서영맞이’라는 하위 제차가 있다. 흔히 ‘질침’이라고도 한다. 심방은 질침을 할 때 이 영게처서기와 영게기를 들고 제장의 멍석에 마련한 여러 지옥문을 돌아보는 행동을 한다. 장례 때 고인을 위로하는 귀양풀이에서 만약 질침까지 한다면 역시 이 기메를 사용한다.

영게처서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게처서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게처서기는 영혼을 데려가는 차사의 신체로 사용된다. 대명왕처서기와 전체적으로 그 모양이 같은 편이다. 종이를 사람의 형상을 갖추어 오린다. 얼굴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머리카락도 늘어뜨린다. 팔다리도 만드는데 심방에 따라 한쪽 팔은 올려붙일 수도 있다. 여기에도 뒤에는 첵지를 달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심방에 따라 발지전을 함께 달아매기도 한다.

8) 영게기

영게기는 영가靈駕를 상징하는 기메이다. 영가는 영혼靈魂이니, 달리 ‘영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시왕맞이나 귀양풀이처럼 영혼을 위무하는 굿에서 필요하다. 영게상(영혼상)에 두었다가 질침을 할 때 사용한다. 영게기에 해당 영혼의 신위를 적는 경우도 있다.

영게기(제주시 아라동 김댁 일월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게기(제주시 아라동 김댁 일월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게기는 영혼의 신체이다. 영게처서기와 전체적으로 모양이 유사하다. 기의 크기나 사람의 형상을 한 모양도 같다. 얼굴의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머리카락도 만든다. 역시 뒤에 첵지를 붙이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다만 심방에 따라 영게기에서는 영혼의 양손을 몸통 앞으로 공손히 모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영혼은 양손이 결박당하여 저승으로 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영혼이 차사에게 결박당한 채 이끌려 가는 것이어서 영게기의 얼굴 이목구비도 조금은 처연한 느낌이 들도록 모양을 내기도 한다.

9) 적베지

적베지는 차사가 저승으로 데려갈 영혼의 이름이 적혀 있는 문서이다. 과거에 패지牌旨가 어떤 임무를 부여하며 주던 문서임을 생각하면, 적베지는 곧 저승 문서라는 의미로 적패지赤牌旨인 것이다. 적베지는 시왕맞이나 질침을 하는 귀양풀이에서 사용한다. 이 기메의 내력은 <차사본풀이>에서 드러난다. 염라왕은 강림차사에게 이 적베지를 내어 주며 이승에 가서 차례대로 명이 다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한다.

적베지(제주시 아라동 김댁 일월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적베지(제주시 아라동 김댁 일월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강림차사는 적베지를 가지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그 마을의 본향신을 찾아가 죽을 자의 이름을 알린다. 본향신이 차사를 그 사람의 집으로 안내하면 드디어 차사가 고인을 저승으로 잡아가는 것이다. 심방은 ‘퀘지’(쾌자) 차림으로 등에 적베지를 달아맨다. 심방이 적베지를 등에 다는 순간 심방은 차사로 그 존재가 전환된다. 이 대목에 이르면 굿판의 긴장감과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더불어 고인을 생각하는 가족과 친족의 마음은 더욱 절정에 다다른다.

적베지는 영게처서기와 함께 차사의 상징물이다. 종이를 길게 접어 만든다. 윗부분을 삼각형 모양으로 접고 그 밑으로 두 갈래로 나누어 지게 한다. 밑 부분의 종이는 가위로 오려 모양을 낸다. 적베지 앞쪽으로 지폐 석 장을 붙여 차사에게 주는 인정으로 삼는다. 차사가 영혼을 고이 잘 데리고 가도록 부탁하는 의미이다.

10) 돌레지

돌레지는 저승의 지옥문을 지키는 ‘문직대장’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시왕맞이에서 질침을 할 때 사용한다. 귀양풀이에서도 질침을 하면 쓴다. 질침을 하기 위해 제장에 미리 ‘주육질’(지옥길)을 준비해 둔다. 과거에는 멍석을 깔았지만, 요즘은 스티로폼 재질의 큰 널빤지를 놓아 대용한다. 이 널빤지에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아치형으로 구부려 일렬로 모두 열 개를 꽂는다. 이 구부려 꽂은 대나무는 곧 ‘질대’이다. 각시왕이 관장하는 저승 지옥길을 형성화 한다.

돌레지(제주시 아라동 김댁 일월맞,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돌레지(제주시 아라동 김댁 일월맞,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아치형으로 꽂은 대나무는 각각 영혼이 저승으로 갈 때 거치게 되는 지옥문을 뜻한다. 이 지옥문마다 돌레지를 각 2개씩 달아맨다. 즉 돌레지는 이 문을 지키는 문지기인 셈이다. 돌레지는 대략 두 가지 모양으로 만든다. 하나는 종이를 오려 다리 모양이 하나로 하는 경우로 마치 꽈배기처럼 된다. 다른 하나는 조그마한 사람 인형처럼 오려 양다리를 벌려 서 있는 모양이다. 요즘은 색지도 많이 사용하여 만든다.

11) 성주기

성주기는 성주신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성주풀이라는 굿을 할 때 만든다. 성주풀이는 집이나 건물 등을 신축하였을 때 하는 굿이다. 집을 짓는 행위를 모의적으로 연출하고 관련 본풀이인 <문전본풀이>를 구송한다. <문전본풀이>는 한 가정에 닥친 위기를 일곱 형제가 슬기롭게 해결하고, 부모와 첩을 비롯한 일곱 형제들이 여러 가신家神으로 좌정한다는 내용이다. 막내아들이 ‘일문전’一門前으로 좌정하여 가장 으뜸신이 된다.

성주기(고순안 심방댁 성주풀이,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성주기(고순안 심방댁 성주풀이,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성주기는 성주의 신체로 사용한다. 사람 비슷한 모양으로 오린 종이 뒤에 첵지를 붙인 다음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어 만든다. 이때 댓가지를 아주 길게 하기 때문에 제상 뒤에 세우면 댓가지가 천정까지 닿으며 휘어지게 된다. 성주기에는 발지전을 함께 매달아주는데 새로 지은 집에 복이 깃들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12) 성주꼿

성주꼿도 성주신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성주의 신체는 성주기와 성주꼿으로 두 종류인 셈이다. 꽃이라는 명칭과 모양의 신체상징물은 성주꼿이 유일하다. 성주꼿은 보통 세 개가 한 벌이다. ‘상성주’, ‘중성주’, ‘하성주’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중·하’라는 말에 특정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나 심방에 따라서는 두 개를 한 벌로 제작하기도 한다. 성주꼿은 쌀 사발에 꽂아 세워 제상에 올린다. 성주꼿의 모양은 세 가지로 확인된다.(김영철 심방이 알려준 내용에 따른다.) ‘목안’牧內, ‘정의’旌義, ‘대정’大靜이라는 지역에 따른 구분이다.(‘목안’은 현재 제주시로 한라산 이북 지역이다. ‘정의’는 서귀포시로 제주도 동남부 지역이다. ‘대정’도 서귀포시로 제주도 서남부 지역이다.)

성주꼿(고순안 심방댁 성주풀이,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성주꼿(고순안 심방댁 성주풀이,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목안 지역에서 주로 만드는 방식은 종이를 접어 화려하게 모양을 내며 오린다. 대나무 윗부분을 쪼개어 성주꼿을 끼우고 부채를 펴듯이 둥그렇게 둘러서 붙인다. 꽃의 안쪽과 바깥쪽에 모두 가위로 오려 모양을 낸다. 정의 지역에서 주로 만드는 방식도 목안 방식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다만 꽃의 바깥쪽 둘레에 가위질을 하지 않아서 다소 모양이 수수한 편이다.

13) 칠성

대정 지역에서 주로 만드는 방식은 다른 성주꼿에 견주어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종이를 여러 겹으로 접어놓은 다음 윗부분을 쪼갠 대나무에 종이 가운데를 맞추어 그대로 끼운다. 대나무에 끼워진 종이의 양쪽 부분을 넓게 펼치면서 마치 활짝 핀 꽃송이처럼 모양을 만들며 위로 올린다. 그런 다음 바깥쪽 종이 몇 장은 아래로 내려 모양을 잡으며 펼치고, 안쪽 종이 몇 장은 위로 모양을 잡으며 펼친다. 꽃송이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위아래 모두 세심하게 번갈아가며 작업해야 한다. 대정 지역 방식은 요즘은 보기 어렵다.

칠성(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칠성(고순안 심방댁 큰굿, 2009)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칠성은 뱀신인 칠성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칠성새남굿은 뱀을 죽였거나 또는 죽은 뱀을 보아서 생긴 병을 치료하는 굿이다. 이 굿에서 칠성 기메를 신체로 사용한다. 마치 실제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튼 모양이 되도록 종이를 접는다. 그런 다음 비늘 모양이나 뱀 머리 등의 그림도 그려 넣는다. 이 신체는 쌀을 가득 담은 그릇 위에 올려놓거나, 혹은 채롱에 쌀을 잘 펴서 담고 그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칠성의 입에는 쌀 일곱 방울을 물려놓는다. 칠성 옆에 날계란 하나를 함께 놓는다. 술잔도 갖춘다.

한편 이 칠성 신체는 ‘알토산’의 ‘여드레한집’을 상징하기도 한다. 알토산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2리를 말한다. 여드레한집은 알토산 본향당인 여드렛당의 당신이다. 당신의 내력은 <토산여드렛당본풀이>에 전한다. 이 당신과 관련하여 굿에서 ‘방울풂’이라는 제차가 있다. 방울풂은 ‘방울친’이라는 긴 무명을 매듭지어 놓고 이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신의 맺힌 간장을 풀어 주는 제차이다. 방울풂을 하기 위하여 방울친과 함께 이 칠성의 신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허멩이(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허멩이(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14) 허멩이

허멩이는 칠성을 죽인 허멩이를 상징하는 기메이다. 허멩이는 사람 형상처럼 만든 일종의 허수아비 인형이다. 인형의 얼굴에도 이목구비를 표현하는데, 그 모습이 나쁜 존재임을 단번에 연상할 수 있도록 그려 만든다. 허멩이는 ‘하늘은 보고 땅은 못 본’ 악신惡神으로 인식되는 존재이다. 칠성새남 굿에서 칠성 신체와 함께 허멩이를 사용한다.

15) 육고비

육고비는 심방의 조상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초공본풀이>와 관련이 깊다. <초공본풀이>는 무업 조상의 내력, 굿법과 무구의 마련, 최초의 심방 등에 대한 내용이다. 본풀이에 등장하는 심방의 조상은 ‘본멩두’, ‘신멩두’, ‘살아살축 삼멩두’이며 ‘젯부기 삼형제’라고 일컫는다.

젯부기 삼형제는 나중에 ‘너사무너도령 삼형제’와 의형제를 맺는다. 이들은 젯부기 삼형제의 어머니인 ‘자지명왕아기씨’의 속옷 속으로 함께 넘나들어 결연한다. 젯부기 삼형제는 심방의 무업조상으로 좌정하고, 너사무너도령 삼형제는 자지명왕아기씨와 함께 당주를 지키며 무악기인 연물을 맡은 신이 된다.

육고비는 심방집의 당주에 놓는다. 일반적인 굿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구는 아니다. 육고비의 모양도 <초공본풀이>의 내용과 관련된다. 2명의 심방이 각각 만든 사례를 들어 육고비의 형태를 살펴본다.

김윤수 심방 제작 육고비(김윤수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 2005)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김윤수 심방 제작 육고비(김윤수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 2005)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김영철 심방 제작 육고비(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김영철 심방 제작 육고비(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심방에 따라서 육고비에 대한 인식과 제작방법이 다소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김윤수 심방의 제작 사례이다.((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굿보존회, <신화의 상상, 기메전>, 2005년 10월 21일∼11월 5일,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대나무를 사이에 두고 위쪽으로는 ‘삼불도’를 의미하는 송낙을 3개 만든다. 대나무의 아래쪽에는 종이를 여러 겹으로 정교하게 포개어 접은 장식물 6개를 나란히 걸어 놓는다. 각각의 종이 장식물에는 ‘동심절’이라고 부르는 매듭을 붙여 놓았다. 동심절 매듭은 시왕맞이에서 영혼에게 바치는 ‘영게호상옷’에도 끼워놓는 것이다.

대나무 위쪽의 삼불도 송낙 3개는 자지명왕아기씨가 불도땅에서 젯부기 삼형제를 낳았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자지명왕아기씨가 황금산 주자선생을 찾아가서 아기를 낳으려고 할 때, 주자선생이 아기씨보고 불도땅에 가서 낳으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대나무 아래쪽의 종이 장식물 6개는 의형제를 맺은 젯부기 삼형제와 너사무너도령 삼형제를 상징한다. 즉 육형제이기 때문에 6개를 만들고, 명칭도 육고비라고 하는 것이다. 바라보는 위치를 기준으로 하면 왼쪽에 있는 셋이 젯부기 삼형제이고, 오른쪽에 있는 셋이 너사무너도령 삼형제를 뜻한다고 한다.

둘째, 김영철 심방의 제작 사례이다.(제주대학교 박물관, <신과의 만남, 제주의 무구(巫具)> 특별전, 2014년 5월 26일∼7월 31일, 제주대학교 박물관 기획전시실·1층 중앙홀.) 첫째 사례와 견주어 대나무 아래쪽의 종이장식물이 3개만 걸려 있는 모양이라는 점이 다르다. 김영철 심방은 작은할아버지인 김만보 심방으로부터 전승한 제작 방법대로 만든다고 한다. 자지명왕아기씨와 젯부기 삼형제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 제작 방법은 종이를 3번씩 2차례 접는 방식이며, 그러기에 육고비라고 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청너울(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관련 제작과정,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청너울(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관련 제작과정,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16) 청너울

청너울은 <초공본풀이>의 자지명왕아기씨가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머리에 둘러쓰는 너울이다. 초공신을 맞아들여 기원하는 ‘초공맞이’의 ‘초공질침’에서 사용한다. 이 대목은 <초공본풀이>와 관련이 깊다. 자지명왕아기씨의 부모는 어느 날 하늘옥황으로부터 벼슬을 하러 오라는 분부를 받는다. 부모는 옥황의 명령으로 집을 떠나야만 하자 혼자 남게 될 아기씨를 염려하여 살장에 가두고는 하인인 늦인덕정하님에게 아기씨를 부탁하고 떠난다. 그런데 황금산 주자선생이 권재勸齋를 받으러 내려오게 된다. 늦인덕정하님이 권재를 내어 주려 하였으나 주자선생은 아기씨 손으로 직접 주라고 하면서 살장을 열어준다. 살장에 갇혀 있던 아기씨가 권재를 내어 주기 위해 나올 때 아기씨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이 청너울을 둘러쓰게 되는 것이다.

요왕선왕기(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영등굿, 2012)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요왕선왕기(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영등굿, 2012)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17) 요왕선왕기

요왕선왕기는 용왕龍王과 선왕船王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어로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영등굿에서 사용한다. ‘요왕기’와 ‘선왕기’를 하나로 합쳐서 만드는데, 요왕기에 선왕기를 뜻하는 삼색 물색을 달아매어 완성한 모양이다.(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서 대표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만든다.) 일단 창호지를 사람 형상과 비슷하게 오린다.

얼굴 부분에 이목구비도 뚜렷하게 만드는 편이다. 여기에 뒤로 첵지를 붙이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어 맨다. 그다음 역시 댓가지에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의 삼색 물색을 길게 달아맨다. 영등굿에서 ‘요왕맞이’를 할 때 이 요왕선왕기를 들고 ‘요왕질’(용왕길)을 오고가며 휘날리면서 춤춘다. 한편 심방에 따라 요왕기와 선왕기를 따로 제작하기도 한다. 제장 바깥에 설치해 두는 경우에는 아예 천을 오려 만든다.

큰굿이 드물기 때문에 청너울은 요즘 보기 어려운 무구이다. 청너울은 원통 모양이다.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구부려 원형으로 만든다. 종이를 세로로 길게 하여 발처럼 여러 가닥으로 잘게 오린다. 오린 종이의 윗부분을 원형으로 구부린 대나무에 둥그렇게 돌아가며 붙이는 것이다. 원통 모양이므로 머리를 그 안쪽으로 들여 놓으면 모자처럼 쓸 수 있다. 곧 머리에서부터 발처럼 늘어뜨려지게 되므로 효과적으로 얼굴을 가릴 수 있다.

영감 탈(제주시 건입동 제주칠머리당영등굿,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감 탈(제주시 건입동 제주칠머리당영등굿,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18) 영감 탈

영감 탈은 ‘영감’을 상징하는 종이 가면이다. 영감은 ‘도체비’(도깨비)를 존칭하여 부르는 표현이다. ‘참봉’ 또는 ‘야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영감본풀이>에 따르면 영감은 서울 허정승의 아들로 모두 일곱 형제이다. 이들 형제들은 각 지역으로 흩어져 저마다 명산名山을 차지한다. 그 가운데 막내아들은 한라산을 차지하여 제주도로 들어온다.

이 막내아들이 ‘오소리잡놈’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나머지 형제들이 막내를 데리러 온다. 그래서 단골들은 이 영감들을 잘 대접하여 보내야 기원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영감놀이는 영감을 청하여 기원하고 잘 대접하여 보내는 제차이다.

영감 탈은 종이를 오려 만든다. 사람의 형상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모습이다. 종이 윗부분을 가늘고 짧게 잘라 머리카락을 만든다. 아래쪽에 가늘고 길게 자른 것들은 영감의 수염이다. 영감놀이에서는 소미가 이 탈을 쓰고 영감으로 분장한다. 무가에서는 영감이 우스꽝스러운 행색을 하고, 한 손에는 연불煙火과 한 손에 신불神火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돼지고기와 수수범벅 등을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영감 탈은 치병굿의 한 제차인 ‘영감놀이’에서 사용한다. 영감의 범접으로 인한 치병굿이 사라지고 있어 실제 굿판에서는 보기 어려운 무구이다. 현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서 굿의 후반부에 영감놀이를 하고 있어 영감 탈의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하다.(본래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서는 현재와 같은 영감놀이가 없었다. 이는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 당시 사정으로 인해 시연하게 된 것인데 그것이 현재까지 굳어져 버린 양상이다.)

전상 탈(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전상 탈(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19) 전상 탈

전상 탈은 ‘감은장아기’의 부모가 쓰는 가면이다. 제주굿에서 ‘전상’은 어떤 행위나 그 행위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이러한 전상을 풀어서 내보내는 연극의례가 전상놀이다. 감은장아기가 자기 복에 산다고 자각하는 내용인 <삼공본풀이>와 밀접하다. 거지 둘이 서로 만나 부부가 되어 딸 셋을 낳은 뒤로 부자가 된다. 이들은 셋째 딸 감은장아기가 자신의 덕으로 잘 산다고 말하자 딸을 내쫓지만 이후 다시 거지가 되어 눈까지 멀어 버린다. 감은장아기는 집을 떠나 마퉁이와 혼인하고 잘 살게 된 뒤 거지잔치를 하여 부모를 찾는다. 부모는 딸과 만나 눈도 뜨고 잘못을 깨닫는다. 전상놀이에서는 소미 두 명이 이 전상 탈을 얼굴에 쓰고 장님 거지부부로 변장한다. 현재 전상놀이는 사실상 사라진 제차여서 이 탈을 실제 굿판에서 보기 어렵다. 전상 탈은 그 모양이 매우 단순하다. 종이에 눈, 코, 입만 간단히 오린다.

조왕기(애월읍 유수암리 강댁 멩감제, 2010, 강대원 심방 제작)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조왕기(애월읍 유수암리 강댁 멩감제, 2010, 강대원 심방 제작)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 조왕기

조왕기는 부엌을 지키는 ‘조왕’竈王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제주굿에서 조왕의 내력은 <문전본풀이>에 전한다. 일곱 아들의 어머니가 물속에 빠져 죽임을 당하였는데 나중에 아들에 의해 환생한 뒤 따뜻한 불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조왕으로 좌정하였다는 것이다. 조왕기의 모양은 심방에 따라 사람 형상으로 오릴 수도 있고, 보다 추상적으로 오리기도 한다. 오린 종이는 첵지와 함께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칠성기(애월읍 유수암리 강댁 멩감제, 2010, 강대원 심방 제작)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칠성기(애월읍 유수암리 강댁 멩감제, 2010, 강대원 심방 제작)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1) 칠성기

칠성기는 ‘고팡’庫房을 지키는 뱀신인 ‘칠성’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제주도에서는 뱀을 칠성이라고 이른다. 칠성의 내력은 <칠성본풀이>에 전한다. 칠성은 집안 고방에 좌정하는 ‘안칠성’과 집 뒤꼍에 ‘칠성눌’을 만들어 모시는 ‘밧칠성’으로 인식한다.(칠성눌은 기왓장을 깔아 그 위에 오곡 씨를 놓고 다시 기왓장으로 덮은뒤 띠를 엮어 덮은 것이다.) 주거 환경이 현대화되어 현재 대개 안칠성은 부엌에 쌀통 놓은 쪽으로 생각하고, 밧칠성은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칠성기의 특정한 모양은 없는 듯하다. 사람 형상 혹은 보다 추상적으로 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김윤수 심방이 전시회를 위해 만든 칠성기를 보면 사람 비슷한 형상으로 오린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오린 종이를 첵지와 함께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마뒤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김윤수 심방 제작)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마뒤기(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김윤수 심방 제작)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2) 마뒤기

마뒤기는 마구간 혹은 외양간에 거는 기메이다. 과거에는 집에서 굿을 할 때 마구간 입구에도 이 마뒤기를 걸어두었다. 요즘은 주거와 생업 환경이 달라졌으므로 마뒤기를 보기 쉽지 않다. 마구간에서 하는 제를 일러 ‘마귓제’, ‘마둣제’라고 하였다. 종이를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 모양으로 오리고, 첵지와 함께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삼멩감송낙(조천읍 조천리 영등굿, 2007)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삼멩감송낙(조천읍 조천리 영등굿, 2007)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3) 삼멩감송낙

멩감은 인간의 생업 활동과도 밀접한 존재이다. 인간은 멩감을 잘 대접하여 액을 막고 수명을 늘릴 뿐만 아니라 결국 생업의 풍요까지 기원한다. 멩감은 인간이 생업활동을 하는 양상에 따라 산신멩감, 요왕멩감, 세경멩감 등 다양하게 인식된다. 멩감은 ‘멩감제’라는 신년가제新年家祭의 기원 대상이기도 하다. 일부 해안마을의 영등굿에서도 멩감을 중히 여긴다. 이러한 경우 의례의 관행이나 심방의 성향에 따라 삼멩감송낙이라 하여 멩감의 신체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작은 고깔 모양으로 송낙을 만들고 가늘고 길게 쪼갠 대나무에 끼우는 형태이다. 모두 3개를 만든다.

3. 기타

1) 감상기

감상기는 제주굿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메라고 할 수 있다. 무악기인 연물을 울리고 심방이 서서 춤을 추는 ‘산굿’(선굿)이라면 감상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상 모든 굿에서 볼 수 있는 기메이다. 감상기는 주로 청신 제차인 초감제에서 사용한다. 신들이 내려오는 문을 열고 그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여긴다. 청신 제차 외에도 다양한 제차에서 보조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감상기(조천읍 조천리 영등굿, 2007)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감상기(조천읍 조천리 영등굿, 2007)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감상기의 모양은 사람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선 사람 비슷한 모양으로 종이를 오린다. 김영철 심방에 따르면 사람과 비슷한 형상으로 종이를 오린 모양을 군문기라고 통칭한다고 한다. 이러한 군문기를 결합하여 개별 기메의 형태를 완성하는 경우가 여럿이다. 최종적으로 기메의 형태가 완성되면 감상기, 올레기 등과 같은 독자적인 명칭을 가지게 된다. 또한 종이를 가늘고 짧게 여러 가닥으로 오려서 윗부분에 머리카락처럼 늘어뜨린다. 뒤에는 첵지를 붙이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는다. 2개가 한 쌍이다.

한편 심방 집에서 굿을 할 때는 감상기를 한 벌 더 만든다. 심방 집에는 무업조상을 모시는 당주가 있기 때문이다. ‘당줏문’도 열려야 하기 때문에 감상기를 따로 만들어 ‘안감상기’라고 부른다. 이에 견주면 일반적인 감상기는 ‘밧감상기’가 되는 것이다. 둘을 구별하기 위하여 보통 안감상기에는 색지를 사용하는 편이다.

2) 영기

영기는 시왕맞이의 초감제에서 신을 청할 때 사용하는 기메이다. 시왕과 그에 따른 일행이 올 때 앞세워서 오는 깃발이라는 의미로 쓴다.

따라서 영기는 영기令旗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시왕맞이에서 청신할 때는 영기 외에 ‘몸기’라는 기메도 함께 사용한다. 이를 보통 ‘영기몸기’, ‘영기명기’, ‘영기멩기’, ‘영서멩기’ 등으로 부른다. 청신 제차에서 이 두 기메는 하나의 짝인 셈이다. 심방은 시왕 일행을 청해 들이며 이 기메들을 들고 춤을 춘다. 시왕맞이 외에 사당클을 매는 큰굿의 ‘초신맞이’와 심방집 굿의 ‘초공맞이’에서도 사용한다고 한다.(‘초신맞이’는 큰굿에서 ‘초감제’에 이은 청신 제차이다. ‘초공맞이’는 큰굿에서 ‘초공신’에게 기원하는 굿이다. 초공신은 심방의 무업 조상과 관련된 신이다.)

영기, 몸기(제주시 봉개동 김댁 시왕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기, 몸기(제주시 봉개동 김댁 시왕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기는 창호지를 이용하여 만든다. 윗부분에는 종이 그대로 특별한 모양을 내지 않고 가늘게 쪼갠 대나무만 가로로 붙여 놓는다. 아랫부분에는 종이를 세로로 세 번 잘라 비슷한 너비의 다리 모양을 4개 만든다. 다리 부분에도 보통 구멍을 뚫어 여러 가지 모양을 낸다. 첵지는 붙일 수도 있고 붙이지 않을 수도 있다.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를 묶어맨다. 심방에 따라 종이를 가늘고 짧게 여러 가닥으로 오려 댓가지를 이은 부분에 술처럼 함께 달아매기도 한다. 몸통 부분의 양 옆에 초승달 모양의 종이를 붙이기도 한다.

3) 몸기

몸기는 영기와 함께 시왕맞이 초감제에서 신을 청할 때 사용하는 기메이다. 영기와 짝을 이룬다. 심방들은 보통 몸기가 시왕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몸’이라는 말에 견인되어 시왕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시왕기라는 기메가 따로 있어 이는 적절한 해석이라고 하기 어렵다. 몸기의 쓰임새나 무가의 면면을 생각하면 몸기는 ‘명기’命旗라고 할 수 있다. 심방은 시왕 일행을 청해 들이며 이 기메를 들고 춤을 춘다.

몸기도 창호지를 이용하여 만든다. 윗부분에는 양쪽 모서리를 각각 접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다. 아랫부분은 가운데를 타원형 모양으로 크게 오려서 2개의 다리 모양을 만든다. 다리처럼 된 부분에도 구멍을 만들어 모양을 낸다. 이를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묶어 맨다. 첵지는 붙일 수도 있고 붙이지 않을 수도 있다. 심방에 따라 종이를 가늘고 짧게 여러 가닥으로 오려 댓가지를 이은 부분에 술처럼 함께 달아매기도 한다. 역시 몸통 부분의 양 옆에 초승달 모양의 종이를 붙이기도 한다.

영기, 몸기(제주시 봉개동 김댁 시왕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기, 몸기(제주시 봉개동 김댁 시왕맞이, 와흘리 굿당, 2023)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한편, 심방에 따라서는 영기와 몸기의 모양을 반대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하나는 윗부분을 삼각형으로 하고 밑을 넓게 오려 두 다리가 있는 모양의 기메이고, 다른 하나는 윗부분을 그냥 그대로 두어 대나무를 붙이고 아랫부분은 다리를 넷으로 만든 모양의 기메가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전자를 몸기로 후자를 영기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전자를 영기로, 후자를 몸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4) 고리동반 너울지

고리동반 너울지는 고리동반이라는 떡을 감싸는 너울지이다. 이 기메는 <이공본풀이>와 밀접하다. ‘할락궁이’의 어머니 ‘원강암이’가 죽임을 당해 대나무 밭에 버려지자, 대나무가 그 시신을 뚫고 얼키설키 자라났다는 내용이 언급되는 대목에서 고리동반의 유래가 나온다. 고리동반은 굿판의 ‘보답상’ 위에 놓으며, 공시풀이를 할 때는 무구를 올리는 ‘공싯상’에도 놓는다.(공시풀이는 무업조상들을 대접하고 멩두의 내력과 심방의 생애를 풀어내는 제차이다. 강소전, 「제주도 굿의 ‘공시풀이’ 고찰: 이용옥 심방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무속학』 제14집, 한국무속학회, 2007 참고.)

고리동반은 방울떡과 벙게떡으로 구성된다. 방울떡은 계란 모양의 떡으로 가운데는 구멍이 나 있다. 모두 7개를 만든다. 벙게떡은 가운데가 약간 움푹하게 들어간 둥근 접시 모양의 떡이다. 납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리동반에서 일종의 방석 역할을 하는 떡이다. 이러한 고리동반의 위를 작은 종이에 여러 모양으로 구멍을 내어 오린 너울지로 감싸서 덮는 것이다.

고리동반 너울지(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고리동반 너울지(이중춘 심방 하직굿, 2011)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고리동반은 심방에게 주는 전상품이라는 뜻으로 ‘심방떡’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심방은 굿이 끝나면 고리동반 중 벙게떡은 자신의 집에 있는 당주에 가지고 가서 올린다. 한편 방울떡은 본주에게 돌아간다. 공시풀이가 끝나면 ‘고리동반풂’이라는 제차가 있다. 고리동반의 너울지를 걷고 심방이 방울떡, 천문, 상잔을 체에 놓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이를 본주의 치마 위로 던져 놓는다. 이는 점을 치는 행위로 떡 하나라도 바깥으로 튀어 나가면 좋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 방울떡은 아기를 나타낸다고 하며 본주는 이 방울떡을 먹어야 한다.

영집(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영집(김영철 심방 기메 전시회, 제주대 박물관, 2014)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5) 영집

영집은 영혼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의 기메이다. ‘독집’이라 고도 한다. 영집은 무혼굿에서 많이 쓰인다. 제주에서 무혼굿이란 주로 바다에서 익사한 영혼을 건져 내어 위로하고 저승으로 고이 보내는 굿을 말한다. 가늘게 쪼갠 대나무로 모자 같이 둥그런 틀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구멍을 낸 종이를 너울지처럼 씌워 붙인다. 이 영집 안에 쌀가루를 펴서 놓은 접시를 두었다가 나중에 그 가루 위에 생긴 표시를 보고 영혼의 상태를 점친다.

요왕 질대(조천읍 신흥리 잠수굿, 2009)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요왕 질대(조천읍 신흥리 잠수굿, 2009)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6) 요왕 질대

요왕 질대는 ‘요왕질’(용왕길)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메이다. 어로 관련 ‘영등굿’이나 ‘잠수굿’에서 ‘요왕질침’을 할 때 사용한다. 요왕질침은 용왕신과 그 일행이 오고가는 길을 깨끗이 치워 닦는 제차이다.

요왕 질대는 지전 뒤에 첵지를 붙이고 푸른 잎이 달린 댓가지에 달아매어 만든다. 여기에 지폐를 붙여 인정을 거는데, 발지전을 추가로 매달기도 한다. 요왕질침을 위해 제장에 멍석 혹은 스티로폼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 요왕 질대를 일렬로 세워 보통 8개씩 양쪽으로 꽂는다. 요왕질침 후반부에 양쪽의 요왕 질대를 각각 서로 맞잡아 묶은 다음 요왕문을 열려 맞자고 하면서 하나씩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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