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 선거구 문대림, 송재호 예비후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제주시 갑 선거구의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각종 폭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로 총구를 겨눈 두 예비후보가 한때 정치적 동지, ‘경제 공동체’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근했다는 점은 이야깃거리에 오르내리고 있다.

제주시 갑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을 벌이고 있는 송재호 예비후보와 문대림 예비후보 간의 대립은 사실상 '원팀' 서약이 무색해졌다. 이 선거구는 지난 20년간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독식했고, 아직 상대당인 국민의힘이 대표 후보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두 후보 간의 충돌은 주로 현역 의원인 송 예비후보에 대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 문 예비후보측이 의혹을 제기하면 송 예비후보가 방어하는 구도다. 공세는 주로 문 예비후보측 대변인이나 캠프 관계자, 익명의 제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후보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현 시점에서 송 예비후보를 둘러싼 의혹·논란은 크게 세 가지로 추려진다. △송재호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K 전 보좌관이 제기한 송 예비후보의 알코올중독 의혹 △문대림 캠프에서 제기한 후보 간 통화녹취록 △극우성향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기된 주식취득 및 탈세 의혹 등이다.

◇ 송재호, 전 보좌관發 '알코올중독' 의혹에 "임무 소홀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2022년초까지 송재호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K씨는 '양심고백'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송 예비후보의 알코올중독 의혹을 제기했다. K씨는 자신이 현재는 문 예비후보를 돕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K씨는 자신의 보좌관 재직 시절 송 예비후보가 음주로 인해 의정활동이나 대외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비서관과 송 예비후보 본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K씨는 송 예비후보가 음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던 간담회·워크숍·의원총회·본회의 일정 등을 캘린더 형태로 작성했다. 긴 시간 잠행을 이어간 송 의원의 행보에 의문을 품었던 언론기사를 첨부하기도 했다.

송 예비후보도 일정 부분 자신의 과오를 시인했다. 송 예비후보는 15일 주재한 정책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음주 이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게 제 약점이다. 술을 마시다보면 브레이크가 되질 않아 가급적 마시지 않으려 하는데, 사람인지라 간혹 힘들 때 두세번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 예비후보는 "21대 국회 초창기에 당선이 되고 나서 나타나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때 술을 좀 많이 마신 적이 있다"고 일정 불참에 대한 구체적인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송 예비후보는 "사람이 마시는 술을 가지고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저는 술로 인해 사회적으로 아주 작은 물의를 일으킨 적도, 술로 인해 제가 맡은 임무를 소홀히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K씨가 폭로한 잠적 시기가 길었진 시점에 대해서는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총선 출마를 하다보니 새로운 위원장이 오기 전까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선거법 위반 기소에 따른 검경 수사과정에 매달리느라 그랬을 뿐"이라고 했다. 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종합진단도 같이 받아서 상임위 출결이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 '윤석열 직통', '오 지사 재판 어려워' 사적 통화내용 폭로

송 예비후보와 문 예비후보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 및 녹취파일도 구설에 올랐다. 2023년 1월 11일자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이 녹취록에서 송 예비후보는 당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과 관련해 '죄질이 불량해 검찰이 2년쯤 구형하려 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심각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송 예비후보는 이원석 검찰총장과의 친분을 어필하며 '자신은 벌금 90만원으로 법원과 타협을 했다', '구형이 세면 타협을 하는데 오 지사는 타협 포지션이 아닐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이 '윤석열 직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녹취록을 각 언론사에 제공한 문 예비후보측은 "송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원석 총장과도 내통하는 사이인가"라며 "도민과 당원 앞에 자신의 발언이 사실인지 당장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해명에 나선 송 예비후보는 '오 지사 형량' 발언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법원과 타협이 가능하겠나. 변호 과정에서 법원의 재량적 여지가 적은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직통' 발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진 못하지만,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아주 친하고, 홍 회장과 윤 대통령 간 친분이 두텁기에 윤 대통령에게도 전할 수 있는 사이라는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 극우 유튜버 '주식 부당취득-탈세' 의혹에 "사실 아냐" 반박

모 극우성향 유튜버가 제기한 주식 취득 및 탈세 논란도 제기됐다. 해당 유튜버는 송 예비후보가 모 관광지 주식을 무상으로 취득하며 부당이득을 챙겼고, 자녀에 증여 과정에서 탈세가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송 예비후보측은 별도의 자료를 내고 "관광지 주식 3%는 관광개발학과 교수로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설립 과정에 노력해 그 공로로 취득한 통상적인 것으로 불법 논란이 될 수 없다"며 "차입금은 오래전에 변제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특히 "국회의원 당선 후 해당 주식은 백지신탁으로 처분했다"며 "이는 해당 관광지 감사로 있는 문 예비후보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2017년 결혼한 자녀의 집을 마련해주는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서는 실수를 인정했고, 현 시점에서는 해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송 예비후보측은 "아들 부부의 아파트 취득 시 현금으로 지원한 금액과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준 금액의 증여세가 누락돼 추후 신고불성실가산세를 포함해 납입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송 예비후보는 "당시 사회 초년생인 아들이 증여세를 낼 형편이 되지 못했던 것을 몰랐고,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증여세 누락 사실을 인지했다"며 "이후 아들 부부가 대출을 받아서 납부를 했다"고 관련 서류를 제시했다.

◇ 송재호, 섭섭함 표출하며 "고소 않겠다"...문대림측 "떳떳하면 고소하라" 신경전

송 예비후보는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문 후보에 직접적인 서운함을 표출했다. 두 후보가 오랜기간 마음을 나눈 정치적 동지였다는 점은 제주정가에 이미 파다했다.

송 예비후보는 네거티브로 치우치고 있는 선거전과 관련 "한 가족에서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어서 원팀 서약도 했다"며 "유권자 여러분과 제주도 당원 동지들에게 송구하다.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두 후보 간 대화를 나눈 녹취파일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문대림 후보가 정치적·정무적·인간적·동지적 관계로는 제가 제일 친한 사이다. (문 예비후보의)도의원 출마를 권유한 것도 저였고, 속에 있는 얘기도 많이 해왔다"며 "정치적 관계로 나눈 대화가 공개된 것에 대해 굉장히 곤혹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송 예비후보는 오영훈 지사의 기소와 관련된 대화 내용에 대해 "당시 문 예비후보가 (제주도지사 선거 경선)낙선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위로 차 했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오 지사도 제게 서운해 했다"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나눈 매우 사적인 대화였는데, 이렇게 흘러나와도 되는건가 싶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소·고발 등 법적문제로 비화시킬 의향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송 후보는 "저와 친했던 사이고, 일정 부분 제게 문제가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고려치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당원들이 나를 믿겠느냐는 문제가 있어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문 예비후보측은 "친한 사이라고 주장하며 고소·고발하지 않겠다는 송 후보의 주장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고소하지 않는다면 제기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문 예비후보측 김광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무엇이 두려운가. 불법이라 생각한다면 문 후보와 K 전 보좌관을 꼭 고소해야 한다"며 "16일 오후 6시까지 기다리겠다. 만약 고소하지 않는다면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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