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경보호 세출예산-도민1인 부담금, 전국 평균과 현격..."재원마련 절실"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자 민선8기 제주도정의 역점 과제인 '제주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제주섬 안팎의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하는 제주 지역여론과는 달리 부정적 프레임을 씌운 반발 여론도 만만찮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한국환경연구원(KEI)에 의뢰해 실시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최종보고서에는 제주특별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 분담금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환경보전기금 재원으로 편입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환경보전기여금이 제주의 관광수용력 강화와 방문객들의 책임의식 제고 수단으로써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스페인 카탈루냐와 발레아레스 제도, 이탈리아 베니스·밀라노·피렌체, 프랑스 파리, 미국 하와이 등 세계적인 관광지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입도세(Entry Tax)', 내지 '환경세(Eco Tax)' 부과를 도입해 안정화시킨 전례가 있다.

문제는 여론 악화에 대한 부담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반대 여론이 소위 '입도세'로 낙인찍는 사례고, 지역간 형평성, 거주이전의 자유 등의 논란이 뒤따르곤 했다.

다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한 관광 성장세를 보인 제주는 환경적 부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계적 형평성 논리를 들이대기에는 이미 제주도민들이 감당해야하는 역차별이 한계를 넘어서면서다.

관광객의 증가는 본질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인 '편익'과 부정적인 측면인 '비용'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이 비용이 편익과 비슷한 수준에 다다르거나 더 큰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도의 면적은 1850㎢, 인구는 67만6000명으로, 1㎢당 인구밀도는 365명이다. 이는 광역시와 수도권인 경기도를 제외하고 8개 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2005년 500만명 안팎이던 것이 2013년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19년 1393만명에 이르렀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관광객은 2023년 1334만명으로 회복했다.

이와 함께 한국관광공사가 통신사 가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광역지자체별 단위면적 당 연간 방문자 수를 살펴보면 제주는 대도시와 수도권을 제외한 8개 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면적이 넓고 산지지형이 많은 강원도와 비교할 때 제주의 방문객 밀도는 약 5배 가량 높았다.

과잉관광, 이른바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그 폐단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급증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관광자원의 훼손은 물론, 관광경험의 질적 하락에 따른 불만과 그로 인한 관광수요 감소로 관광산업을 위기에 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우려다. 2017년 제주도가 실시한 도민 환경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2.1%가 '제주 관광수용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답한 바 있다.

실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제주도 간 환경보호 분야 세출예산의 비중을 비교하면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2022년 기준 제주도 환경보호 분야 세출예산은 11.6%로, 전국 평균 9.5%에 비해 2.1% 가량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주민 수로 환산할 경우 제주도민 1인당 환경세출예산액은 104만7788원으로, 전국 평균 53만3130원에 51만5658원, 거의 2배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2016년까지만 해도 제주도민 67만5053원, 전국 평균 35만2378원으로 32만2676원 차이나던 것에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결과다.

생활폐기물 배출 현황도 과잉관광의 문제를 뒷받침한다. 제주도의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2010년까지 1인 기준 하루 1.1kg으로, 전국 평균인 하루 1.0kg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 이르러 제주의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하루 2.0kg로, 전국 평균 1.2kg의 2배에 육박했다.

그리고, 이는 관광·방문객 수의 증가와 정비례한다. 2010년 제주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23만3162톤에 이를 당시에는 관광·방문객 수는 757만8000명 수준이었던 반면, 2019년 폐기물 발생량이 45만228톤까지 증가할 당시 관광·방문객 수는 1528만6000명에 달했다.

2018~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 대비 제주의 총폐기물 발생 비율은 제주 인구점유율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반해 생활폐기물 발생 비율은 2배 높게 나타났다. 제주도의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제주도 자체의 인구 유입과 소비활동 변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지만, 그중 관광객의 증가가 주된 요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결과다.

특히 제주의 경우 환경예산의 90% 이상이 환경기초시설 및 오염원 처리에 쓰여 상대적으로 육지부 타 지자체에 비해 생태계 보전 등의 재원 마련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진은 "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제주관광자원의 핵심인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보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점에서 제주의 자연환경 보전 및 관리를 위한 재원 마련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사한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대응 수단으로서 관광객에게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비용의 일부를 부과하는 분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제주 입장에서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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