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기여금 도입 용역 "특별법·부담금법 개정...정부가 직접 주도해야”

윤석열 정부와 오영훈 제주도정이 공통적으로 공약했던 가칭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용역이 완료됐다.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금전지급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실현하면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 분담금 조항을 신설하고, 거둬들인 분담금은 환경보전기금의 재원으로 편입해 제주도 자연환경 보전 및 복구 사업에만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활용방안까지 제시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한국환경연구원(KEI)에 의뢰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최종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입도객이 급증하면서 제주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시된 대안이다. 관광객 증가와 맞물린 생활폐기물, 하수 배출, 대기오염, 교통혼잡 등의 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인 미국 하와이를 비롯해 스페인 마요르카, 몰디브, 일본과 호주 일부 지역에서 환경세 명목의 부담금을 매긴 전례가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12년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도입이 시도됐고, 2017년에는 '환경보전기여금' 내지 '환경보전분담금' 등의 이름으로 재추진됐지만 소위 '입도세'라는 낙인이 찍히며 반발여론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한동안 표류하던 환경보전기여금 논의는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통적으로 공약한데 이어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역점 추진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번 연구용역 역시 그간 제기된 논의의 종지부를 찍고, 실질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됐다.

용역진은 "제주도의 환경보전 실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응한 환경재정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며 "생활폐기물 분야에서는 방문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타 지자체 대비 제주도의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이와 함께 생활폐기물 처리비용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제주도의 1일 평균 유입하수량도 매년 증가하면서 하수처리시설 가동률도 동시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또 "제주도의 렌터카 등록대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기 및 교통 분야의 혼잡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환경비용도 증가해 2022년 기준 제주도민의 1인당 환경세출예산은 104만7788원으로 여전히 전국 평균 53만3130원보다 약 2배 정도 많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전국적인 여론이 곱지 않다는데 있다. 제도 실행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이 제도 도입을 위해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지역간 형평성 논리에 막혀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사실상 끝나면서 해당 법안 역시 자동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구진은 타 지자체와의 일률적이고 형식적 평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사례라고 해석했다. 제주도민의 부담이 커진 현 상황은 '모든 국민은 누구든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타 시도의 분담금 도입에 관한 문제는 입법사항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입법 심의를 통해 타 시도의 분담금 도입의 필요성이 합리적으로 인정된다면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국가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고, 자치권 확대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다. 추후 강원도와 울릉도 등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필요로 하는 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또 연구진은 "환경보전기여금이 제주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 제한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기본권 제한의 합헌성 판단기준인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즉, 환경보전기여금이 제주 주민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제주 자연환경 및 생태계서비스 이용을 위한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이라면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해석이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특별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 분담금 조항을 신설하고, 이 분담금은 환경보전기금의 재원으로 편입해 제주도 자연환경 보전 및 복구 사업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입법효과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생물다양성법' 등 관련된 개별법의 개정을 통해 공원이나 일정 지역에 한정해 이용료 성격의 금전지급의무를 관광객 등에게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단순히 제주도에 전적으로 일임하기보다는 한라산과 해양을 포함한 제주의 자연유산을 내실 있게 보전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를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금 논의해야 한다"며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이 국내에서는 최초이지만 서구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에게 일정 부분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고 당연시되는 상황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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