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범 칼럼] 자고로 아무리 절대왕정이라도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었다 역사적 변곡점 지난 주말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다시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서울에서만 광화문의 사방의 수 킬로미터에 걸친 차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숫자가 사상최고인 100만 명을 넘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제주에서도 시청 앞 넓지 않은 공터가 턱없이 비좁음을 증명하듯 버스차선까지 침범해가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시민들이 족히 일천 명은 넘어 보였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마녀의 주술에...
[김헌범 칼럼] ‘돈이 곧 실력’이 되는 나라는 지옥보다 나라일 수밖에 없다 사상최악의 대선후보들 미국 대선이 뜨겁다. 하지만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되는 2016년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미래를 위한 정책은 실종되고 성추문과 비방만 난무하는 사상 최악의 추악한 선거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대착오적인 극우적 성향에다 대통령후보라기엔 수준미달의 비상식적인 막말과 기행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후보.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패권주의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국제적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미국과 세계의 현실에도 ...
[김헌범 칼럼] 건강한 국가가 되려면 한 해의 수확 나누는 기쁨은 열심히 일한 모두의 것이 돼야 명절이 서러운 사람들 한가위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둔 저녁하늘 동네어귀에 어슴푸레 떠오른 달. 저 반달이 이번 중추절에도 예나 다름없이 한 해중 가장 몸집을 불리고 환한 표정을 지을 것이라는 무심함이 가슴 아프다. 약자들과 서민들의 삶이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이 땅에서 저 달만큼은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함께 나눠 받을 수 있는 것일까. 한때 추석이면 우리 모두가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떡방아로 찧은” 둥그런 떡으로 ...
[김헌범칼럼] 정부정책 반대 국민들에 괴담과 외부 세력 프레임으로 물타기 '여전한 구태' 박가의 보도 고고도(高高度)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만만치 않다. 사드 배치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4년 만에 열리는 지구촌의 최대 스포츠 잔치인 올림픽에 기대를 잔뜩 걸었던 때문이었을까. 국회에서 사드배치설을 강력히 부인하느라 국방부 장관의 입술에 묻었던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청와대는 사드의 성주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변변한 변명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김헌범 칼럼] 언론이 제대로 서지 않고서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일인지상 일인지하 역시 권력은 강했다. 우리나라 최고 언론인 KBS도 정권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선 쥐와 같았다. 세월호 참사초기 정부의 구조 대책 및 사고수습 관련보도를 둘러싼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 간에 오갔던 통화녹취록은 정권의 언론통제에 대한 세간의 추측을 대부분 사실로 입증했다. 당시 통화의 직접 당사자였던 청와대 홍보수석. 오죽해야 ‘내시’로 불리었을까. 그 ‘영광스런’ 별칭을 얻기까지 대통령 앞에서는 ‘간, 쓸개’를 다 내놓았을 그가 ...
[김헌범 칼럼] 20대 총선결과에도 여전히 민심과 따로 노는 정치인들 빨강과 파랑의 동상이몽 4월 13일 드디어 총선 투표함의 뚜껑이 열렸다. 순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꿈을 꾸던 정치인들의 얼굴에는 각양각색의 표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선거상황 중계판을 온통 빨강으로 물들이는 ‘적화’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고 그 실현의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여당 중진들의 얼굴은 새파란 안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패자가 있으면 승자도 있는 법. 얼굴의 적화를 달성한 것은 ‘초록은 동색’인 두 야당 지도부였다. 파랗고 푸르게 물들어가는 TV...
[김헌범 칼럼] 비등점에 이른 정치혐오증, 그래도 한 표의 표심은 필요하다 사감(私感)과 사욕(私慾)의 공천 추악한 역사는 그것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반복되는 것인가. 아무리 “남 얘기하기 쉽다”고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여야의 공천 행태는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에 비춰 봐도 너무나 비상식적이었다. “요즘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일은 본디 ‘얼굴이 두꺼운’ 우리 정치판의 지도자들에겐 더 이상 수치스런 일도 아니었다. 정치의 문외한으로서 감히 이번 공천을 요약하자면, 여당은...
분야를 초월해 '모바일'과의 접목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시대. 관광도 예외일 수 없다. 제주의 토종 ICT기업 제주넷은 증강현실과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 '이야기속 제주'를 통해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색다르게 선보이고 있다. 에서는 '이야기속 제주'의 콘텐츠를 매주 한 번씩 펼쳐놓는다.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알기쉽게 마주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이야기속 제주] (29) 구룡석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안가, 속칭 '남수왓' 동쪽 근처에는 용구못(龍九池)이라는 큰 연못이 있다. 이 못에...
[김헌범 칼럼] 국민이 한 장의 투표지로만 보이는 정치인들의 이기적 사고방식 동네 슈퍼의 현직 의원 벌써 3월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닥쳤다. 제법 세찬 눈발까지 날리는 초봄의 때 아닌 반짝 추위, 그럼에도 도로변에 버티고 서서 무심하게 오가는 자동차들에 답례 없는 공손한 인사를 드리는 예비후보자들의 인위적인 우직함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또 가족까지 동원하며 동네 슈퍼 입구까지 치고 들어와 친히 명함을 돌리는 현역 의원의 이례적 극성도 바야흐로 본격적인 총선시즌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물론 진심이 의심스럽지만 임기 중엔 그렇게도...
[김헌범 칼럼] 이 정부에게는 열녀 논개의 후손들의 절개가 그토록 값싼 것이었던가새해 같지 않은 새해을미년이 가고 드디어 병신년의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새해의 밝음이 밝지 않고 새해가 새해 같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긋지긋할 정도로 유독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였다. 버티기만 해도 잘 지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던 한 해였다. 하지만 묵은해를 보내고 동녘 잿빛 하늘 한복판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태양도 지난해의 앙금처럼 남아있던 암담한 기분을 좀처럼 가시게 하지 못한다. 새해의 첫날에 갖는 맹목적인 관념으로도 올해는 ...
[김헌범 칼럼] 국정화 결정 후 더욱 강경해진 정부 이름 없는 집필진결국 국사책 국정화가 강행됐다. 애초부터 국정화를 맘먹은 정부에게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국정화 행정고시기간은 단지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그 기간 동안 의견수렴을 전담하는 교육부의 팩스는 아예 꺼져있었고, 국가적 긴급사태에나 꺼내 쓸 수 있다는 예비비를 편법적으로 집행해 국정화 홍보를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언론광고만이 있을 뿐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해 온 이 정부의 독선적 행보의 단면이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 10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결의대회 및 시민사회 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국정교과서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희훈.[김헌범 칼럼] 국민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막무가내식 국정화 추진국사책의 종북화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정말로 강행할 모양이다. 국민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다. 얼마 전엔 국회의 감시를 피해 국사편찬 준비에 예비비를 투입하는 꼼수를 쓴 게 들통 났다. 그러다가 그저께는 정부가 교육부 내 전담팀과는 별도로 지난 9월부터 국정화 추진을 위한 비밀 아지트라는 곳...
[김헌범 칼럼] ‘좋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쪼개기’인가백기를 든 한국노총노동개혁안이 드디어 노사정 협상에서 전격 타결됐다. 이번 노동개혁에 대해 노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됐으나 의외로 협상이 싱겁게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협상은 절차와 과정 그리고 내용 등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말이 협상이지 정부의 자세는 한마디로 노측에 백기를 들라고 윽박지르는 것에 다름없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어렵고 중대한 문제니만큼 신중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노동자들 전체의 자발적인 합의를 최대한 끌어내는 과...
[김헌범 칼럼] 다시 기승을 부리는 사대주의적 사고▲ 다문화 가정과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대형 시민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성대한 70주년 승전기념식참 무더운 올 여름. 뜨겁게 달궈진 대지를 조금이라도 식혀줄 한 줄기 비가 아쉽다. 꾸역꾸역 넘기는 삼복더위가 힘겹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벌써 눈앞에 다가온 광복절이 70주년을 맞는단다. 70이라는 숫자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금년 광복절은 이례적으로 특별연휴로 지정됐다. 축제분위기 조성에...
[김헌범 칼럼] “그놈아만 와 이리 좋게 됐노”원내대표 찍어내기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국무회의 공개석상에서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 후 불과 13일만이다. 노한 대통령의 심기는 초입에 선 한 여름의 무더위를 일거에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백 육십 명의 콧대 높은 여당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그 분의 추상같은 영을 받들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권고안을 가결시켰다. 윗분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남달라서 국회의원들이 된 것인지 자신들이 투표로 선출한 원내대표를 물러서게 하는데 표결이 아닌 박수로 결정했다. 무...
[김헌범 칼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리정치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여당의 압승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설레발치던 야당의 기대와 달리 승리는 역시 ‘선거의 신’ 여당의 몫이었다. 무소속이 당선된 광주서구을이 야당의 텃밭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은 모든 선거구에서 전승을 거둔 셈이다. 잔여임기가 일 년에 불과한 국회의원직이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던 선거였다. 그랬던 만큼 승리의 열매는 그분들에게 더욱 달콤했다. 청와대 및 여당인사들은 격한 기쁨을 감추려고 애썼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입가...
[김헌범 칼럼] 강정마을에서 만난 두 노인 (2)삼보일배하는 오철근 선생문 신부와 헤어진 후 강정포구로 내려왔다. 포구로 가는 길에도 끝없는 철제울타리가 마을과 기지를 동서로 가르고 있었다. 돌담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소로가 대부분인 우리고장의 여느 포구 길과는 사뭇 달랐다. 도로를 확장하고 있는 듯 길 양옆으로 파란 그물망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그 안에서 굴삭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뒤집은 흙더미를 다지고 있었다.▲ 강정마을에서 만난 오철근 선생. ⓒ 제주의소리그때였다. 앞 차창 저 멀리 누군가 삼보일배하는 모습이 희미하...
[김헌범 칼럼] 강정마을에서 만난 두 노인 (1)강정마을을 가다4.3 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토요일 강정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는 여느 농촌 마을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방문 전 예상했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강정의 거리는 분명히 차분한 느낌은 아니었다. 농촌의 마을 치고 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도로 양옆으로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들과 팻말들이 시위대들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시위를 멈추고 예전의 일상이었던 농사일로 돌아간 것 같...
[김헌범 칼럼] 물고기 잡으러 산으로 올라가는 국정 운영시기 놓친 인사드디어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의 교체가 완료됐다. 정부와 청와대의 두 핵심 요직의 교체 필요성이 회자된 지 약 일 년, 대통령 임기가 5년임을 감안하면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그동안 현 정권이 세월호 참사와 비선의혹, 그리고 연말정산폭탄 등 결정적인 치명타를 맞고 휘청댈 때마다 ‘민심 돌리기’를 위한 타개책으로 점쳐져 왔던 게 대폭 개각이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그러나 만사에는 시기가 있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들기고...
[김헌범 칼럼] 국민들이 기꺼이 세금내고 싶은 국가부터 되라만만한 게 직장인드디어 매년 봉급쟁이들이 낸 세금을 정산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이전엔 연말정산은 언제나 봉급쟁이들에게 ‘13번째 봉급’ 혹은 ‘13월의 보너스’라 불리며 고달픈 생활에 드문 즐거움을 안겨줬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올해 연말정산은 오히려 ‘13월의 악몽’이 돼버렸다. 정부가 세금공제 방식을 새로 바꿨기 때문이다. 작년 초 정부와 국회가 예산타령하며 서로 맞장구치는 것부터가 수상했다. 그렇잖아도 엄청난 고물가 시대에도 직장인들의 월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