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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이 삼촌’ 작가인 현기영 소설가(가운데)는 5일 제주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역사, 문화예술 관계자들과 함께 “4.3왜곡자 서경석(목사) 제주강연은 4.3유족과 제주도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4.3왜곡 서경석 목사 초청강연 강행?…현기영 소설가 등 "3.1영령과 제주도민 우롱 처사" 강력 비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민간인 최순실 씨에 의한 국정농단 파문이 ‘촛불민심’으로 모아진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제주 항일운동의 성지인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촛불민심을 친북세력으로 동일시하는 시국강연회가 강행될 예정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시국 강연은 당초 스마트폰 교육을 명분으로 강연 대관 신청을 했고, 기념관 측은 행사의 본질이 알려진 후에도 대관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제주4·3을 좌익폭도들에 의한 무장반란 사건이라고 정의한 ‘제주4·3바로잡기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로 활동한 극우 인사 서경석 목사가 강연에 나서고, 신구범 전 도지사까지 이번 강연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애국탐라인연합회와 하모니십연구소는 오는 6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 소재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스마트폰 활용법 및 자유·법치 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애국탐라인연합회 등 주최 측이 미리 배포한 이번 강연회 홍보물에는 ‘1.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자! ▪ 위대한 세대가 이 나라를 부강 시켰다. ▪ 후손들에게 자유 대한민국을 물려주자. / 2. 법치로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자! ▪ 헌법과 법치가 질서다. ▪ 촛불·친북 세력은 질서를 파괴 말라. / 3. 공정한 탄핵 심판을 하라! ▪ 헌법과 법률에 의한 심판을 하라. ▪ 촛불 아닌 양심에 따라 심판하라.’ 고 되어 있다. 

촛불 민심을 친북세력과 동일시하는 표현은 물론, 탄핵심판이 공정하지 않을 우려와 , 탄핵이 헌법과 법률이 아닌 촛불 민심에 의해 심판되고 있다는 뉘앙스를 비쳤다.  

특히 이날 첫 강연자인 서경석 목사는 그동안 제주4·3을 좌익폭도들에 의한 무장반란 사건이라고 4.3을 근본적으로 왜곡해온 극우 인사로, 이날 강연을 계기로 제주에 ‘애국탐라인연합회(가칭)’라는 단체가 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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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애국탐라인연합회와 하모니십연구소가 6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 소재 제주항일기념관에서 개최할 예정인 ‘스마트폰 활용법 및 자유·법치 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 행사 계획표.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이날 행사계획표에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느영나영문화예술단의 식전 공연 후 오후2시부터 50분간 전문강사의 스마트폰 교육이 이뤄진 후, 신백훈 하모니십연구소장의 내빈소개와 김효 제주대 교수의 개회식 진행 후, 서경석 목사와 신구범 지사의 강의가 각각 20분씩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신백훈 소장의 하모니십 강의와 애국선열추모탑 참배 일정으로 오후 5시 행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순이 삼촌’ 작가인 현기영 소설가는 5일 제주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4.3왜곡자 서경석(목사) 제주강연은 4.3유족과 제주도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항일정신의 산 교육장인 항일기념관을 이념논쟁의 장으로 물들이지 말고, 3.1영령들을 욕보이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재부 제주항일기념관장은 이날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이번 강연회는 이미 허가를 내줬고, 이제 와서 대관 취소 할 수 없다”며 “기념관 이용율이 저조한 데 이번 강연회로 항일기념관이 많이 알려져서 대관이 많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념관 이용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강연 내용이) 민감하든 민감하지 않던 (앞으로도) 대관 허가 하겠다. 정치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대관 강행’ 입장을 밝혔다. 

 신구범 전 지사 “난 강연에 초청됐을 뿐, 강연 내용 예단 말라” 선 그어

초청 강연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신구범 전 지사도 이날 통화에서 “난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강연에 갈 뿐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시국강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순실 사태 이후 노인들이 열 받았다. 미리 강연 내용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 어떤 강연을 할지는 직접 와서 들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시국강연회가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5일부터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시민사회와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피켓시위가 열리는 등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작가회의 이종형 시인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강연도 열릴 수 있다. 다만, 장소가 문제다. 자유민주주의를 일궈낸 항일운동의 성지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든 국정농단 주범을 옹호하는 시국강연회가 열린다는 것은 항일성지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항일기념관은 우리 민족과 제주도민의 독립정신과 혼이 깃든 성지(聖地)로서, 민족의 자존심과 민주·자주·독립국가의 위상을 알려온 공간이다. 

제주항일기념관은 지난 1988년 6월30일 조천읍 유지 46명을 중심으로 조천 만세동산성역화 추진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1997년 8월15일 제52주년 광복절 경축일에 제주항일기념관이 공식 개관됐다. 

이후 2009년 1월9일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진흥본부 박물관운영부 항일기념관인 제주도 산하 기관으로 조직 개편됐고, 2011년 1월19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 항일기념관으로 재개편돼 여전히 도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제주도내 104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은 촛불민심을 '친북세력'과 동일시하는 이번 시국강연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6일 오전 발표키로 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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