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2월7일 선고 예정…검찰 첫 무죄구형 이어 법원 공소기각 아닌 무죄 선고 기대감

올해 초 국민보도연맹을 시작으로 여순사건 재심까지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면서 제주4.3사건도 사상 첫 무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6일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두황(93)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8명에 대한 재심사건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앞선 2018년 10월 열린 4.3생존수형인 첫 재심 재판에서 재판 기록이 없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못한 만큼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라며 공소기각을 재판부에 요구했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그대로 끝내는 절차다. 이 경우 검찰 스스로 70년 전 공소제기 문제를 인정한 상황이 된다.

반면 이날 검찰은 무죄를 요청했다. 4.3관련 재심사건 중 무죄 구형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기조 변화는 최근 이뤄진 보도연맹과 여순사건 재판의 영향이 컸다.

재심사건은 공소사실 자체가 특정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 4.3과 여순사건, 보도연맹은 공소장과 판결문 등 공식적인 재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때문에 법원이 재심사건에 대한 개시결정을 내려도 검찰은 공소사실을 특정 짓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판에서 줄곧 공소기각 의견을 유지해 왔다.

반면 올해 1월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가 내란죄와 국권 문란죄로 사형이 집행된 故 장환봉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를 선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일부가 제주 4.3 사건 진압을 위한 출병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반란 사건이다.

장씨는 반란군을 지원했다는 누명을 쓰고 체포돼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유족들이 2013년 재심을 청구하면서 6년 만에 가까스로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졌다.

검찰은 사형집행명령서 외에 판결문 등 재판 기록을 찾지 못했지만 역사적 사실과 관계인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공소사실을 특정했다. 

올해 2월14일에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1부가 보도연맹에 휘말려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故 박영조씨 등 6명의 재심사건에서 첫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보도연맹은 1949년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한다며 만들어진 관변단체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정부는 보도연맹원이 인민군에 동조할 수 있다며 불법으로 체포하고 학살했다.

두 사건 모두 법원은 70년 전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 기록이 없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과 내란죄 등 혐의 적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이 과거사 관련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을 폭넓게 해석하면서 4.3사건도 검찰의 첫 무죄 구형으로 이어졌다. 공소사실이 특정되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방어권 행사도 가능해진다.

재판부는 12월7일 오전 9시40분을 선고 공판을 열어 1심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