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여론조사 기간’ 또 연기…제3의 기관 선정, 국토부 수용 여부 곳곳 암초

[기사수정=1월11일 오후 5시45분] 당초 1월11일까지 완료하기로 한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가 또 연기됐다. 그러나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을 통한 우회로가 열렸고, 당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수렴을 담보할 제3의 기관 선정은 난제다.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과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은 1월11일 오후 3시 의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2월11일 발표한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 에 대한 조정 내용을 브리핑했다.

당초 합의문에 있던 “여론조사는 2021년 1월11일까지 완료한다. 단,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1회에 한해 10일 이내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여론조사 기간은 세부 조사방안에 대해 협의해 정한다”고 변경했다. 조사 자체가 난항에 부딪히면서 사실상 여론조사에 따른 데드라인을 없앤 것이다.

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는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에서 실시하는 선거여론조사에 문항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다.

앞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언론사의 선거여론조사 조사문항에 ‘제2공항 찬반 문항’을 포함한 조사가 가능한 지,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언론사에서 정당지지도 등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제2공항 찬반 문항을 포함해 실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가능하다”고 회신함으로써 언론사를 포함한 제3의 기관이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자체비용으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언론사에 공무원이 제2공항 찬반 문항을 포함해주도록 요청 또는 협의하는 것만으로는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언론사에 제2공항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해 공무원이 요청하거나 협의할 수 있다고 해석해 ‘족쇄’가 풀린 셈이다.

1월11일 오후 3시 의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 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왼쪽)과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1월11일 오후 3시 의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 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왼쪽)과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문제는 여론조사의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기관 선정이다. 특정 언론사 단독으로 수행할 경우 그 동안 각 언론사의 성향과 논조를 문제 삼아 객관성·공정성에 흠집이 나기 쉽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선거여론조사에 제2공항 조사를 끼워넣는 방식이라 이 역시 문항 정리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기자협회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지위 여부가 모호하고 6000만원 정도의 여론조사 비용 문제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홍명환 의원은 “도민의 50% 정도는 휴대전화만 있고, 유선전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심번호를 활용하지 않으면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도와 의회가 직접 수행할 수 없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이 안심번호를 발급받아 조사하는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제주도와 의회의 공동조사가 아닌 제3의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100%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국토부는 지난해 당정 협의를 통해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제2공항에 대해 도민 의견을 수렴한다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제주도와 의회가 합리적이고 객관적 절차 합의를 전제로 제3의 기관을 통해 추진한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부가 수용하지 않을 명분도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불가피하게 제3의 기관이 조사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토부에) 전달했다. 국토부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많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에 ‘제3의 기관 여론조사’ 결과 수용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 찬-반 의견이 오차범위 내일 때다. 오롯이 국토부의 정책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 단 1%이라도 높은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상헌 단장은 “그렇게 되면 국토부의 결정권은 ‘0’이 된다. 적어도 도에서는 ‘참고용’이라고 한 만큼 국토부가 제반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홍명환 의원은 “국토부는 (찬성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없이는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도의회 특위와의 간담회에서는 단 1%라도 반대가 높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국토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도와는 온도차가 여전했다.

여론조사는 언론사 등 제3의 기관 선정, 안심번호 발급 요청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빠르면 15일에서 20일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여론조사기관 2곳에 의뢰해 각각 제주도민 2000명에 대한 제2공항 찬․반 조사와 함께 성산읍 주민 500명에 대한 별도 조사를 진행키로 합의한 바 있다. 여론조사 비용은 61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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