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폐지 여론 일관…논란 종지부 필요

그래픽 이미지=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그래픽 이미지=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교육의원 존폐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4년을 주기로 논란이 재연됐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감한 쥐’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사실 대세는 오래전에 기울었다. 민심은 ‘폐지’였다. 

그들(교장 출신)만의 리그, 다양한 교육주체의 접근 봉쇄, 교육감으로 가기위한 징검다리, 깜깜이 선거, 무투표 당선, 고유 영역(교육)을 넘어서는 과다한 대표성…. 존재 이유에 딸려나오는 의문부호들은 한둘이 아니다. 혹자는 교육의원 제도 자체가 교육자치에 대한 역행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여론은 일관적이었다. 10여년동안 시민단체 등이 주도한 공론화 노력의 결과였다. 

몇가지 사례를 추려보자. 2021년 12월 한국교육행정학회 조사가 대표적이다. 교육의원 제도를 개선하기 보다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를 물었다. 43.5%가  찬성했다. 반대는 28.2%에 그쳤다. 그 누구도 아닌, 제주도교육청이 의뢰한 조사였다.

같은해 7월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도 있다. 인구수 증감에 따른 선거구 획정 방향에 대해 물었더니 응답자의 45%가 ‘교육의원 제도 조정’을 꼽았다.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는 방증이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언론4사가 25~26일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을 통해 도민 1009명에게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견해를 묻자 폐지 의견(44.3%)이 유지 의견(34.8%) 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았다.

아니러니하게도 도의원들은 더 적극적(?)이었다. 2019년 1월 [제주의소리]가 현역 도의원 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23명(53.4%)이 교육의원 폐지 의견을 제시했다. 피선거권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의원도 11명(25.5%)에 달했다. 심지어 교육의원 1명도 이에 동조했다. 

4년여 전이다. 2017년 도의원선거구 획정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도의원 70%가 교육의원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의원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고, 정작 본인들도 교육의원 제도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여태껏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교육의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어쩌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준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다만 한가지, 이번 개정안이 도의원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겪고있는 상황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꼼수로 등장한 것은 아닌지, 단지 그런 이유 만이라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개정안 발의 소식에 최근 제주사회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당사자인 교육의원들의 반발이야 그렇다쳐도 시민사회까지 양쪽으로 극명하게 갈린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전교조 제주지부가 맞선 형국이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반발하는 쪽의 ‘의견 수렴 부재’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0년 넘게 이어져온 존폐 논란 과정에서 수없이 실시된 여론조사는 무엇이고, 시민사회의 꾸준한 제도 개선 노력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한 공론화 노력 탓인지 여론은 줄곧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전국 유일의 교육의원 제도가 있는 지역의 교육수장으로서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석문 교육감이 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의 교육의원 존속 입장문 채택에 앞장섰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의 교육감 진출에 발판이 된 교육의원에 대한 향수 내지 고마움의 표시가 아니었길 바란다. 

“이번 법안은 제주에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라 교육의원 폐지가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자치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장문엔 이미 다른 시도에서는 사라진 교육의원 제도를 전국적인 이슈로 끌어올리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3명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의도에선 동료 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그 내용이 당론에 위배되거나 논란의 소지가 없는 한, 요청이 있을 경우 설사 당적이 다르더라도 서명해주는게 관례처럼 돼 있다. 이른바 ‘발의 부조’다. 이 점에서 3명의 서명 불참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당이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은 절차는 여야 합의 정도다. 정개특위에서도 별다른 논란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교육자치가 사라진다면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교육자치가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교육자치의 실종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로인한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하루빨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아꼈으면 한다. 교육의원 존폐를 둘러싼 끝모를 논란에 도민들이 느낄 피로를 덜어줄 때도 됐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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