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사죄 마지노선 21일까지 '묵묵부답'...공식사과 김재원과 상반

잇단 4.3망발로 공분을 샀던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끝내 제주 도민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 4.3유족·단체들이 사죄 시한으로 설정한 21일까지도 입을 열지 않으며 여권 지도부를 향한 도민들의 분노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70개 단체는 4.3 왜곡·폄훼 발언을 일삼은 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공식 사과표명 날짜 기한은 21일까지로 정했다. 사과의 진정성이 있다면 굳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사죄 기한이 다다랐지만 4.3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1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서라도 관련 언급이 나올지 기대됐으나, 태 최고위원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연일 개인 SNS를 통해 야당을 힐난하고, 윤석열 정부를 두둔하면서도 4.3에 대한 사과 요구는 외면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4.3폄훼' 사례로 묶였지만, 사실 김 최고위원과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결이 달랐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4.3에 대한 몰지각에 의한 것이었다면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의도적인 역사왜곡이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 1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을 위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제주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당대회 시작과 동시에 터져나온 당시 태 후보의 돌발발언은 4.3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극우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원투표 100%'라는 전당대회 선출 규정에 따라 4.3을 이념몰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최고위원에 선출된 이후에도 태 최고위원의 망발은 계속됐다.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당일날에는 종전 자신의 발언에 대한 도민사회의 사과 요구에 대해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이나 폄훼를 한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태 최고위원은 "유족이나 피해자 단체가 내 발언의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사과를 요구한 4.3유족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북한에서 배웠다는 태 최고위원의 주장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4.3특별법에 따라 발간된 제주4.3진상보고서는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라 정의하고 있다.

남로당 제주도당에 의해 촉발됐을 뿐, 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극우단체가 주장하는 '북한의 지령설' 내지 '공산폭동'이라는 표현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이는 4.3특별법이 명시한 '진상조사 결과에 관한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되는 명백한 법 위반이기도 하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4.3왜곡 발언 외에도 잇따른 설화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명예를 폄훼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원색적인 발언을 터뜨리며 연일 구설에 올랐다. 당내에서도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며 징계 여부까지 검토중인 상황이다.

이에 반해 윤석열 대통령의 4.3희생자 추념식 불참 논란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4.3추념식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발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유족들 앞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비록 국민의힘 당내 원회 징계 가능성이 언급된 직후에 나온 사과에 대해 진정성은 의심됐지만, 그래도 직접 제주를 찾아 고개를 숙인 김 최고위원의 행보는 태 최고위원과 대비를 이뤘다.

제주4.3유족회 관계자는 "21일까지 기한을 정한 것은 최소한의 기회를 주는 차원이었다. 태 최고위원이 진정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사과했을 일이었다"며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예고했던대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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