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정보원 주도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제주 ‘ㅎㄱㅎ’ 국가보안법 사건의 피고인들이 대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15일 광주고등법원은 재항고 관련 기록 일체를 대법원에 발송했다. 조만간 사건이 접수되면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며, 대법원 판단이 이뤄진 뒤에 본격적인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1심 심리는 제주지방법원 형사합의부가 맡는다.

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강은주(53)씨,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고창건(53)·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박현우(48)씨 등 3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국가보안법 상 간첩 등 혐의를 받으며, 고씨와 박씨는 같은 법  이적단체의구성 등의 혐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귀국해 고씨, 박씨와 함께 반국가단체 ‘ㅎㄱㅎ’를 구성해 북한 지령에 따라 반정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2년 10~11월 사이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와 ‘제주촛불문화제’ 등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반정부 활동으로 보고 있다. 

피고인들은 공판준비기일부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과거의 악법으로 분류돼 폐지 여론이 커지는 ‘국가보안법’ 잣대를 현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일반 배심원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피고인 3명의 혐의 입증을 위해 45명에 달하는 증인신문을 예고했다. 또 국가보안법 특성상 수사 기밀 유출 등 우려가 있어 국민참여재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제주지법은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했다. 

대법원는 내부 지침으로 국민참여재판을 3일 이내 마무리하도록 하는데, 제주지법은 강씨 등 3명에 대한 사건 기록이 방대해 장기간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가보안법 특성상 신중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해 일반 배심원단에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등의 이유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유·무죄를 판단하는 절차를 거친다. 배심원단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배심원단의 결정은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국민참여재판이 배제되자 피고인 측은 ‘즉시항고’했지만, 최근 광주고법도 국민참여재판 배제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이 배제되자 피고인 측이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에 판단을 요구한 상황이며, 제주 국가보안법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는 내년에야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