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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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ㄱㅎ’ 제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재판부에 반발하며 중도 퇴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강은주씨(54), 전국농민회총연맹 전 사무총장 고창건씨(54), 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박현우씨(49)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29일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귀국한 강씨가 고씨, 박씨와 함께 반국가단체 ‘ㅎㄱㅎ’를 구성해 반정부 활동을 벌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이다.

강씨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만나 암호장비를 받고 귀국해 북한으로부터 13차례 지령문을 받고 반국가단체와 김정은 일가를 찬양하는 등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전송한 혐의다.

더불어 고씨, 박씨와 공모해 ㅎㄱㅎ 결성을 준비하며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강령을 하여받고 부분 조직을 총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씨와 박씨는 ㅎㄱㅎ을 결성하고 정부 규탄 대회에 참가해 반정부 활동한 혐의, 대북활동을 하는 강씨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신분 확인 절차와 검찰의 공소 요지 설명 순으로 진행됐는데, 신분 확인 절차부터 변호인과 재판부 간 실랑이가 빚어졌다.

재판부가 강씨를 호명한 뒤 얼굴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하자 변호인 측은 “환자라고 하는데 왜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시냐.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면 신분증을 드리겠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에 재판부가 “감기나 호흡성 질환이 걸린 사실이 있으시냐. 피고인의 신체와 체격, 얼굴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하자 변호인은 “제가 판사님 신분을 확인해도 되는가. 당연한 것조차확인해야 하는가. 신분증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번에는 재판부가 두 번째 피고인인 고씨에게 자리에서 일어나달라고 하자 변호인은 “방금 차례차례 (모든 피고인의) 신분증을 받았다”고 말하며 급기야 자리를 박차고 판사석 앞까지 다가갔다.

재판부의 요청으로 법정 경위들이 변호인을 저지하자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이 “변호인에게 손대지 마라”, “암 환자에게 마스크를 벗으라니 재판을 하자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가 순식간에 격앙됐다.

변호인 측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의 정당한 재판 진행을 위해 지난 공판 준비기일의 녹음을 공개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기야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재판장의 허가 없이 법정을 스스로 빠져나갔다. 결국 재판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없는 상태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런 사태까지 예견하지 못했다”면서도 “필수 변호 사건이기도 하지만 피고인이 재판 거부 의사 표시 후 변호인과 퇴정했을 시 재판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필수 변호 사건이어도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하고 첫 공판을 마무리했다. 법관 인사가 내달 19일로 예정됨에 따라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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