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개정작업 본격화, 2025년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1호 지정 목표

민선8기 제주도정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에 법인을 적용하는 일명 '생태법인'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절차에 착수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제도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생태법인(生態法人, eco legal person) 제도는 인간 이외의 존재 중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재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재단법인', 단체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사단법인'과 같이 자연에 법인을 부여하는 것으로, 기존 법치주의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도입해 자연에도 법적 권리 주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왕가누이강, 스페인의 석호 등의 법인격을 인정한 사례가 있고, 독일에서도 생태계 법인격 인정을 위한 헌법 수정작업이 진행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생태법인 도입을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안 △생태법인 창설 특례를 포함하는 안 등 두 가지 안을 구체화 했다.

1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남방큰돌고래 법인격 부여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직접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제주 바다에 120마리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가 법인격을 갖게 된다면 돌고래의 생태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당장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돌고래가 자신의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법인격이 부여되면 기업이 국가·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듯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주체가 된다.

또 다른 대안인 생태법인 창설안은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특정 생물종 또는 핵심 생태계를 지정하는 안이다. 

제주도는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생태·문화·철학·언론 등 학계, 법조계, 해양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운영하며 총 4차례 회의를 거쳤다.

제주도는 도민공론화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해 생태법인 제도화 특례가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보완하고, 제22대 정기국회에 법률안을 상정해 여·야 합의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에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1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제주특별자치도<br>
1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오 지사는 "남방큰돌고래는 제주인과 오랜 기간 교감을 나눠온 공생관계의 동물이다. 예부터 남방큰돌고래는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그 곁을 지키며 상어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아줬다"며 "생태계의 균형과 가치를 유지하는 자연 존재들과의 공존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생태법인 제도 조입은 단순한 법적 제도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인류 공통 과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는 사회혁신"이라며 "대한민국 최초 생태법인 도입은 전 세계에 제주의 소중한 생태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재천 위원장은 "제주도가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면 대한민국의 보물섬을 넘어 세계의 보물섬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생태법인 제도가 제주에 도입됨으로써 우리나라가 환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