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포럼] 기후위기 극복 위한 생태법인 도입 제안

민선8기 제주도정에서 주도적으로 추진중인 생태법인 제도 도입 가능성이 '제1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다뤄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일 오후 3시2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백록홀에서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세션을 진행했다.
이날 세션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접근해 온 생태법인(生態法人, eco legal person)을 제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생태법인 제도는 인간 이외의 존재 중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사단법인이 '모임', 재단법인이 '재산'에 법인을 부여하는 개념이라면 생태법인은 문자 그대로 생물에 법인을 부여하는 식이다.
생태법인 제도는 자연의 권리를 보다 보편적이고 개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인 법제도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세션은 박태현 강원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진희종 제주대학교 강사,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장, 린지 포터 대만 시마연구소 선임과학자가 발표에 나섰다. 토론자로는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강민철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이 참석했다.
국내에서 생태법인 개념을 최초 제안한 진희종 강사는 기후·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법인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진 강사는 '지구의 자연은 인간에게 가장 취약하고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전제하며 "인간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당면한 기후위기의 원인은 인간 행동의 결과라는 의미"라며 "우리는 도덕적 숙고를 통한 올바른 행동 선택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 강사는 인간중심주의 자연관이 생태위기를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대 이후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따라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의 힘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간중심주의 자연관은 생태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이유가 됐다"고 했다.
이어 "생태법인은 자연 존재에게 법적 권리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창안한 법률 용어다. 그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인간사회에 끌어들여보자는 생각에서 착안했다"며 "국민, 인류, 나아가 미래세대의 자연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2월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최초 공론화가 시작된 생태법인 논의는 민선8기 제주도정이 공약으로 제시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022년 10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공식 선언했고, 제주도는 올해 3월 31일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진 강사는 "제주는 생태법인 이념과 가치를 전 인류와 함께 하고자 한다. 인간과 자연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만남과 소통의 장을 열고자 한다. 돌고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의 과제에 대해 협력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주포럼을 기점으로 '생태법인 제주포럼' 조직을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이 모임이 제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생태법인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자는 주장이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수진 대표는 생태법인의 개념에 보태 유력한 생태법인 도입 대상으로 꼽히는 멸종위기종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 대표는 "상태법인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이나 생태계 자연물의 법적인 권리를 주자는 제도로, 실제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법안이나 조례가 필요하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제도 자체가 인간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생태법인으로 지정된 동물이나 식물이 스스로의 권리를 인간에게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연구는 연구자들만의 것이 아닌, 최근에는 시민과학이라고 시민들이 직접 연구하고 조사하는 좋은 선례들이 있다"며 "전문가의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더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린지 포터 연구원은 "인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동맹을 구축해 바다와 생태를 지켜야 한다"며 "지구의 바다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각 지역별로 정보를 모아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류를 보호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