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생태법인 제도 도입 해양생태계 전문가 자문..."공감대 형성 과정"

멸종 위기에 놓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그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겉돌던 '생태법'인 논의가 제도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13일 제주도청 본관 한라홀에서 '해양생태계 보호방안 마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주재하는 이날 회의는 관계공무원과 해양생태계 전문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의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지역 돌고래 생태 허브 구상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듣기 위한 것으로, 그간 외부에서 논의돼 왔던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 제도 도입 등도 논의하게 된다.

생태법인(生態法人, eco legal person) 제도는 인간 이외의 존재 중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법치주의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도입해 자연에도 법적 권리 주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동물권 보호단체 등에서는 생태법인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 중 하나로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제시해 왔다.

현재 제주 바다에 120마리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가 법인격을 갖게 된다면 돌고래의 온전한 삶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뒤따르게 한다. 

당장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돌고래가 자신의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법인격이 부여되면 기업이 국가·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듯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주체가 된다.

이미 뉴질랜드는 지난 2017년 뉴질랜드 북쪽섬에 위치한 왕가우니 강에 법인격을 인정했고, 독일에서도 헌법에 생태계 법인격 인정을 위한 수정작업이 진행되는 등 서구권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외부에서 겉돌던 생태법인에 대한 논의가 제도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지난해 2월에는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공동주최로 생태법인 입법 정책토론회가 열렸고, 9월에는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관련된 논의가 심도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실제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지난 10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청정 제주의 생태환경을 더욱 빛내겠다"며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시범사업 추진, 생태법인 제도화 방안 마련 등을 통해 제주의 우수한 자연생태적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후속 논의를 위해 올해 관련 예산으로 2000만원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생태법인이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그 시작점은 제주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회의와 관련 "다양한 제안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한 것인지 공론화를 해보고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해보자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대안을 수립할 수 있을지 점검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단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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