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뒤틀렸던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는 특례가 담긴 제주4.3특별법이 제21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최종 관문을 넘어섰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의원 211명 중 찬성 201명, 반대 1명, 기권 9명으로 의결했다.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발의한 이후 같은해 6월 행정안전부 입법예고 및 8월 재입법예고를 거쳐 11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 대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병합심사를 거쳐 마련된 대안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혼인신고 및 입양신고 특례 신설이다. 우선 제주4.3사건 피해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으나 혼인신고를 미처 하지 못한 배우자는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그 직계비속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희생자의 양자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췄음에도 입양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도 4.3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입양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희생자가 사망한 이후 신고된 혼인신고나 입양신고는 무효임에도 제주의 경우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 사례가 많기에 적용한 특례다. 남편이 군경에 끌려간 후 소식이 없자 고향에 남아 있는 아내가 임의로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결정을 위한 4.3위원회의 결정 범위, 신청절차 및 요건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 규정을 마련했다.

제주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기간을 2년 더 연장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다만, 사후양자 입양신고의 경우 민법 개정으로 1991년 1월 1일 폐지된 제도인 점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요건과 절차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특별법 개정 과정은 [제주의소리]에서 최초 보도한 김종민 4.3중앙위원회 위원 특별기고 [김명수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4‧3유족 호적 정정 가로막는 대법원 규칙]을 통해 촉발됐다. 도민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자 대법원도 대법원규칙을 개정하며 호적정정 신청권자를 기존 희생자에서 유족까지 확대했다.

제주도는 행정안전부, 법원행정처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가족관계 불일치 사례조사, 실무협의 및 의견제출 등 4.3특별법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4.3특별법 개정으로 4.3에 의해 가족관계가 뒤틀린 희생자와 유가족의 실질적인 회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며 "후속 조치인 대통령령 개정에도 열린 자세로 협의를 진행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의 숙원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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