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이란 마음먹었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니다. 생각했던 대로, 뜻한 대로 되면 얼마나 순탄하랴만 그렇지 못한 게 인생사다.실제로 자식 농사의 경우를 보면 그걸 실감하게 된다. 일찍 혼인해서 젊은 나이에 태어난 자식은 그만큼 사회 진출이 빠름은 말할 게 없다. 옛날 여자 열여섯은 이팔청춘이라 시집가 아이를 낳을 수 있으니 여간 자식을 일찍 본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인이 늦어 자식을 늦게 볼 수도 있다.이럴 때, 일찍 본 자식과 늦게 본 자식을 비교해 일찍 태어났으니 잘되고. 늦게 태어나 잘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 지싯물 : 낙숫물 * 도제 : 포제(酺祭) 또는 동제(洞祭)·동신제(洞神祭)라고도 한다. 제주도는 전역에서 해마다 이 제례를 올려 온다. 마을을 보호해 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을 올리는 제의(祭儀).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풀려나와 풍년·풍어가 되도록 해달라고 축원한다. 정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올리는 제물은 물론, 의식을 집전하는 제관은 며칠 전부터 몸과 마음을 삼가 깨끗이 해 참례하는 게 오랜 관례로 돼 왔다.제주도는 예로부터 물이 아주 귀했다. 물이 쫄쫄 솟아 나오는 동네 우물가에 허벅이며 물동이가 줄지었던 풍
* 해내민 : 해내면, 해내기만 하면* 장을 지지티여 : 장을 지지겠다감각적이면서 아주 지독한 표현이다.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속담을 통틀어 아마 이만큼 서릿발 같은 언어는 없을 것이다.‘그게’ 어떤 일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나 사생결단의 독기를 품어서 하는 말이다. ‘손에 장을 지진다.’ 함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다. ‘지진다’란 반찬을 만들 때 물이 펄펄 끓는 냄비 속에 고기와 채소 등을 넣고 장으로 간을 맞춰 물이 다 잦게 조린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고열로 끓는 냄비의 화기(火氣) 속에 다른 것이 아닌 자신의 손을 넣겠다는 것
* 접막부리 : 뿔이 꺾이거나 벗겨져 망가진 소* 몰르멍 : 모르면서* 찔레질혼다 : 싸움질한다뿔은 소의 무기다. 점잖은 소도 뿔로써 겉으로 위의(威儀)를 마냥 뽐낸다. 황소는 몸집이 우람한 데다 큰 뿔을 가지고 있어 주위를 압도한다. 한눈에 질려 꼼짝하지 못한다. 더욱이 앞발로 땅을 차며 큰 소리로 울부짖으면 숨을 죽일 판이다. 황소가 성나면 그렇게 무섭다. 혹여 상대가 덤벼들거나 하면 달려들어 뿔로 공격해 기를 죽여 놓는다. 느리고 미련해 보이지만 자기방어엔 물러서는 법이 없다. 소를 우직하다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접막부리’란
* 보름살 : 바람살, 바람결* 암쉐 : 암소정이월은 음력으로 하는 말이니 양력으로 대충 3월에 해당한다. 3월이면 유채꽃이 밭 한가득 피어 밭담 너머로 남실거리고, 길가 둔덕에 개나리가 피어 샛노랗다. 버들개지에 움이 트는 걸 신호로 초목들이 다투어 새잎을 내밀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만물이 회생하는 절기다. 생기발랄한 생영의 계절이다. 햇볕이 따사롭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낯을 간지럽힌다.한데 추위가 아주 물러난 것이 아니다. 겨울이 지나갔다고, 이젠 따뜻하고 화창한 봄이라고 한시름 놓았다가는 크게 혼쭐이 난다. 그렇게 호락호락 물
* 잰 : 빠른 (잰걸음)* 싀 블 : 세 번, 세 차례옛날에 개나 돼지를 집에 많이 길렀다. 취향이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거의 끊이지 않았다. 개나 돼지는 새끼를 한꺼번에 많이 낳는다. 원래 다산(多産)이란 열이 넘는 수가 적지 않았다.아잇적에 재미있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개나 돼지는 제 새끼에게 젖을 먹일 때는 일게 누워 젖을 물렸다. 그러면 배고픈 새끼들은 한꺼번에 덤벼들어 옥신각신하며 한 덩어리로 엉키지 일쑤였다. 어미 젖꼭지를 찾아 머리로 들이받으며 비집고 들어가 차지해 젖을 빨았다.젖꼭지를 차지하지 못한 놈을 앞의 놈들
* 요물 : 여물, 알맹이* 곤떡 : 송편* 쉬 : (송편 같은 떡 속에 넣는 팥 등으로 만든) 소* 옹파먹나 (또는 옴파먹나) : 파먹는다질을 까서 속에 든 알맹이만 먹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귤, 밤, 콩, 팥, 녹두, 수박…. 셀 수 없이 많다. 식물의 열매는 거의 다 껍질을 까 벗겨 버려두고 속만 먹는다. 껍질째 먹는 토마토나 감 따위도 있지만, 그런 부류마저도 먹는 이의 습관에 따라선 껍질을 벗기고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래 과일의 열매에서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이 상례로 돼 있다.이 말을 두 번만 음미해 읽으면 다 읽기
* 정월 초호를날 : (음력) 정월 초하룻날, 설날, 정월 대명절 날* 오줌허벅 : 오줌을 담은 허벅. 허벅은 제주 여인들이 물 귀한 시절에 우물물을 긷고 등에 지어 나르던 배 불룩한 용기* 졍 : 지어, (등에) 지어서* 밧더레 : 밭에, 밭으로* 돋나 : 달린다. 달려간다(走)이 글을 쓰며, 옛날 어머니 생각에 가슴 아려 숨이 막혀 온다. 아무리 제주 여성들이 근면하다고 하지만, 아마 이 정도인 걸 뭍(육지)의 사람들은 차마 모를 것이다. 같은 제주도 내에서도 내가 나고 자란 구좌 쪽이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초등교사가 돼 조천
* 웬 : 왼, 왼쪽* 도께 : 도리께. 곡식을 타작(打作)해 장만할 때 쓰는 도구도리께란 예전에 보리, 조, 메일, 콩, 산도(山稻), 팥, 녹두 등을 거둬들여 마당에서 타작(打作)할 때 쓰던 아주 요긴한 도구다. 지금은 산간오지 같은 데서나 쓰일까. 매우 드물거나 아마 쓰이지 않을 것이다. 탈곡기가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도리께는 농사 전반에 걸쳐 기계화되기 전에 긴요하게 사용되던 도구였다. 도리께가 없으면 거둬들인 그 많은 작물을 장만할 재간이 없었다. 양이 많아, 유채를 막대기로 터는 식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니까.
* 혼 놈 : 한 놈, 한 사람* 역혼다 : 몫한다. 역할(구실)을 한다세상에는 태어난 얘기꾼들이 있다. 말재주에 능한 사람, 말이라면 좌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런 사람들.한데 말하는 재간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닌, 집안 내력이라 할까,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타고난 재능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를 벗어나 넘치면 좋은 게 못 된다. 말이라는 것은 하다 보면 말에 말이 덧붙어, 그게 부풀려 과장이 되고 때로는 사실이 아닌 거짓부리로 흐르는 수가 적지 않다. 반찬을 조리할 때 이것저것 양념을 쳐야 맛깔이 나는
* 이불 속에서 호는 일 : 남녀 간의 정사(情事)* 놈 : 남, 타인둘이 알면 비밀이 없다, 이미 비밀이 아니라고 한다. 비밀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바깥에 알려져선 안될 은밀한 일도 혼자면 모를까, 둘이 알면 이미 비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대에게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이것만은 누구에게도 말해서 안된다고 간곡히 당부했더라도 그 말하지 말아달라 한 말까지 일러바치는 게 묘한 사람의 심리다.더욱이 남녀가 은밀하게 나누는 불륜이야말로 여간 심각한 일인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아닌 거라 다른 비밀과도 성격이 다
* 꺼놔사 : (불을) 꺼놓아야, 꺼놓고 난 뒤에야자기 집이 불타는데 그냥 놓아둔 채로 남의 집에 난 불을 끌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우선 자신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자신의 일부터 먼저 하기 마련이다. 각자도생이면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자기 위주의 처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한데 이 대목을 잘 풀어야 한다.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취하되, 남에게도 이익되게 한다는 함의(含意)로 볼 수 있다 함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말이 있다.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하되 남을 이익되게 한다 함이다. 이는
* 엇나 : 없다‘품엣 자식’이란 말이 있다. 제가 낳은 자식이지만 자식은 품에 품어 키울 때가 좋다는 얘기다. 응석 부리는 것만이 아니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 잘 듣고 하라는 일 잘하이 행동거지가 여간 착하고 대견스럽지 않다.한데 그렇게 착하게 말 잘 듣던 자식도 몸이 커지면 이전 같지 않아 꺼칠해진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이런 징후는 날이 갈수록 심해 고질처럼 굳어 간다. 말을 잘 안 듣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만 제 기분에 맞지 않으면 말대꾸하고 심지어는 반발해 대들기까지 않다.물론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 중중다리 : 중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 반갑나 : 좋다어떤 일이나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가 그 자녀를 사랑함에도 애정이 골고루 미쳐야지 맏이가 막내다 해서 치우치면 부모와 자식 간에, 자식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은 형제자매 간에 우애를 깨뜨려 불화를 조장하는 근본이 된다.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교우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우정이란 서로 주고받으면서 싹트고 도타워지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또는 무조건적으로 베푼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이를테면 한 친구를 좋아해 매일
* 우 존 : 위(가) 좋은* 알 존 : 아래 좋은* 소전 : 효자는* 셔도 : 있어도* 엇나 : 없다효(孝)에 관한 미묘한 심리적 효능이라 할까. 자식이 부모에게 지성으로 효도한다고 해도 효도하는 것만큼 부모가 만족해하지 않는 수가 있다는 의미다. 자식 생각으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의를 다하겠지만, 부모의 마음 한구석에 자식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효에 관한 한 베푸는 자식과 받는 부모 간에 갈등이 없으란 법이 있겠는가.문제는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 광 : 과* 두갓 : 부부(夫婦), 내외간* 두갓인다 : 부부이다웃음은 기쁨을, 울음은 슬픔을 겉으로 표출시키는 감정 표현이다. 인간의 감정 표현 가운데 가장 적나라할 것이다.사람의 삶이 기쁨을 웃음으로만 나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 기쁨 못지않게 슬픔을 겪으면서 울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그렇다면 기쁨과 슬픔은 정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감정일지도 모른다.지금 기쁘다고 언제까지나 기쁨 속에 웃으며 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슬
* 보까 : 볶아* 먹단 : 먹던, 먹었던 / 둘 다 과거회상 시제임말이란 개인 혹은 여러 사람과의 사이에서 이뤄지는 의견 전달과 소통의 도구이면서 수단과 방법이다. 자기 혼자 생각해서 멋대로 말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온당치 않다. 나의 입장만 내세워서 되는 일은 없다. 그래선 무리가 따른다. 상대는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를 염두에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지사를 털어놓는 것은, 그게 지금 자리와 관계없는 얘기일 때는 참 민망한 언행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이 안되는 얘기는 말한 사람의 의도
* 용시 : 농사(農事)* 놋 바꾸멍 : 낯 바꾸면서* 해사 혼다 : 해야 한다지금은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지만, 한때 열 평 남짓한 텃밭에 열성을 다했던 적이 있었다. 소년 시절 검질(김)은 매 보았지만 커서 농촌을 떠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농사짓는 일에 종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농촌에서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게 농사일이라 어깨 넘어 공부는 어느 정도 있었다. 다소간 간접적이나마 축적된 학습량은 무시못한다. 또 중학생 때 실업 선택과목이 농업이었다.고추, 쪽파, 부추, 상추, 가지, 방울토마토, 배추, 무 등. 텃밭에 모종을
* 낭도 : 나고도, 출산하고도 * 호날 : 하나를옛날에는 아이를 많이 낳았다. 보통 7~8명, 심지어는 10명이 넘는 아이를 낳는 집도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 자손 없는 집에 태어나 너무 고적하니 아이를 많이 두어 겉으로라도 집안의 위세(威勢)를 과시한다는 의도가 있었는가 하면, 제사 명절을 도맡아 가통을 이어나갈 아들 두셋이 필수인데, 셋까지는 고사하고 하나도 갖지 못해 득남할 때까지 낳자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낳다 보니 딸 6공주나 7공주에 이르러 포기하는 수는 왜 없었을까. 그러다 봐도 아들 하나를 얻지
* 부지깽이 : 아궁이에 불 땔 때 잘 타도록 들쑤시는 막대기* 나산다 : 나선다아무리 사정이 힘들고 바쁘더라도 일에는 차례가 있고 또 그 일을 할 사람이 따로 있다. 아무나 나선다고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 또 누가 하든 되는 게 아님은 정한 이치다.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은 그것을 빗대어 한 우리 속담이다.한데 실은 그걸 몰라서 그러겠는가. 그렇지 않으니 어려움이 따른다. 경황이 없다고 한다. 형편이 안되고 그럴 겨를이 없다 함이다. 밥 먹을 조를(겨를)이 없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그냥 해 본 게 아님은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