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난개발 광풍](1) 노형·연동, 혁신도시 등 18곳 공사중...5000실 육박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 최근 제주도에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 건설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꾸준히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주장과 달리, 숙박시설 포화 등 불확실한 요소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가 분양형 호텔로 들썩이고 있다. 1000만 관광객과 수직상승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등에 업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제주도에 착공 신고한 분양형 호텔 수만 17곳이며, 2007년 착공 신고 이후 최근 공사가 다시 시작된 제주스위트리젠시호텔을 포함하면 18곳이다.

이들 객실 수를 합하면 4981실로 5000실을 육박하고 있다. 2012년 한 해 동안 승인된 관광숙박시설 객실(6588실)에 근접한 규모다.

제주시 호텔 밀집지역인 노형동-연동만 하더라도 다섯 곳에서 최근 분양형 호텔 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연동 소재 더호텔에서 서측으로 한 블록만 가면 왕복 4차선 도로인 삼무로를 사이에 두고 하워드존슨 제주호텔과 밸류호텔 디아일랜드 제주가 마주보고 공사 중이다.

▲ 왼쪽 노란색 구역이 464실 규모의 하워드존슨 제주호텔 부지, 오른쪽 붉은색이 357실 규모의 밸류호텔 디아일랜드 제주 부지. 불과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800실을 훨씬 웃도는 분양형 호텔이 들어서게 도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두 곳 모두 분양형 호텔이며 각각 464실, 357개 객실로 설계됐다. 호텔이 완공된다면 인근 제주그랜드 호텔(512실), 더호텔 제주(202실)를 합한 수보다 훨씬 더 많은 객실수의 호텔이 신제주에 생기는 셈이다.

철저하게 분양을 목적으로 한 호텔이다 보니, 하워드존슨 제주호텔을 예로 들면 호텔부지의 경우 특1급 관광호텔인 제주그랜드호텔의 10분의 1 규모에도 못미치지만 객실수는 맞먹는다. 

그랜드호텔의 부지는  2만4745㎡이고 하워드존슨 호텔은 1589㎡이다.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편의시설이 들어설 공간이 없고 객실만 '다닥다닥' 짓는 형태인 것이다. 

부대시설이 호텔의 수준을 가름짓는 상식과 어긋난 '무늬만 호텔'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분양형 호텔들이 모두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제주도에서 부동산 경기가 가장 뜨거운 곳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서귀포시의 혁신도시와 신시가지. 이곳에도 예외없이 분양형 호텔 건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시가지에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호텔 윈 스카이는 착공한 1호 호텔을 시작으로 서귀포시에만 4곳의 호텔을 추가로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바둑판처럼 부지와 도로가 잘 정리된 혁신도시에는 라마다 서귀포호텔, 라마다 앙코르이스트 호텔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 쪽에 나란히 건설 중이다.

앙코르이스트호텔은 애초 서귀포 브라이튼 호텔이란 명칭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분양실적이 부진하자 ‘라마다’ 브랜드로 재분양해 이전 보다 나은 분양실적을 보이고 있다.

▲ 혁신도시에 건설되는 라마다 서귀포호텔(왼쪽)과 라마다 앙코르이스트 호텔(오른쪽). ⓒ제주의소리

분양형 호텔은 시 동(洞) 지역뿐만 아니라 읍·면지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에는 제주함덕라마다호텔, 제주스위츠리젠시호텔, 코업시티호텔제주비치 등 3곳이 건설 중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제주아크로뷰 호텔 1·2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으며, 바로 옆에는 제라헌 마레 호텔이 착공을 준비 중이다.

관광호텔과 달리 분양형 호텔은 일반 숙박시설에 해당한다. 관련 법률도 관광호텔은 관광진흥법, 분양형 호텔은 공중위생관리법이 적용된다.

무엇보다 투자자를 모집해 일반인들에게 분양할 수 있다는 점이 분양형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분양형 호텔이 건설되고 있지만 제주도의 열기가 단연 뜨겁다.

한해 내외국인 관광객 1000만, 중국인 관광객 200만 돌파 등 관광객 급증 열기를 등에 업고 투자자에게 고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형 호텔을 두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유동적인 관광 수요, 포화상태에 가까운 도내 숙박시설 등 우려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송종철 제주도 공인중개사협회 사무국장은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상당수가 저가 관광으로 찾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분양형 호텔을 찾을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더 나아가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언제까지 꾸준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호텔운영 주체, 소유권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현준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도내 숙박시설이 포화상태에 근접한 상황에서 분양형 호텔이 미분양이나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투자자뿐만 아니라 제주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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