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난개발 광풍] (6)차이나비욘드 힐, 라온프라이빗Ⅱ '가이드라인' 시금석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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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도입된 후 중산간과 곶자왈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 사업자들이 너도나도 콘도로 용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개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취임 한달을 맞은 지난 7월31일 제주도 난개발 방지를 위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산록도로를 기준으로 한라산 방면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언적인 '선보전 후개발' 원칙 보다 훨씬 강력한 개발 규제 정책을 발표한 것이자 전임 도정 보다 진일보한 환경정책을 원 지사가 내놓은 셈이다. 

제주도는 "제주의 환경자산인 한라산, 해안선, 오름, 하천, 습지, 동굴, 곶자왈, 문화재보호구역, 중산간 지하수 함양지대의 개발에 대한 보전기준을 통합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것"이라며 "정비 이전이라도 적용기준을 가급적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보전 방침을 강조했다. 

특히 제주도는 "중산간은 보호돼야 하며, 특히 산록도로 기준 한라산 방면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경관과 생태환경이 유지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졌던 투자진흥지구 지정도 콘도 등 숙박시설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규모 콘도 위주의 사업에 소규모 박물관, 미술관을 끼워넣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는 편법적인 사례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시했다.

제주도는 기존 골프장을 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하려는 사항 또는 골프장 주변 토지를 매입해 숙박시설로 확대하는 등 편법적인 숙박 분양 확대 시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실제로 제주도가 발표한 개발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원래 개발사업 보다는 숙박업인 콘도 분양으로 전환한 개발사업자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 지사는 그동안 아덴힐리조트 경관심의가 통과되자 담당부서를 향해 질책하고,  "쟁점이 제대로 정리된 뒤 심의나 평가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며 "쟁점이 되는 개발사업의 각종 절차를 아무 생각없이 통과시키면 안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 원 지사는 "제주의 환경과 경관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경관심의에 미적기준도 들어가야 한다"며 "제주 미래비전계획에 미적기준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문했다.

제주도가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이례적으로 환경단체가 환영 입장을 나타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전임 도정 당시 중산간 고지대에 지속적으로 개발사업이 진행됐고 현재 몇몇 개발사업들이 허가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중산간 지역이 난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원희룡 도정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중산간은 난개발 압력으로부터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고 추켜세웠다.

제주도의 개발 가이드라인에 따라 당장 주목을 받게된 사업장은 2곳이다. 

아덴힐리조트 바로 옆에 추진되는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그 중 하나다.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는 7400억원을 투자해 아덴힐리조트 바로 옆으로 해발 435~495m 고지에 콘도 636실과 호텔 544실, 어린이 테마박물관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아덴힐리조트 사업자가 중국자본(세흥국제)을 끌어들여 합자기업인 (유)홍유개발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곳은 '라온프라이빗Ⅱ' 조성사업이다. 라온은 지난 2009년 (주)해동이 추진했던 블랙나이트 개발사업(골프장 18홀, 숙박시설 215실)을 매입했다.

라온은 사업계획을 변경해 골프장을 9홀로 축소하고, 콘도 1028실, 호텔 59실을 조성하는 '라온프라이빗Ⅱ' 사업을 추진, 현재 개발사업 절차이행을 밟고 있다.

이 두개의 개발사업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원 도정 개발과 환경 보전 정책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선 시대 이후 제주지역 골프장은 3~4개에서 30개로 10배 가량 늘어났다. 당국도 겉으로는 선보전 후개발 정책을 내세웠지만 세수를 늘리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치적으로 삼으려 하다 보니 보전보다는 개발에 눈을 돌렸다.

좋은 정책과 공약을 내놓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이제는 원 도정의 환경보전 의지가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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