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난개발 광풍](2) 비관론 '고개'...실패하면 제주 관광에 적지않은 타격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5800만원으로 연 1180만원의 임대 수익을 받는다!’

‘1억500만원으로 호텔 객실 3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객실을 임대관리 위탁운영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지급해 드립니다.’

‘중국 카지노 관광객들의 넘치는 숙박수요를 선점하십시오.’

최근 들어 제주도 곳곳에 건설되는 분양형 호텔의 광고 문구들이다. 하나 같이 중국관광객, 유동인구 등 수요가 넘친다며 고수익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형 호텔이 이처럼 짭짤한 고수익을 안겨줄 것인지 업계, 학계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관광객 증가율이 서서히 둔화되고 숙박시설은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분양형 호텔의 수익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분양형 호텔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건설부터 운영까지 관광호텔과의 차이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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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건설 중인 분양형 호텔의 홍보 팜플릿. 하나같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제주의소리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투자자를 모집해 건설 자금을 마련해야 공사가 진행된다. 건물이 완성되면 위탁 운영사가 모객, 유지보수 등의 실질적인 관리업무를 맡는다.

호텔 객실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수익률 등을 비롯한 제반사항을 위탁 운영사와 논의해 호텔운영계약을 맺는다. 계약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률도 여건에 따라 재산정된다.

호텔 영업이 부진하면 수익률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입장 차이로 인해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산 씨클라우드호텔, 해운대 센텀호텔이 대표적이다.

시행사와 운영사간의 위탁 계약은 5년에서 10년, 위탁 운영사와 투자자간의 계약은 보통 1년이다.

도내 대부분의 분양형 호텔이 내세우고 있는 ‘객실 분양가 10% 이상의 수익률’은 시행사가 분양 후 1년 동안만 보장하는 한정된 확정수익이다. 1년이 지나면 운영사와의 계약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시행사들의 주장처럼 제주지역 분양형 호텔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객실이 가득차면서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시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한 분양형 호텔의 경우 영업적자가 늘자 손해를 자산으로 메우면서 근근이 버티는가 하면, 다른 호텔은 분양이 저조하자 시행사가 아예 호텔을 통째로 매각하는 등 이미 장밋빛 전망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도내 A분양형 호텔의 간부직원 B씨는 “타사보다 먼저 시작하면서 나쁘지 않은 분양 실적을 냈지만 객실이 모자랐던 1년 전과 달리 올해는 성수기 특수가 무색할 만큼 객실이 남아도는 상태”라고 급변하는 업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첫 해엔 확정수익률 11%를 지급했지만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 상태라면 적지 않은 분양형 호텔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국적으로도 우수한 위탁 운영사들은 손에 꼽을 만큼 몇 안되는 상황에서, 우후죽순 늘어나는 분양형 호텔이 제대로 관리될 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관광객 증가율이 13.3%를 기록했지만,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6.7%로 반토막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숙박시설은 매년 최저 7.2%에서 최대 10.2%까지 증가해 객실가동률이 6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추세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증가폭이 점차 둔화되지만 숙박업소 수는 관광객수 보다 가파르게 증가한다.

결국 앞으로의 관광·숙박업 전망이 최근 몇 년처럼 화려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더불어 현재 관광객 수요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판단한 분양형 호텔의 전망도 결코 밝지만은 않은 셈이다.

분양형 호텔의 실패는 단순히 투자자의 손해를 넘어 제주도의 이미지 실추와 관광의 질 저하, 동종 업계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성종 한라대학교 교수는 “만약 분양형 호텔이 부도가 나거나 수익 보장을 못해 갈등을 빚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부정적인 이미지는 결국 제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이미 완공된 분양형 호텔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방치된다면 미관상 짓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송동희 제주도관광협회 관광호텔업분과 부위원장도 “관광숙박시설의 경우 자체적으로 서비스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지도 감독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지만 분양형 호텔은 위탁형태로 관리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질 낮은 분양형 호텔이 다수 등장한다면 결국 제주도 관광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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