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3차 전문가토론회,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감-구역은 각론

12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3차 전문가토론회'. ⓒ제주의소리
12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3차 전문가토론회'. ⓒ제주의소리

'국회의원 선거구 적용안'과 '4개 시군 분리안' 등 2개안으로 추려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구역안을 두고 제주도내외 각 계 전문가들이 개편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최적안 도출에 대해서는 각론을 펼쳤다.

특히 도민사회에 각기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용역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을 건넸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는 12일 오후 4시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3차 전문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용역책임자인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이 행정체제 구역안 발표에 이어 황종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이 좌장을 맡아 강경식 전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 김수연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익태 KBS제주방송총국 기자, 박종관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이정엽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 강경식 "구역안 나누기 전 '기초자치단체 부활' 모형 확정지어야"

강경식 전 대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적용한 3개 행정구역안이 도농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강 전 대표는 먼저 "행정구역이 몇 개가 되든 간에 반드시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방향으로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제주의 미래발전에 부합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행정시장 직선제 안은 이제까지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임시 방편적이고 별 의미가 없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는 "도민여론조사와 공론조사 과정에서는 우선 1단계로 행정시장직선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 2가지 안에 대해 묻고,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린 후 도의회 동의 절차 등을 거쳐 확정한 후에 2단계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진행해 확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미 제주시, 서귀포시 2개 행정시로 편제돼 제주도 전체가 시로 됐는데, 다시 도시와 단절된 군으로 돌아가고, 도농 격차가 커지는 행정구역 개편은 읍면지역 거주 도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3개 구역으로 개편시 읍면지역 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아쉬운 점이 있지만,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반드시 부활하고 연구에서 제시하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하는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행정구역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 김수연 "동서 간 불균형 고려돼야...제주시 쪼개는 3개안-5개안은 부적절"

김수연 교수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제주시를 반으로 나누는 '3개 행정구역안', '5개 행정구역안'의 경우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적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이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일 수 없듯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면서도 "도 중심의 단층제 행정체제가 가진 문제점이 드러나거나 보다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개편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주의 경우에는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를 행정구역의 개편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간의 불균형, 제주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 간의 불균형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3개 행정구역 대안과 5개 행정구역 대안의 1차적인 특징은 제주시의 분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제주시는 인구 및 거주 시설의 밀집, 각종 편의시설의 집중으로 인해 전형적인 도심의 모형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제주시의 분리는 형평성의 차원에서는 다른 지역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재 주민 편의나 생활권을 고려하면 제주시를 임의로 분리하는 것이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적절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탰다.

12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3차 전문가토론회'. ⓒ제주의소리<br>
12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3차 전문가토론회'. ⓒ제주의소리

◇ 김익태 "실패 가능성 고려한 '플랜B' 미리 준비해야"

김익태 기자는 현실적인 여건상 과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할 상황을 감안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기자는 "지금의 행정체제 개편은 행정체제 모형안을 확정하고, 구역 설정 대안을 제시하고, 기관구성 다양화 방안을 제시하는 등 고차함수와 같다"며 "앞으로 용역안 합의, 도의회 동의, 주민투표 수용, 주민투표 통과, 행안부 설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단 하나의 산이라도 넘지 못하면 무너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기 힘든 구조다 보니 모형안이나 구역 모델에 대해 각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여러 대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용역진이 제시한 3~4개 구역안은 물론, 5개, 6개 구역안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까지 있다"며 "결국 지표, 지수에 대한 기준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문제인데, 그게 불가능하니 혼란이 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답이 없다보니 결국은 선택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플랜B로 준지방자치를 통한 투 트랙 전략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시장 러닝메이트와 같은 권한 강화 방안을 비롯해 주민자치회 도입·강화, 읍면동장 임명제 폐지, 온라인 주민투표 조례 제정 등의 대안이 폭 넓게 논의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김 기자는 "지사가 '답정너'라는 비판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이미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을 내걸었던 것 아니냐. 찬반을 물어서 찬성이 많으면 집행하는 것이고, 반대가 나오면 멈춰서면 된다. 솔직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박종관 "이해집단 간 양보-조정 통한 극복 필요"

박종관 교수는 행정구역 개편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각각 진단하며 개편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행정구역 개편의 긍정적 효과로 △행정기구·공공시설의 개편에 따른 행정경비 절감 △공무원 수 증가 완화를 통한 비용 절감 △행정서비스 생산에 있어 규모의 경제실현 △정주생활체계의 일원화 △외부효과의 내부화: 입지시설기피 설치 용이-시설의 광역적 통합 공급 △도시 지역과 농촌지역의 균형발전 등을 꼽았다.

반면, 부정적 효과로는 △기초자치단체의 규모 거대화 △농촌지역에 대한 투자재원의 한계 △도시와 농촌간 갈등표출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중앙정치권이나 지역정치권, 지역단체, NGO, 주민 등 다양한 부류에서 일고 있는 행정개편 논의는 개편의 시너지효과 보다는 정치적 이해나 해당 자치단체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어 "공동사회성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생활권, 경제권, 지리적 조건 등에 부합하는지, 도나 시의 종합발전계획과 연계되는지 등 여러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이해집단들의 양보와 이들 간의 이해를 조정해야 극복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이정엽 "부실 논란 연구용역 신뢰도 확보 우선...선택과 집중 필요"

이정엽 의원은 "저는 기초자치단체를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 찬성하고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주변 사람 5명에게 물어보면 5명 모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우리가 어떻게 수습하고 하나의 의견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운을 뗐다.

이 의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3개시 체제와 4개 시군체제 등 2개안이 도출됐는데, 어느 안이 선택되더라도 법인격 있는 기초의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계속해서 임기 2년짜리 행정시장에게 '10년 설계'를 맡길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실 논란'에 휩싸인 연구용역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이 의원은 "성과분석이나 행정체제 모형, 구역 등을 설정함에 있어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자의적으로 점수가 부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 도민들의 신뢰를 상실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건넸다.

또 "도민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후에 어떻게 도의회, 국회, 정부를 설득시킬 수 있겠나. 중앙정부는 사실상 제주도가 4개 시군을 부활하든,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든,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빠른 선택과 집중을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소지가 커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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