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어울림센터 삭제후 착공서 제출
오등봉 음악당-도서관 여파에 ‘촉각’

아파트 분양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부공원시설 내 사업 일부가 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판 협상에 돌입한 오등봉공원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28일 제주시에 따르면 중부공원의 공동사업자인 제주중부공원개발(주)이 공원시설에 이어 비공원시설 착공 신고서를 접수해 조만간 아파트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중부공원은 총 사업부지 21만4200㎡ 중 공원시설이 16만9256㎡로 전체의 79%를 차지한다. 나머지 비공원시설 4만4944㎡ 부지에는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당초 민간사업자는 광장과 운동시설, 폐목활용 놀이터 등 450억원 규모의 공원시설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이 중에는 전국 최초의 공공커뮤니티 시설인 가족어울림센터도 포함돼 있다.

가족어울림센터는 도서관과 놀이방, 부모 휴식 공간을 갖춘 공공시설이다. 10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3820㎡의 규모로 건설 예정이었다.

반면 사업비 재조정을 통한 협약서 변경 과정에서 해당 시설이 통째로 사라졌다. 건축비 증가로 인한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폭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은 3.3㎡당 2430만원으로 합의했다. 제주시는 2020년 12월 2772억원이던 총사업비를 최근 7000억원으로 조정하면서 수익률 4.3% 보장에 서명했다.

관심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오등봉공원 시설이다. 오등봉공원은 전체 사업부지 76만2298㎡ 중 87%인 66만7218㎡가 공원시설이다. 나머지 비공원시설은 9만5080㎡ 규모다.

공원시설에는 광장과 쉼터, 다목적 운동장, 놀이터,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협의 과정에서 음악당과 블랙박스 공연장, 아트센터 리모델링, 어린이도서관 신축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중부공원의 전례를 들어 공원시설 내 공공시설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민간사업자는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이유로 공공시설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제주는 고금리와 미분양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민간사업자의 최대 관심은 분양 여부다. 고분양가로 청약이 미달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입장에서는 공공성 훼손 논란이 걱정이다. 중부공원에 이어 오등봉공원 내 공원시설마저 축소할 경우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분양가 상승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제주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행정에서 통제할 길이 없다. 지난해 도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574만원이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의 경우 제주시와 건설사가 공동사업자로 참여해 사전 협의가 가능하다. 도시공원 아파트 가격을 낮추면 공공 영역에서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주시는 오등봉공원의 민간사업자인 ㈜오등봉아트파크가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현재 타당성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를 근거로 2월 중 협약서 변경 작업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에 대한 협상도 타결된다. 이를 근거로 총사업비가 나오면 아파트 분양가도 정해진다. 사업비는 기존 8162억원에서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중부공원의 가족어울림센터 건설 계획 취소는 고분양가를 우려한 정책적 판단이었다”며 “오등봉공원은 검증작업이 끝나는 대로 최종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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