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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2013년 12월24일 산방산 산방굴사 앞에서 열린 산신 고유제. 오른쪽은 이날 베어지는 산방굴사 앞 신목(神木)의 마지막 모습.
[대재앙 재선충] ① 2004년 이후 63만 그루 고사...혈세 562억원 투입

소나무 에이즈라는 잔인한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치명적인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제주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수백억원의 방제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예찰은 빗나갔고 방제는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현장에서는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참에 소나무를 포기하고 대체조림에 눈을 돌리자는 말까지 나온다. 재앙이 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문제점과 해법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재선충 습격 10년, '소나무 멸종' 기우일까? 
2. ‘부실과 오류’ 빗나간 재선충 방제작업
3. 완전방제 험난, 소나무 포기해야 하나?

2013년 12월24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에서 산신 고유제(告由祭)가 열렸다.

초헌관을 맡은 송종필 사계리장의 앞에는 600년 동안 산방굴사(山房窟寺) 앞을 지켜온 소나무 한그루가 자리를 지켰다. 그 옆에는 그 나무를 베기 위한 도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을 치르고자 할 때나 치른 뒤에 그 까닭을 사당이나 신명에게 고하는 제사다. 주민들은 수백년간 산방산을 지켜 온 소나무와 고유제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인 이 소나무는 숙종 28년(1702년) 이형상 제주목사가 김남길 화백에게 그리도록 지시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산방배작(山房盃酌)’에 나오는 노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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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1702년 그려진 탐라순력도의 '산방배작' 그림. 빨간 원 안의 소나무는 재선충병에 감염돼 지난해 완전히 고사했다. 오른쪽은 베어지기 전 산방산 소나무.
지난 수 백년간 비바람을 이겨냈고 화재까지 피해갔지만 재선충병 앞에서는 무사하지 못했다. 2012년 6월부터 시들기 시작해 10여차례 예방접종을 했으나 감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제주 산림이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1905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미국(1934년)과 중국(1982년), 캐나다(1985년), 대만(1985년) 등으로 퍼졌다.

국내에서는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 경기 광주시와 충북 충추시, 경북 포항시 등 전국 70개 시구군에서 111만본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청정지역인 제주는 2004년 제주시 오라동 오라골프장의 소나무가 공식적인 첫 감염목이다. 환경당국은 제주도는 부산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선충은 길이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다. 한 쌍이 20일간 20만 마리로 늘어나는 등 소나무 조직에 서식하며 급속히 증식한다. 수분 등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한다. 

감염경로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다.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에 산란하면 5~7월쯤 알이 성충으로 변해 몸 속에 잠복해 있던 재선충이 탈출해 다른 소나무를 감염시킨다.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하면 솔잎이 아래로 처지고 적갈색으로 변하며 서서히 말라죽는다. 한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현재까지 치료약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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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주에서 첫 재선충 발생 이후 10년간 발생한 고사목은 63만2092만그루다. 고사목 제거를 위해 쓰인 예산만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562억원에 이른다.
제주에서는 2004년 오라골프장 소나무를 시작으로 그해 한해에만 117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돼 제거됐다. 이듬해 고사목은 806그루로 늘었고 2006년에는 9212그루로 증가했다.

이후 9000그루 안팎에 머물던 고사목이 2013년에는 22만 그루로 치솟았다. 2014년에는 이보다 많은 34만본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연도별 수치는 제주도의 집계에 따른 것이다.

소나무는 제주도 산림면적 8만8874ha의 18%인 1만6284ha를 차지한다. 제주 총면적의 48%가 산림면적임을 감안하면 제주 땅의 10분의 1 면적에서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얘기다.

10년간 발생한 고사목은 제주 인구와 맞먹는 63만2092만그루다. 제주도는 고사목 제거를 위해 국비와 지방비 등 562억3800만원을 쏟아 부었다. 투입된 인원만 13만1351명에 이른다.

제주도는 2013년부터 2014년 8월까지 1차 방제 기간 고사목 54만5000그루를 제거하는데 447억원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고사목 예측은 빗나갔고 방제는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제주도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다시 271억원을 투입해 고사목을 제거하는 제2차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시 잘려나갈 소나무는 27만8000여 그루. 이쯤되면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 멸종'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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