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기획] ③ 연구 인력.예산 태부족...공무원도 알 만하면 교체

제주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된 예산만 1000억원에 육박했다. 수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방제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수백년간 제주 땅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온 보호수들이 줄줄이 고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방제작업을 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제주형 방제를 위한 연구는 더디기만 하다. 당장 추진해야할 제3차 방제 계획 수립도 걱정이다. [제주의소리]가 4번째 재선충 기획을 통해 방제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600년 소나무의 눈물’ 사라지는 보호수
②‘잘려나간 곶자왈’ 온몸으로 막는 주민들
③소나무방제에 1000억, 연구엔 고작 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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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야산의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 제거 현장. 2차 방제가 진행중이다. 나무 밑둥을 훈증한 방수포가 보인다. ⓒ제주의소리
2004년 제주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처음 발견 된 이후 이듬해 여름까지 제주도가 제거한 고사목는 936그루에 불과했다. 투입된 예산은 4500만원이었다.

11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제주도가 재선충병 방제에 쓴 예산은 1044억원이다. 그동안 잘려나간 나무만 108만 그루에 달한다. 도내 소나무 중 1/10이 고사된 것으로 추산된다.

애초 제주도가 발표한 2차 방제 고사목은 27만8000그루였다. 예측이 빗나가자 올해 1월 목표량을 38만4000그루로 수정했다. 최근에는 예상 고사목을 46만7000그루로 다시 수정했다.

방제 예산도 급격히 늘면서 2차 방제에 투입된 예산만 482억원까지 치솟았다. 1, 2차 방제를 위해 2년간 투입한 예산만 929억원. 전체 방제예산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도내 유치원, 초중학교 학생 6만6000여명에게 3년간 무상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액수다. 잘려나간 소나무의 경제적 가치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수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방제에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관련 연구는 11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생육과 감염목의 정확한 고사 원인 등 기초적인 연구 활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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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의 소나무. 수피가 벗겨진 소나무에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하면서 빠져나간 탈출공이 선명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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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의 소나무. 꺾인채 땅에 널브러진 가지에서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하면서 빠져나간 탈출공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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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야산에서 확인한 소나무 수피. 수피 안쪽으로 소나무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유충이 움직인 흔적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제주에 맞는 월별 고사목 발생률이 파악되지 않아 방제가 실패하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매개충에 대한 제주지역 활동시기와 분포지역 등도 명확하지 않아 방제 효과는 떨어졌다.

예방나무주사의 규격별 약제주입 기준도 정해지지 않아 나무주사가 오히려 보호수에 독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곶자왈 지역에서는 일방적 방제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모두 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한 연구와 방제전략 부실로 벌어진 일들이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제주도는 지난 2월24일 제주형 방제전략을 수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창조 제주도 산림휴양정책과장은 “고사량이 늘었지만 방제품질이 나아지면서 관련 예산도 증가한 것”이라며 “올해부터 제주형 방제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도는 산림청 국비 2억원을 확보해 방제전략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를 추진 중이다. 반면 운영주체 등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재선충병 관련 연구 담당 기관은 제주도 산하 사업소인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다. 산림환경을 연구하는 부서원은 고작 3명이다. 이중 산림을 전공한 전문가는 박사급 1명에 불과하다.

급기야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제주대학교에 연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재로서 학계를 중심으로 과업을 진행하고 연구원이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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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의 한 야산.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제거된 야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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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의 모습.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 제거 현장에서 감염목을 잘라 훈증하는 방수포가 보인다. 방수포에는 작업 일자와 작업자가 표시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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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 도로 주변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의 신창훈 산림환경연구과장은 “다른 지역은 70~80명 규모의 산림연구소를 운영하지만 제주는 사업소 (도청)계단위에 직원 3~4명이 전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 과장은 “학계 중심의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원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며 “4월에 연구사업을 발주해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장 연구를 시작하더라도 올해 8월부터 시작하는 3차 방제전략 수립에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4월이면 이미 3차 방제 전략 수립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 엔지니어링연구소장은 “공직사회의 종렬구조 속에서 벗어나 다양한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며 “숲을 지키려면 제주도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기후변화에 따라 급변하는 산림환경을 진단하고 외부 병충해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상배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방제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논의가 필수”며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공직사회에서 전문성과 연속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전문 인력을 키우고 외래 병해충 침입과 기후에 따른 산림변화 등에 따른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제주의 미래 숲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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