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낭 2018] 왜 지금 제주에 ‘사회혁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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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혁신은 민과 관, 정부와 행정 서비스 수요자, 기업과 시민사회 등 기존 관점을 넘어 다양한 주체들간의 협력과 연대를 필요로 한다.

“좋은 성적을 얻어 시험에 합격해 대우가 좋은 전문직이 되고 승진하는 것이 삶의 전부라면 얼마나 허무한가?”, “기존 질서 안에서 모두가 빠른 입신양명에 목매는 게 정상인가?”

양극화, 취업난, 지역경제 붕괴는 수년 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고,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체인지메이커, 소셜임팩트, 사회혁신과 같은 단어들로 구체화되고 있다.

소셜벤처의 놀이터로 불리는 헤이그라운드를 만든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체인지메이커가 많이 등장할수록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건강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사회혁신은 사회적 목표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디자인, 개발, 발전시키는 프로세스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위한, 사람과 함께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한다.

사회문제를 보는 방식부터 다르다. 문제 중심이 아닌 ‘필요’ 중심이다. 사회혁신은 시민을 어떤 행정서비스의 대상이 아닌 문제 해결의 주체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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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산 4동 행복주차주민위원회의 주차난 해결사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기존 행정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사회적 난제가 시민들이 주도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이 '행복주차 골목만들기' 사업은 서울시가 추진중인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빛을 봤다. 리빙랩(Living Lab)은 '일상생활 실험실'이란 뜻으로 생활공간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사회문제를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서울 금천구 독산4동의 주민들은 공유주차 실험은 대표적 사회혁신 사례다.

2016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공동주택 낮 시간 비어있는 주차구역까지 공유하기로 했고 골목길의 주차 상황을 알 수 있는 전광판을 골목 입구에 설치했다. 이렇게 되자 골목길 진입차량이 줄어들었고 주차난 해소의 전기를 마련했다.

대안적인 마을경제 생태계를 형성한 성미산 마을,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정책화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창안 프로그램, 청소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하자센터, 전문직 퇴직자가 비영리기관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희망제작소의 해피시니어 프로젝트 등이 사회혁신 사례로 손꼽힌다.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도 존재한다. 2016년 용산구 해방촌 일대의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청소년들은 아이디어를 디자인하고, 주민들과의 인터뷰에 나서고, 뭐가 진짜 문제인지 발견하려 했다. 이들의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과정은 해방촌 도시재생 사업인 ‘마을공동체 규약’ 마련의 기초 근거가 됐다.

주어진 문제에 답을 찾는게 아니라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됐다.

제주도 꿈틀대고 있다. 2013년 제주에 탄생한 전국 최초 마트 직원협동조합인 ‘행복나눔마트 협동조합’은 직원들을 조합원으로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면서 근무시간이 줄고 급여와 생산성은 올랐다. 이윤은 쌈짓돈을 모아 출자금을 냈던 직원 조합원들에게 우선 돌아갔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오라동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고 로컬푸드 한식뷔페, 로컬푸드 레스토랑, 제주 기반 쇼핑몰, 독립편의점까지 내면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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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유기농 우유 아이스크림 카페 '우유부단'은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회혁신 사례다. ⓒ 제주의소리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사회적기업 섬이다의 유기농 우유 아이스크림 카페 ‘우유부단’은 이시돌목장이 우유소비 감소로 경영난을 겪게 되자 대안으로 탄생했다. 카페의 1년 매출은 1년 만에 7억원을 돌파했고 이윤을 넘어 이시돌목장의 브랜드가치를 젊은 층에서 크게 끌어올렸다는 자체가 목장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와 가까이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실험이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김종현 섬이다 대표는 “인류는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뿐 아니라 사회혁신과 생활혁신이 수반돼야 한다”며 “체인지메이커, 사회혁신가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래에는 AI, IOT 대체에너지 등 신기술과 신산업을 만드는 사람들보다 사회혁신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혁신 인재와 함께 사회혁신 인재의 양과 질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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