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주특별법 개정 제동 '발등에 불'...총선 정국 전환 앞서 중앙절충 총력

민선8기 제주도정의 최대 역점 과업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작업이 느닷없이 중앙정치권에 의해 위기를 맞고 있다. 선결 과제인 제주특별법 개정에 제동이 걸리며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살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가 보류됨에 따라 중앙 절충을 강화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국회의원 당시 직접 발의한 법안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시·군 설치시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주민투표법 제8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는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제주도가 행안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하는 것으로, 자주적 주민투표 수행을 위한 선결과제로 분류된다.

개정안은 지난 5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7월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공을 넘겨받은 소위원회도 '제주도와 행안부 간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라'며 의결을 미루며 이제 연내 처리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제주도는 "제2소위에서는 제주와 행안부가 보다 긴밀한 협의를 거친다면 다음 회의에서 심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다음 소위 일정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22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법사위)소위 간사에 의하면 다음 회의 전망은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기존 주민투표법에 보장된 내용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제주특별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에만 특혜가 주어질 시 형평성 논리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열린 법사위 회의에서는 여권의 국회의원이 행안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별법 연내 처리'는 물리적인 마지노선이다.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지는 제410회 국회 정기회 일정이 끝나면 같은달 12일부터 곧바로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연말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법안 계류도 장기화될 여지가 크다.

결국, 내년 총선 직후 행정체제 개편 관련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제주도의 로드맵 자체가 어그러지게 된다.

중앙정치권의 발목잡기는 기시감을 부추긴다. 제주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꾸준히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지만, 번번이 중앙정치권의 논리에 가로막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총의가 모이기 시작한 민선5기 도정 한때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다른 시도와 달리 제주특별자치도가 누리고 있는 특례를 포기하고 다시 '2층제'로 되돌아가기에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납득시킬 명분이 없다는 논리에 막혔다.

민선7기 도정에서는 우회안으로 구체화된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했지만, 국무총리 산하의 제주지원위원회의 심의 결과 '불수용' 결정이 내려졌고, 7단계 제도개선안에서도 행정안전부가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무산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여당과 국회 과반의석 확보 정당이 모두 더불어민주당이었을 때도 속도감있게 박차고 나가지 못한 법안이다. 보수정당 색채를 짙게 내비치는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 오영훈 도정의 숙원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였다.

지난 6월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 내년 1월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등 전국적으로 특별자치 행정체제로의 변화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된 윤 대통령의 의미있는 발언은 없다시피 했다.

우선 제주도는 남은 시간 동안 계류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법 제3조의 개정으로 시 또는 군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기에 제주 역시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조상범 국장은 "정부와 이 내용에 대해 법안 상정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했는데, 법률개정안이 안될 경우도 협의를 해서 주민투표 방안을 접촉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특별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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