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 과업지시서 포함된 '기관통합형-기관대립형' 선택 가능성 제외

지난 7월 11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 - 제2차 중간 보고회'. ⓒ제주의소리<br>
지난 7월 11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 - 제2차 중간 보고회'. ⓒ제주의소리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막바지 숙의 과정에 돌입했지만,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후보 시절부터 "도민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기관 구성' 논의 가능성은 끝내 배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 이하 행개위)는 오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제3, 4차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는 지난 5월 20일 열린 1차 토론회와 9월 19일 2차 토론회를 포함 4개월간의 숙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행개위는 4회차 숙의과정에서 수렴된 의견을 기반으로 최종 정책권고안과 주민투표안을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일정은 다음달 중 마지막 공청회와 여론조사만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도민토론회는 사실상 마지막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다. 

300여명으로 구성된 도민참여단은 첫날인 25일 행정체제 행정구역 개편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26일에는 행정체제 모형과 구역 연계검토 방안을 모색한다. 현재까지 추려진 모형안은 '행정시장 직선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2개안이고, 제시된 구역안은 '3개 구역안(동제주, 서제주, 서귀포)'과 '4개 구역안(제주, 서귀포, 동제주, 서제주)'이다.

그러나, 숙의토론을 앞두고 도민참여단에 사전에 배포된 자료집에는 당초 제주도가 공언했던 '기관구성 형태'와 관련된 대안은 끝내 포함되지 않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 시절부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별개로 선출하는 기존의 기관대립형은 물론, 의원내각제 형태로 선출 의원이 단체장까지 맡는 기관통합형 모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오 지사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5일 [제주의소리] 등 제주지역 언론4사와 가진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국회의원 사직 전 지자체별로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며 "국내 모든 지자체는 기관대립형이다. 의회와 집행부의 대립 구조인데, 꼭 이런게 아니라 기관통합형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예를 들어 의원내각제 방식이나 유럽에서 시행하는 기초자치단체 지방정부 제도 등이 있다. 다양한 형태를 구성하도록 법에서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 선도적으로 해볼 수 있다. 다양한 기초단체 모형을 갖고 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오 지사의 뜻을 이어받아 행개위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과업지시서 상에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에 따른 기관구성 다양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기관구성 다양성을 검토하며 국내외 사례 및 법률구조를 분석하고, 기관구성 다양화 도입시 적용방안 및 장단점 분석, 대안 제시를 요하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도민참여단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에는 기관 구성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운 기관구성에 대한 선호도나 적용 가능성을 떠나 '다양한 모형에 대해 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오 지사의 공언은 허언이 된 결과다.

해당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지방자치행정연구원은 용역을 마치기 전까지 기관구성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연구원에 있어서는 선행 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도, 정작 제주도민들에게 돌아올 실익은 없는 셈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법 4조를 보면 현재와 같은 기관대립형을 유지할 것인지, 기관통합형으로 갈 것인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도록 돼있다. 연구는 하고 있고, 최종보고서에는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기관구성 방식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은 담길 예정이지만,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어디에 어떻게 도입해라' 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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