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검사 2명 탄핵안 두고 여야 충돌, 국회 법사위 또 파행
'주민투표 요청 권한' 명시 특별법 처리 불투명...道 "중앙 절충 강화"

민선8기 제주도정의 최대 역점 과제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공론화 절차가 마무리되고,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의 선행과제인 '제주특별법 개정'이 지체되면서 단순 선호도가 아닌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30분 제410회 국회 정기회 제12차 회의를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산회했다. 법사위는 현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한 처리 여부를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에 한 차례 무산됐던 법사위 전체회의는 각 당 원내 지도부 간의 협의를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불발됐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341건에 이르고 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 역시 계류중에 있다.

지난해 3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국회의원 당시 직접 발의한 이 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에 시·군 설치시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 거쳐야 하는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이 개정안은 지난 5월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7월 법사위 전체회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소위원회에서도 '제주도와 행안부 간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라'는 이유로 미뤄지며 처리 일정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맞물리며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내달 말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선 일정이 시작되면 국회 심의 일정도 불투명해진다. 국회 처리를 위한 현실적인 마지노선은 12월이다. 이후 제21대 국회가 산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2026년 지방선거부터 새로운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목표로, 그간 특별법 개정 가능성에 있어 시종 낙관론을 펴온 제주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새롭게 구성되는 제22대 국회에서는 원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시기는 더욱 미뤄지게 된다.

법사위로서는 제주만을 위해 특별법 개정안 심사를 진행해줄리도 만무하다. 기껏 공을 들여 만들어놓은 권고안이 일순간에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특별법 개정의 실익이 없어 '있으나 마나' 한 법안이라는 주장을 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계류중인 특별법 개정안은 표현 그대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즉, 제주도가 요청은 하되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안부 장관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를 두고 '특별법 개정 없이도 주민투표 실시 요청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주민투표의 주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 행안부를 비롯한 중앙정치권은 줄곧 제주특별자치도의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단일 행정체제로서의 특혜를 받은 제주도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실제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특별법 개정에 발목을 잡은 것도 강원지역의 의원이었다.

제주도로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도민사회의 일치된 권고안' 뿐이었다. 15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 또한 설득논리를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형식적으로나마 반드시 특별법 개정이 필요했던 것은 제주도가 직접 제안한 주민투표안이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개정 불발을 가정할 경우, 행안부가 제주도의 권고안을 그대로 상정해줄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중앙정치권의 따가운 반대논리에 맞서 제주도의 방패막이가 되어 줄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도리어 행안부가 앞장서 특별법 개정을 반대할 여지도 충분하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특별법 개정 없이도 주민투표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확실성을 생각한다면 제주도정으로서는 무조건 특별법 개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조 국장은 "현실적으로는 올해 안에 특별법이 개정돼야 하겠지만,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이라도 반드시 관철시키기 위해 대중앙 절충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