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특별법 개정에도 '한 세월', 중앙절충-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 비현실적

22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도민토론회'. ⓒ제주의소리
22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도민토론회'. ⓒ제주의소리

막바지에 접어든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과제와 관련, 도입 가능성 측면에서 진작 제척됐어야 할 '행정시장 직선제'가 왜 최종 후보로 다뤄지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표출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전제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도 통과에 애를 먹고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퇴짜를 놓은 이력이 있음은 물론 제주특별법에 더해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도 개정해야 하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는 22일 오후 2시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도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는 25~26일 진행되는 제3,4차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앞두고, 공론화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 모형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내달부터 마지막 공청회와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안을 포함한 최종 권고안을 제출하는 일정임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마지막 의견 조율 단계다.

앞서 행개위는 최종 후보로 '시군 기초자치단체' 대안과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 등 2개 안으로 압축했다. '시군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경우 도입에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행정체제 개편의 취지를 살리는 안으로 분류됐고, '행정시장 직선제'는 당초 취지에 불부합하더라도 도입 가능성이 높은 안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위한 선행과제인 제주특별법 제10조 개정 작업조차 국회에서 가로막힌 가운데, 행정시장 직선제를 위한 법 개정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표출된다는 점이다.

오영훈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10조는 주민투표 조건을 담은 내용으로, 지난 5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7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동이 걸렸고, 지난 21일 소위원회에서도 보류됐다. 통과를 낙관하던 제주도로서는 적잖은 충격이다.

행정시장 직선제의 경우 제주특별법 제11조에 명시된 행정시장 임명직 규정을 선출직으로 개정해야 한다. 아직 선행 입법 과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 정국으로 인해 올해 안으로 정리될 제21대 국회에서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22대 국회로 공을 넘겨야 하는데, 이 경우 2026년 지방선거 전에 입법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도민참여단이 최종 후보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택할 시 그 나름대로의 고민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제주특별법만이 아니다. 먼저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시장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2조, 공직선거 대상 범위에 특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현행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으로 제한돼 있는 항목에 부득이 '행정시장'을 추가로 끼워넣어야 한다.

선거법 개정 불가 시 선거는 자체적으로 치러야 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시장 선거는 선거 비용 전액을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예상되는 금액만 64억원에 이른다. 또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같은날 선거를 치를 명분도 없다. 도지사·도의회 선거 외의 별도 선거일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임시 선거일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될 명분도 없다.

공직선거 입후보자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권한인 '정치자금' 운용 권한도 별개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이 불가하면 수 억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불상사에 처한다. 입후보 자격이 재력에 따라 극히 제한되는 셈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이미 정부에 의해 불수용된 전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행정시장 직선제 모델은 2019년 민선7기 도정 당시 행개위와 제주도의회의 동의까지 얻어 건의됐지만, 정부의 '불수용'에 의해 불발된 바 있다.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은 이날 토론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척해야 할 모델을 제척하지 않고 용역진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최종 후보에 올랐다"며 "행정시장 직선제는 아무리 논의해서 정부에 올리더라도 똑같은 논리로 막힐텐데 관성적인 결과물이지 않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답변에 나선 한국지방자치행정연구원의 금창호 책임연구원은 "이번 용역은 연구진이 면밀하게 논리를 세워서 최종 대안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대안을 만들고, 그 대안에 대한 장단점, 분석,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도민참여단의 몫"이라고 말했다.

금 연구원은 "연구진 입장에서는 시읍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후보) 제척 권한을 저희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다' 답변하기가 궁색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않았다는 용역진의 답변은 당초 과업지시에 명백히 어긋난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과업지시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용역진은 실행 가능성, 타당성 등을 고려해 제주형 행정체제 모형안을 제시하도록 돼있다. 선택된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주요 입법과제나 설득논리 등 특례 개선 과제를 제시하도록 했다.

금 연구원은 "최초 제시했던 6가지 대안 모형 중 행정시장 의무예고제를 제외하면 나머지 5개 대안은 어던 대안이 선택되더라도 법률 개정의 여지가 있는 대안들이었다. 그런 대안들을 놓고 실제 도민들이 어떤 대안을 선호하는지 검토해 합의된 마음으로 헤쳐나가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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