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지하에 있는 보물창고/김정우 서귀중 1학년 지난 일요일에 제주시에 있는 헌책방에 갔다. 헌책방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제주도에 헌책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와랑 청소년 기자들과 함께 간 서점의 이름은 동림당. 옛날 빵집 이름 같지만 서점이다.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큰 서점을 상상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멋진 서점을 마음속에 그렸다. 그런데 서점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는데 지하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이상했다. 어두운 지하 복도를 지났다. 복도 끝에 불빛이 ...
솔직히 말해 봐요, 날 사랑하세요? 아니에요, 앞 못 보는 당신을 동정해요. 알고 있어요, 동정이어도 좋아요. 지금 내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마디는 눈앞이 캄캄하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당신을 볼 수 없지만 어루만질 순 있어요. 그러니 가지 말아요, 오늘밤 나와 함께……. 미국의 대중음악을 다시 쓴 레이 찰스 로빈슨은
▲ 이규형 감독의 'DMZ 비무장지대'. “박쥐떼가 음침한 굴 속에 있는 바위 천장에 겹겹이 매달려 있다가 그중 한 마리가 날면 다른 박쥐들은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허둥지둥 날아다니듯이 이 영혼들은 함께 가느라고 갈팡질팡했다. 길잡이 헤르메스가 영혼들을 음산한 황천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1979년 강원도 중부전선 신병훈련소. 영화과를 다니다 군에 입대한 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불행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자꾸만 빈집으로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남은 것은 후회와 빈껍데기뿐입니다. 황량하고 외로운 빈집에서 날 이끌어줄 그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합니다.” 누군가 물었다, 너는 왜 그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전단지를 돌리느냐고.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남의 집 열쇠구
"나 오늘, 오빠가 옛날에 사준 목걸이 팔아서 술 마셨다." "연주할 때 옷을 원래 그렇게 입고 다니세요? 이현우 씨는 작년에도 오셨지요?" 목걸이를 팔아 술을 마셨다는 연희(김호정 분)도 떠나겠다고 하고, 실내악단 오디션에도 떨어지고……. 스무 해 끝자락, 아니면 서른의 길목?「꽃피는 봄이 오면」은 그 건널목에 있다. 당신이 웃던 날 우리들 마음에 기적소
내심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팻 걸」을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약속이나 한 듯 대구지역을 스쳐지나갈 뿐, 한참을 기다려도 개봉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때울까?'하고 고민하다 「터미널」로 가본다.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존스, 스탠리 투칡. 인물들이 화려하다. 그래서 망설여
우리 아버지 이름은 김진국(박해일 분), 우리 엄마 이름은 조연순(고두심 분), 내 이름은 김나영(전도연 분).세 식구가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집은 우중충한 날이 많아요.엄마는 맨날 돈타령이고, 볼일 본 뒤 바지 지퍼 올리는 것도 잊고 사는 아버지는 바보천치 같아요.엄마 말을 빌리자면 그 모든 것이 빚보증을 잘못 선 '느그 아버지' 탓이라고 하지만 내
예매를 한 뒤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한 영화관에서 세 관(館)을 차지한 채 상영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하는. 그만큼 영화가 안팎으로 좋다는 것일까, 아니면 쏟아 부은 제작비만큼 흥행을 염두에 둔 탓일까?「투모로우」의 줄거리부터 옮겨보자.기상학자인 '잭 홀'(데니스 퀘이드 분)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기상이변이 일어날 것을 감지한
벌써 오래 전이다.「넘버 쓰리」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오는데 자꾸만 입안에서 대사 하나가 읊조려지고 있었다. "너, 호수의 백조를 보았니? 하얀 백조가 물위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지만 물 속의 발모가지는 어떤 줄 알아? 발버둥을 친다고, 발버둥을! 산다는 게 그런 거야!" 「빠삐용」의 최후 탈옥에서 스티브 맥퀸이 뱉어낸 가슴 뭉클한 대사에는 못 미치지만 이렇
'나는 낡아빠진 이불 보따리, 자질구레한 살림살이와 더불어 내가 살아야 할 가파른 세상으로 낑낑거리며 올라갔다. 그때 내 나이 아홀 살이었다.' 그 다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지나치게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 살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라고. 『아홉 살 인생』은 백만 부 넘게 팔린 소설과는 다르다. 순서가 뒤바뀐 것도 그렇거니와 토굴할메의 부재와 베트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는 김기덕 감독.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거미줄처럼 엉킨 사회문제를 어떤 모습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깡패와 여대생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계급모순을 보여준『나쁜 남자』에서도 그랬고, 해병대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준『해안선』에서도 그랬다. 그는 늘 희망과 불행의 틈바구니에서 숱한 질문
요즘처럼 극장을 찾는 일이 즐겁고 흐뭇한 때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영화 관람객 1000만 돌파 시대'라는 이벤트성 광고는 뒤로하고라도 그 양과 질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수입이 짭짤했던 조폭시리즈에서 눈을 돌린 충무로는 지금 예민한 남북분단을 다룬 방화들로 해빙을 맞고 있는 것이다. 간첩이라는 단어가 이렇듯 흔하게
하나였던 조국이 두 쪽으로 갈린 분단사를 다룬 영화에서 우리는 얼마나 웃을 수 있고, 얼마나 진지해질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가 아닌 흥행을 염두에 둔 영화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사실적일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흥행으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둔「쉬리」를 보았을 때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적잖이 후회를 했었다. 군복무 하듯 의무적으로, 그리고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