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및 이사’ 도지사가 임명권 추진
4·3의 정치화-유족 줄세우기 논란 가중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도행정국장이 1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도행정국장이 1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제주특별자치도가 곧바로 도지사의 임명권 강화를 위한 조례 개정을 공식화하면서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도행정국장은 1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내일(2일) 입법예고 하겠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4·3평화재단은 100억 원 상당의 출연금을 지원받는 제주도 출연기관이다. 다른 기관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책임있는 재단 운영을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선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으로 전환하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

임원의 임기는 2년으로 정했다. 사장은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다. 그 외 임원은 재단의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다. 임원추천위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도 개정안에 담겼다.

현재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에서 임원을 선임해 이사장을 선출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1인을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승인 절차가 있지만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이사장은 물론 선임직 이사에 대한 임명권을 도지사가 행사할 경우, 4‧3의 정치화를 야기하고 4‧3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4·3의 진상규명을 위한 지난 15년의 4·3평화재단 체제를 부정하고 임명권을 내세워 유족들을 줄 세우기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힌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재단 운영 지원을 이유로 이사장과 이사의 임명권을 도지사가 가지려는 시도는 4·3을 정파의 싸움터로 변질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3영령들과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싸워온 분들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조례 개정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조 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4·3평화재단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재단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도지사의 책임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3의 정치화와 유족들 줄 세우기 우려에 대해서는 “정치까지 언급하기는 어렵다. 도지사도 견제받는 자리인 만큼 임추위 단계에서 공모를 통해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내일 곧바로 개정안 입법예고하고 22일까지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12월 임시회에 개정안을 제출해 내년 1월 이사장 공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정 조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주도와 4·3단체간 사전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4.3단체들은 당장 내일부터 자체 의견 수합에 들어가기로 했다.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조례 개정에 반발해 10월 30일 오영훈 도지사와 면담을 진행하고 하루 만인 어제 전격 사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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