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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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개발공사.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5) 강승희 인사팀장 “
맞춤형 직무능력, 특성화고 출신 장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페트병에 물을 담아 ‘먹는 샘물’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우려했다. 

“그냥 수돗물 마시면 되는데...”

지금은 아니다. 당초 우려가 무색할 만큼 수천억원대 시장이 형성됐고, 매년 10%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먹는 샘물 최강자는 제주 삼다수다. 지난 1998년 3월 출시돼 전 국민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6개월만에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뒤 현재까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삼다수 생산은 지난 1995년 사업자등록을 마친 제주도개발공사(JPDC)가 맡고 있다. 개발공사는 매일 제주 지하수 3700톤을 취수해 삼다수와 감귤주스, 녹차 등 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중심 브랜드 대상,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최우수, 경역혁신 우수, 가족친화 기업, 창조경영대상,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 1위, 경영품질대상, 인적자원개발 우수...

개발공사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다. 

개발공사는 ‘제주특별자치도 고등학교졸업자 고용촉진 조례’에 따라 고졸자 채용에도 앞장서고 있다. 

조례 7조(고용확대)에 따르면 정원이 20명 이상인 공기업 등은 매년 신규 채용 인원의 10% 이상을 고등학교 졸업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무조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개발공사는 지난 2013년에 1명, 2014년 1명의 고교 졸업자를 채용했고, 올해는 무려 16명을 뽑았다. 올해는 개발공사가 4총괄, 1실, 5본부, 28개팀으로 조직이 확대·개편됨에 따라 채용 규모가 크게 늘었다. 

18명 중 9명은 남자, 나머지 9명은 여성으로, 도외 특성화고를 졸업해 취업한 경우도 있다. 

고졸 취업자는 공업계열 출신으로 지하수 취수 등 공장에서 기술직으로 일하거나, 상업계열 출신으로 각 부서에서 회계 등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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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개발공사 강승희 인사교육팀장.
강승희 개발공사 인사교육팀장은 직원들끼리 분식집에서 회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업해 음주가 안 되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아직 성년이 아닌 직원이 더러 있다. 고졸 채용이 확대됨에 따라 회사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이가 어린 직원들에 맞춰 분식점에서 회식한 적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특성화고 교사들이 직접 찾아와 제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지켜보기도 한다. 또 새롭게 바뀌는 인사채용 트렌드 등을 묻는다. 이후 학교에서 바뀐 트렌드에 맞춘 수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개발공사 고졸 취업자 대부분이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지방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고졸 채용 등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개발공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개발공사에 입사해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알고 취업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개발공사에서 하는 업무가 적성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제주 지역 공기업으로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개발공사는 고졸 채용을 확대하는 것일까. 

강 팀장은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했다고, 학력이 좋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업무 적성에 맞지 않으면 능률이 떨어진다. 반면, 고졸 취업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고 싶은 기업을 골라 맞춤형으로 직무능력을 연습한다. 또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입사했기 때문인지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는 등 인성도 좋다. 배제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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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개발공사에 입사한 고졸 취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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