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4) 제주테크노파크 "이미 채용 구조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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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의소리
'제주형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거점기관'을 표방하는 재단법인 제주테크노파크는 지난 2010년 창립해 6주년을 맞이했다.

제주 산업의 싱크 탱크(think tank)를 자처하며 정책기획단, 기업지원단, 바이오융합센터, 디지털융합센터, 생물종다양성연구소, 행정지원실, 지역산업육성실,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로 구성돼 있다.

제주의 전략산업인 정보통신(IT), 문화·콘텐츠(CT), 생명공학(BT) 산업 융합으로 지역 향토자원의 고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정된 일자리 창출 확대는 물론 기술개발과 성과 확산, 물류, 마케팅, 인력 양성 등 다양한 기업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부단한 노력을 펼쳐오며 지난 6년 동안 눈에 띄는 양적, 질적 성장을 보였다. 예산 규모만 400억 원에서 지난해 기준 800억 원까지 늘었다. 경영평가 '우수기관' 선정, '2015 대한민국 창조경제대상' 수상, 지역산업진흥계획 '최우수' 획득까지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지역산업을 이끌 인력 양성에도 앞장서 왔다.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한국뷰티고등학교 등 특성화고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문 인력 양성 교육과정과 인턴십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마이스터육성협의회 지원과 고교기술인재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은 채용으로도 이어졌다. 올 초 '제주특별자치도 고등학교졸업자 고용촉진 조례'에 따라 행정지원실 총무 분야에 고졸채용을 실시했다. 학력, 스펙을 중시하는 기존 채용제도를 벗어나 능력과 인성 중심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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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행정지원실장. ⓒ제주의소리

장원국 행정지원실장은 "인력 채용 구조가 이미 거스를 수 없이 인성과 능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채용 배경을 설명했다.

조례 발의 후 공공기관에선 첫 사례인 만큼 내로라하는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률만 10:1. 제주여상 출신인 홍가영(20) 씨가 최종 관문을 뚫은 비결은 다름 아닌 '준비된 자세'였다. 

장 실장은 "마지막 단계인 프레젠테이션 면접때 유일하게 면접 심사위원들을 쳐다보면서 준비한 내용을 차분하게 전달했다"며 "철저한 준비로 자신을 어필했던 것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가영 씨가 중요하게 꼽았던 것은 '경험'이었다. 그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수상 실적이나 성적, 자격증은 모자랐지만 외부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만의 이야기가 될 만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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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상 출신으로 제주테크노파크에 입사한 홍가영 씨. ⓒ제주의소리

자신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며 탈락의 쓴맛도 봤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두드린 결과 입사에 성공하게 됐다. 

취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인사담당자로서 조언을 부탁하자 장 실장은 '마음가짐'을 꼽았다. 고졸이냐, 대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학력을 보강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직장 생활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해 나갈지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가영 씨는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고 칭찬했다.

장 실장은 "가영 씨가 채용 면접 때 '15년 후에는 팀장이 되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힌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 가영 씨같은 고졸 채용자가 늘어나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간이 쌓이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영 씨의 뒤를 잇는 2호, 3호 사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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