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2) W Hair...“인력 부족 미용업, 성장 가능성 높아”

미용업계를 설명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는 ‘백조’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과 달리 수면 아래서는 열심히 물갈퀴를 움직이듯, 미(美)를 창조하는 화려한 이미지 뒤에는 만만치 않은 업무량과 상대적으로 박한 처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미용업계와 종사자를 낮게 평가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며 개인 능력에 따라서 높은 부와 ‘디자이너’라는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다.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한국뷰티고등학교(이하 뷰티고, 옛 고산관광정보고등학교)는 제주한라대와 함께 제주미용업계 인력 양성의 핵심 풀(Pool)로 손꼽힌다. 비단 미용업계뿐만 아니라 도내 모든 산업 분야에 있어서 인력 확보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지만, 미용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수한 인재가 한정적으로 배출되는 동시에 서울을 비롯해 다른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해, ‘사람 구하기 참 어렵다’는 푸념이 늘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도내 미용업계가 뷰티고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W Hair’의 서인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8년 전, 허허벌판과도 같았던 연동 북쪽 지역에 미용실을 차리면서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끌었던 서 대표는 직원들에 대한 높은 대우, 사내 교육, 업무 분담 등 여러 변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해 제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용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는 3호점까지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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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W Hair 3호점. W Hair는 도내 3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제주의소리

뷰티고는 도내외 미용업체들과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학년부터 방학마다 현장에서 4주 실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W hair는 5년 전부터 산학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서 대표는 “정말 뷰티고 실습생은 없어서 못 받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잘 모르는 분도 있겠지만 미용업계가 이직률이 굉장히 높다. 하루 이틀 일하고 그냥 그만두는 사례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런데 뷰티고 학생들은 일단 직업을 대하는 자세부터 일반 구직자들과는 다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바탕까지 익히고 온다”고 설명했다.

또 “도내 미용업체 수가 약 2000개 정도 되는데 고급인력은 매우 한정적으로 배출된다. 한해 제주에서 취업하는 뷰티고 졸업생은 많아야 30명 정도”라면서 “최대한 뷰티고 졸업생을 데려오기 위해 취업박람회도 참여하면서 홍보 중이지만 (스카웃) 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하는 현실”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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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인후 W Hair 대표. ⓒ제주의소리
여기에 뷰티고는 헤어(Hair) 뿐만 아니라 피부, 네일아트, 메이크업 등 여러 미용 분야를 학습 과정에 포함하고 있어 현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용업 인식 가운데 하나는 낮은 처우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W Hair의 경우, 모든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상사와 부하가 아닌 계약 관계에서 자신의 역량만큼 대우를 받는 방식인 셈이다. 이런 구조 덕분인지 W Hair는 대표와 디자이너 간 보수 차이가 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중에는 연봉 1억원을 넘는 디자이너도 있다. 이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치열한 능력 개발과 서비스 자세가 뒷받침 돼야 함은 물론이다.

서 대표는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높은 수익까지 거두는 디자이너를 통해 신입 직원들은 ‘나도 저 위치까지 가고싶다’는 꿈을 키울 수 있다. 여건이 되면 관련 분야에서 대학이나, 유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뷰티고 학생들은 이런 목표의식에 있어서 어느 직원들보다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다만 학교에서 자격증 취득을 강조하는 만큼, 실무적인 감각을 키우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올해 2월 뷰티고를 졸업한 오한라(20) 씨는 졸업 후 W Hair 3호점에서 일하고 있다. 뷰티고 재학 당시 서울 업체, W Hair, 다른 도내 업체 세 곳에서 실습을 받은 그녀는 W Hair를 '선택'했다. “몇 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실습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실습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낯설지 않게 배려도 잘 해줘서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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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 Hair 3호점에서 스탭으로 근무하는 오한라 씨. ⓒ제주의소리

W Hair에 처음 입사하면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스탭으로 근무하고, 이후 경력이 쌓이면서 가위를 잡는 디자이너로 올라간다. 그녀는 아직은 스탭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는 W Hair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먼 미래에는 자신의 '샵'을 차려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 분들의 머리를 만져주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소망을 내비쳤다.

오 씨는 “학교에서 헤어부터 피부까지 미용 지식을 골고루 배우고 일찌감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뷰티고의 장점”이라며 “이곳에서 파마를 처음 배웠을 때 할머니 파마를 직접 해줬는데, 친구분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급하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 대신 기초부터 하나하나 제대로 배워나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학벌보다 실력을 갖춘 미래 전문인력을 키워내는 특성화고의 비전이 그녀의 손끝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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