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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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하역회사 (주)대성해운 사무실 모습. ⓒ제주의소리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10) 대성해운...“업무 처리 능력, 이해 남달라”

1976년 창립한 제주도 하역회사 (주)대성해운은 최근 5년 동안 회계·사무 직원을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제주여상) 출신으로 채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제주여상 졸업생 3명을 신규 직원으로 뽑았다. 대성해운이 제주여상과의 특별한 관계를 수년 간 이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대성해운 홍경자 과장은 “지금까지 입사한 제주여상 출신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인정한 성실한 인재들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호평했다. 회계 프로그램 사용 능력을 비롯해 전반적인 업무를 이해하는 속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홍 과장은 "아무래도 어린 나이니 만큼 직장에서 지켜야 할 생활 습관이나 예절 같은 인성 교육을 학교에서 병행한다면 좋겠다. 다른 업무적인 면은 잘 따라온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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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성해운 홍경자 과장. ⓒ제주의소리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는 제주여상은 현재 회계금융과, 글로벌유통과, 디지털콘텐츠과로 구성돼 있다. 일반 기업체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사무직, 유통업계, 광고회사, 웹 콘텐츠 제작회사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가르친다. 각 학과 마다 10개가 넘는 관련 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여상 회계과를 나온 고지해(19) 양은 지난해 12월 대성해운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졸업 후 올해 3월부터 정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기본적인 서류 작성·정리 작업부터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회계 작업을 책임지는 사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고 양은 “제주여상 회계과는 취업 선택의 폭도 넓고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회계라는 분야 특성 상 어느 회사든지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웬만한 도내 은행에도 회계과 출신이 포진해 있고 다른 기업에서도 우리 학교 회계과는 실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특히 “학교에서 최신 회계 프로그램인 ERP 시스템을 배우면서, 취업 후 활약할 수 있는 여건도 좋아졌다”며 다른 지역 회사로 취업해 곧바로 ERP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친구 사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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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상 회계과를 나온 고지해 양. ⓒ제주의소리

고 양은 여러 번의 취업캠프와, 인턴 이전에 경험하는 6주간의 취업 체험 같은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어색하지 않게 취업 현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면서 “용어를 비롯해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있으니 회사에 들어와서 겉도는 느낌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여상 글로벌유통과를 나온 1년 터울 언니를 보며 일찌감치 제주여상 진학을 결심했다. “학생이 자격증 취득을 원하면 학교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준다. 저 역시 자격증이나 관련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앞으로 중국 관련 무역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똑 부러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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