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9) 강인철 성산포수협 상무 "성산고 인재, 믿고 뽑는다"

성산포수협(조합장 김계호)은 지난 1962년 설립돼 50년을 훌쩍 넘긴 제주 동부권역 핵심 경제주체다. 

경제사업, 상호금융사업, 유통사업, 공제보험사업을 취급하며 성산읍은 물론 인근 표선면까지 아우르며 2800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된 조합이기에 산학협력으로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성산고등학교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매해 우수 인재 지원을 위해 장학금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3명의 직원이 채용돼 함께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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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철 성산포수협 지도상무. ⓒ제주의소리

강인철 지도상무는 “산학협력으로 고졸 우수인재를 채용해 학력 중심이 아닌 능력과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초가 됐다”며 “재직하는 직원들에게도 학력보다 열정을 가지고 능력을 발휘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경쟁 채용이 의무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산고 출신은 제한 경쟁으로 채용하고 있다. ‘믿고 뽑는 인재’라는 것이다. 

강 상무는 “성산고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학생 비율도 상당수이기에 성산포수협에 대한 이해도도 남다른 편”이라며 “아무래도 어촌에 위치해있다 보니 구인기업이든 구직자든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회사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우리 수협은 금융 업무만 다루고 있지 않기에 업무별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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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에 채용된 고승현 씨. ⓒ제주의소리

올해 2월에 입사한 고승현 씨는 취업을 준비하던 중 선생님의 조언으로 성산포수협에 지원해 합격했다. 성산에서 나고 자란데다 복리후생이나 처우 개선은 도내 수협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꼽힌다는 점도 한몫했다. 

고 씨는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작정하고 특성화고로 전학 온 경우다. 중학교 때만 해도 성적이 좋았던 그는 고등학교에 가고 나서 ‘이대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를 설득했다. 당시엔 만류했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니 이제는 집에서 환영받는다고 밝혔다.

고 씨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생들에겐 특성화고를 추천하고 싶다”며 “인문계에 다닐 땐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 올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성산고로 전학 오고 나서  고교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성적 또한 좋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출석’을 강조했다. 고등학교 고졸 채용의 경우엔 직무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를 수는 있어도 공통적으로 출석률을 가장 크게 따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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