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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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1) 농협은행 제주본부..."특성화고 출신 적응 빨라" 

농업협동조합. 농민들의 생산력 증진과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자주적인 협동조직. 흔히 ‘농협’으로 줄여 부른다. 

2000년 농협중앙회가 출범했고, 농협법 개정에 따라 2012년 NH농협은행이 생겼다. 농협 제주지역본부도 은행으로서 제주 지역 사회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2013년 교육기부 대상, 사랑의 열매 대상, 대한민국자원봉사 대상에 이어 2014년 자원봉사 친화기업으로 선정된 농협 제주본부는 교육부장관상, 안전행정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는 전국 농협 업적 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농활을 비롯해 공부방, 사랑의 쌀 기부, 다문화가정 지원, 문화예술 활동 지원, 헌혈 등 지역사회 환원 활동도 활발하다. 
 
농협 제주본부는 매년 고졸 3명을 채용하고 있다. 매년 전국단위로 10여명을 채용하는데, 이중 3명이 고졸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채용된 고졸 출신은 총 9명. 이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농협의 고졸 채용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부 때 각 기업체가 고졸 채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지원을 강화했다.

고졸 채용은 이처럼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농협이 먼저 '일 잘하는 직원'을 뽑기 위한 주요 통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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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제주본부 인사를 총괄하는 윤재춘 경영지원단장이 특성화고 출신 직원들의 강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윤재춘 농협 제주지역본부 경영지원단장의 설명은 단순명쾌했다. “일을 잘하니까 뽑는다”

그중에서도 특성화고 출신들은 학창시절부터 금융 관련 수업을 듣고, 실습을 거치면서 일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고 했다. 

금융업계는 특성상 업무를 반복할수록 적응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이 분야에선 대학교를 나와도 실습 경험이 없으면 문외한일 뿐이다. 하지만, 특성화고 출신들은 입사 전에 학교 실습을 통해 어느정도 소양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실제 업무 적응 능력을 따지면 매우 크다는게 윤 단장의 설명이다. 

또 금융업계 진출을 꿈꾸며 고교를 다녔는데, 취업까지 됐으니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했다.  

실제 2013년에 채용된 윤지은씨는 전국 사업추진 우수직원으로 선정돼 지난 3월 7급으로 특진했다. 최근 3년간 채용된 고졸 출신 9명 중 6명은 실적 면에서 전국 상위 30%에 들었다. 업무 능력이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농협은 특성화고 출신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자 금융계열 특성화고를 직접 방문,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일종의 스카우팅(scouting)인 셈이다.

농협은 특성화고 자체 교육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농협이 바라본 금융계열 특성화고 수업은 한마디로 “좋았다”였다. 

윤 단장은 “인사 담당자들과 함께 학교를 방문해서 (수업을 들어)보니 실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좋았다. 또 교사들이 주기적으로 금융업계를 직접 돌아다니며, 새롭게 바뀌는 시스템이나 필요한 역량 등을 묻는다. 질 좋은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졸 채용으로 인한 단점은 없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돌아온 대답은 “...”.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농협 인사 담당자들의 공통된 대답이다. 

윤 단장은 “(특성화고 출신자들은)개인적으로 차이를 보일 뿐 업무적으로 단점을 찾을 수 없다. 개인적 차이는 대졸 채용자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고졸 취업자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학창시절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만 가지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진과 함께 연북로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 윤지은 씨는 특성화고 후배들에게 “꿈을 갖고 수업에 열중하다보면 기회는 온다. 정말로 학교 수업만 열심히 받아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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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특진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 윤지은(오른쪽), 김민경씨도 고졸로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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