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7) 양경월 제주사랑농수산 대표 "채용 만족도? 더 뽑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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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농공단지에 있는 '카페 제주이야기' 내부. ⓒ제주의소리
제주 향토 기업인 제주사랑농수산(대표 양경월)은 지난 2000년에 설립돼 제주의 특산물을 활용한 R&D(연구 개발)와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농공단지에 화장품사업부, 식품사업부, 직영농장, 부설연구실을 갖추고 현재 54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근 제주에 대한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지난해에는 '카페 제주이야기'를 열고 제품 판매와 체험까지 가능한 6차 산업으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제주의 유능한 인재들과 취약계층 장애인들과 함께 제주이야기를 담아내는 행복한 기업'을 내세운 만큼 장애인 채용에도 유독 관심을 쏟아왔다. 지난해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로부터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 인증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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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월 제주사랑농수산 대표. ⓒ제주의소리
양경월 대표는 "우리는 연구소와 공장이 한곳에 있기 때문에 연구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어느 파트 소속이든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특성화고 출신 채용'으로 시선을 뻗었다. 양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인재를 한번 육성해보자'는 생각으로 주변을 수소문했다. 제주대학교 링크사업단 소개로 발명·특허 특성화고인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와 인연을 텄다. 양 대표가 직접 학교 학생들도 만나고, 학생들도 현장을 다녀가면서 사이를 좁혔다.

그 결과 지난 7월 서귀산과고에 재학 중인 2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수습 기간을 거쳐 곧바로 식품 생산 현장에 투입됐다.

양 대표는 "이번에 채용한 두 직원이 일을 참 잘한다.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아서인지 상황 판단이나 적응력도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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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제주사랑농수산에 취업한 강유준 씨. ⓒ제주의소리
입사 5개월 차에 접어든 강유준(19) 씨는 일찌감치 수험생 대신 '사회인'의 길을 택했다. 강 씨는 "대학에 간다고 해도 취업은 준비해야 한다. 그 시간에 사회 경험을 쌓고 내 적성을 찾는 것이 빠르겠다는 판단이었다"고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 배경을 밝혔다.

그의 선택에는 아버지와 선생님의 영향도 컸다. 아버지도 "대학은 간판일 뿐"이라고 조언해왔단다. 취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선생님의 조언을 얻어 제주사랑농수산과 연을 맺은 것. 아직 업무에 적응 중이지만 동료들과 제품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내곤 한다.

양 대표 스스로도 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자신도 특성화고 출신인데다 현업에 종사하다 뒤늦게 학업에 흥미를 느끼면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 

양 대표는 "학업에 흥미를 못 느끼던 학생이었어도 일을 하다보면 관심사가 생기기 마련이다.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사회를 보는 눈도 키우고 적성을 알아가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대표는 "근무 시간을 칼같이 준수하니 여가 시간도 많다. 최근에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된데 이어 정부에서도 일학습병행제를 장려하고 있으니 기회는 창창하다"고 덧붙였다. 

추후에도 특성화고 출신 채용 의향이 있는지 묻자, 양 대표는 대번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오려고만 한다면 몇 명이든 더 뽑고 싶은 마음"이라며 "같은 나이라면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이들보다 실무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되니 승진도 유리한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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