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한 청탁 의혹에 대해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마을이장 정모씨가 사업자에게 마을에 더 좋은 조건을 얻어 내기 위해 동물테마파크 반대 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업자로부터 받은 수천만원의 돈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취지다. 

30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강민수 재판장) 심리로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씨와 배임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사업자 측 서모씨와 또 다른 서모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201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선흘2리 마을이장 업무를 맡은 정씨는 2019년 5월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사업자 대표 서씨의 지시를 받은 당시 사내이사 서씨로부터 50만원짜리 수표 20장 등 총 1000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다. 

사업 추진에 유리하게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정씨는 2020년 4월까지 2차례 더 자신의 아들 계좌로 대표 서씨로부터 800만원을 계좌이체 받는 등 총 18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찬·반 갈등 속에 정씨는 피고발·고소됐고, 대표 서씨가 정씨의 변호사 선임료를 2차례에 걸쳐 총 950만원을 대납했다. 

검찰은 정씨가 서씨 등 2명으로부터 총 2750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를, 서씨 등 2명이 2750만원을 대가로 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도와달라고 정씨에게 부정한 청탁한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 전원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마을이장 업무로 바빠 생계가 힘들었던 정씨를 위해 서씨 등 2명이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2시간 정도 진행된 피고인 정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정씨는 “개인적으로 사업에 찬성 입장을 유지해 왔고, 사업자로부터 마을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반대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사업 예정지 인근 마을주민과 제주시 조천읍 람사르습지 관련 기관의 동의를 얻는 조건을 걸어 사업을 허가했으며, 선흘2리는 2019년 4월9일 마을 임시총회를 열어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반대를 의결했다.  

총회 결과에 따라 선흘2리는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마을이장 정씨가 대책위원장 직을 맡았다. 

대책위는 제주도 등에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반대대책위 활동 1개월 정도 한 2019년 5월 정씨는 서씨로부터 50만원권 수표로 총 1000만원을 받았고, 다음달인 6월 돌연 대책위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마을이장으로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각종 문서를 제주도 등에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예전부터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했다. 사업 반대해 사업자로부터 더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 했다. 대책위원장도 맡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마을이장으로서 반대 의결된 총회 결과를 뒤집을 만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느냐는 검사 질문에 정씨는 “찬반 갈등이 워낙 심해 총회 자체를 열지 못했다”며 “마을이장 업무가 바빠 생계가 어려웠다. 돈이 급한 상황에서 사내이사 서씨가 힘들면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말해줬다. 최대한 빨리 갚겠다는 약속만 했다”고 말했다. 

3차례에 걸쳐 받은 돈 총 1800만원을 아들 계좌에 넣어 둔 것에 대해 정씨는 “(저의) 계좌에 돈이 있으면 자동이체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았다. 지불해야 하는 임금 등이 상당해 아들 계좌로 받아 밀린 임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다른 거래는 다 본인 계좌를 사용했는데, 왜 서씨 등 2명이 준 돈만 아들 계좌에 넣었느냐”고 꼬집자 정씨는 “그 당시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이날 검찰은 정씨가 받은 돈과 돈의 대가 등에 질의를 집중했다. 반면,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정씨가 예전부터 사업을 찬성해왔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미 사업에 찬성하고 있는 정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역대 선흘2리 마을이장과 마을 개발위원회 위원들에게 사업자 측과 상호협력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하니 다들 고생했다는 답을 들었다”며 “변호사 비용의 경우 갑자기 소장이 날라와 물어볼 사람이 사업자 측이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마을이장 당시 개발위원장도 겸직했다. 

서씨의 변호인이 정씨에게 ‘마을 대·소사를 개발위원회가 결정해온 것이 맞느냐’고 묻자 “1~2개월마다 개발위원들이 회의했고, 매년 1차례 마을총회에서 개발위원회 결정 내용 등을 공유해 왔다”고 말했다. 

‘개발위원은 동물테마파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추가 질문에 정씨는 “개발위원회는 마을에 동물테마파크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사업의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3명의 증인신문과 3명의 피고인 심문까지 모두 마무리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증인신문 시간이 길어지고 탄핵증거 등이 언급되면서 추후 재판을 속행키로 했다. 

탄핵증거는 진술증거의 증명력을 다투는 증거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서씨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다 이후 빌렸다고 진술을 번복한 정씨의 진술에 대한 다툼이 이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4월29일 속행, 피고인 심문까지 모두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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