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사 선임 직전 동물테마파크 2건 수임...변호사비 사업자 대납 드러나 물의

2020년 8월28일 열린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모습.
2020년 8월28일 열린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모습.

올해 6월 불거진 제주동물테마파크의 뒷돈 거래 의혹과 관련해 당시 개발사업자로부터 변호사 선임료를 대납받은 변호사가 최근 고영권 정무부지사로 확인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5일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고 부지사는 변호사 시절인 2020년 3월 당시 선흘2리장 A씨와 관련한 2개 사건을 수임했다.

당시 반대측 주민들은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어 A씨를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제기했다.

A씨는 경찰로부터 선흘2리 마을회 명의의 계좌와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개발사업자인 ㈜제주동물테마파크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개발사업자측은 2020년 3월20일 고 부지사 변호사 사무실에서 A씨를 통해 민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선임료 400만원을 현금으로 대납했다.

A씨는 한 달 후인 4월14일 다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개발사업자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에서 고 부지사의 계좌로 형사사건에 대한 수임료로 550만원을 송금했다.

민사사건은 2차례 심문이 이뤄졌지만 이후 신청인이 소를 취하하면서 소송이 마무리됐다. 고발사건은 경찰이 명예훼손이 아닌 배임증재로 방향을 틀어 인지 수사가 이뤄졌다.

그 사이 고 부지사가 2020년 7월 정무부지사로 지명되면서 현재 배임증재와 관련한 형사사건은 기소 단계에서 다른 변호사가 선임해 제주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 부지사가 대납한 변호사비를 받은 것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지만 반대측 주민들은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자의 수임료 대납을 묵인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반대측 주민들은 “변호사 신분으로 관련 사건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텐데 마을회 배임 사건을 맡고 사업자로부터 수임료까지 받은 것은 법조인으로 죄질이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자로부터 불법적인 수임료를 받고 범죄를 방조한 인물은 도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고 부지사는 도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고 부지사는 이와 관련해 “7월 정무부지사 지명 이후 사건 정리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알게됐다. 수임료 대납 관련은 경찰 참고인 조사를 거쳐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일대 5만8000㎡ 부지에 863억원을 투입해 축산체험시설과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애초 동물테마파크는 2003년 향토기업인 탐라사료 등 4곳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유지 24만7800㎡가 사업부지에 포함됐다. 이후 사업자가 바뀌면서 공유지도 통째로 사업자에 넘어갔다.

동물테마파크는 올해 3월 개발사업변경안이 개발심의위에서 부결되자, 사파리 사업을 접고 기존 사업승인이 이뤄진 말산업 중심의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며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최근 심의를 열어 올해 말로 종료되는 동물테마파크 사업 기간은 1년 더 연장해 줬다. 사업자는 이 기간 확약서를 제출하고 시설 건설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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