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순례 동행취재] (상)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 옛 마산형무소·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 방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옛 마산형무소 터를 방문해 4.3 희생자의 영령을 기렸다. ⓒ제주의소리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옛 마산형무소 터를 방문해 4.3 희생자의 영령을 기렸다. ⓒ제주의소리

“형무소에 수감된 아버지의 사형 집행 하루 전 사형 중지령이 내려져 기적같이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루만 늦었어도 아버지의 모습을 영영 볼 수 없었을 겁니다”

9일 오전 찾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의 옛 마산형무소 터. 이제는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터에는 표지석만이 과거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운영위원과 유족 등 65명이 참여한 가운데 육지부 순례 전국 상생 워크샵을 진행했다.

형무소 터를 비롯한 4.3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을 방문해 영령 위로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아침 일찍 제주국제공항에 모여 비행기에 몸을 실은 유족들은 가장 먼저 마산형무소 터를 찾았다.

4.3 당시 불법 재판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희생자들은 대부분 대구형무소에 수감됐고, 이들 중 일부는 학살되거나 마산, 부산, 진주형무소로 이감돼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족회는 마산형무소 터 표지석 앞에서 제주에서 손수 챙겨온 제사음식을 올렸다.

이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부모, 형제를 영영 가슴에 묻어둔 저마다의 사연을 토해냈다.

김홍수 4.3희생자유족회 서부지회장이 4.3 당시 마산형무소에 수감된 아버지의 기구한 사연을 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홍수 4.3희생자유족회 서부지회장이 4.3 당시 마산형무소에 수감된 아버지의 기구한 사연을 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형무소에 수감된 아버지가 8년 만에 살아 돌아왔다는 김홍수 4.3희생자유족회 서부지회장은 가슴 한켠에 켜켜이 묻어둔 4.3의 이야기를 이제야 꺼낼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홍수 지회장은 “아버지께서는 4.3 당시 부산, 대구, 마산형무소를 옮겨가며 8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연락이 도통 닿질 않아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건 내가 8살 되던 해였다. 기적처럼 아버지가 돌아온 덕분에 학교도 다니며 번듯하게 자랄 수 있었지만 연좌제로 말도 못하게 고생했다. 어디서도 꺼낼 수 없었던 4.3의 이야기를 이제라도 꺼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방문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방문했다. ⓒ제주의소리

이후 유족회는 같은 아픔을 품고 있는 경남 산청의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산청함양사건은 4.3 이후인 1951년 2월 7일부터 2월 11일까지 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가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인 ‘건벽청야’라는 작전을 수행하며 산청, 함양 등에서 무고한 민간인 705명을 학살한 일이다.

먼저 역사교육관에서 산청함양사건의 영상물을 시청한 유족들은 영상을 보는 내내 원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4.3 유족이 산청함양사건을 다룬 영상물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4.3 유족이 산청함양사건을 다룬 영상물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총을 멘 군인들이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하는 모습이 나오자 ‘어떻게 이런 일이..’하고 말끝을 흐리는 유족이 있는 가하면 아무 말 없이 그저 눈물을 훔치는 유족도 있었다.

이후 유족회는 추모비 앞에서 산청함양사건의 양민희생자들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국가폭력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점. 아픔을 딛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4.3과 산청함양사건은 많이 닮아있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방문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9일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방문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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