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 11일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개최
김우정 제주대병원 부원장 “건보료 똑같이 내는데 항공-숙박비 추가, 건강평등권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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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오후 3시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주제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중증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 원정 진료를 떠나는 현실 속, 의료법에 근거한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인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오후 3시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주제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상급종합병원은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전문적인 종합병원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여러 기준을 평가해 지정하는 병원으로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제주도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개선할 도민 숙원이자 오래된 과제인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권역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여러 차례 실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는 서울, 경기와 함께 ‘서울권’으로 묶여있으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놓고 수도권 유명 대형병원과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제주도는 의료인프라 역량을 키운 뒤 2027년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목표로 재도전할 계획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과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 양연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장,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발표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양연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장,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양연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장,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대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시작한 김우정 진료부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도민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건강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모두가 급여 수준에 맞는 의료 보험비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은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항공료와 숙박비를 추가로 더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다른 권역과 다르게 선택권이 이미 박탈당했다는 설명이다. 

김 부원장은 “2001년 제주대병원이 개원한 이래 20년이 넘도록 제주지역 종합병원 수는 변화가 없다”며 “산북 5곳, 산남 1곳, 총 6곳으로 다양한 의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대로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수평적 체계로 분산 진료가 가능했지만, 점차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생긴다면 중증도에 따라 적절히 환자를 배분하는 등 효율적인 지역 의료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있다고 해서 서울의 유명 대형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면서 “그렇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있다면 1차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유명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은 부가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다. 선택권 자체조차 없는 권역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예전부터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해온 제주대병원은 평가 항목 중 절대기준을 맞춰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했다”며 “가능성에 대한 여러 우려가 따르지만, 의료자치와 건강평등권 보장 등 지역의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대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사진 왼쪽)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와 제주형 상급종합병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대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사진 왼쪽)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와 제주형 상급종합병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제주의소리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와 제주형 상급종합병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서울에서는 제주도가 서울권인지 전혀 모른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조차 모를 일”이라며 “이는 제주 의료를 책임지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제주대병원은 전문진료질환군 비율도 타 지역 국립대 수준에 도달하고 병상도 늘리는 등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다 갖췄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주대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피력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의료체계를 지키는 보루로 지역의료 체계를 책임지는 기관이라고 봐야 한다”며 “제주는 인구와 관광객 증가, 섬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독립성이 있어야 하며, 이는 지역에서 모든 것을 끝내는 지역완결형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대병원은 수도권 빅5 병원을 따라가려는 전략을 세우기보다 제주지역 전체 의료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의 사령탑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며 “제주도 전체 의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그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오후 3시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주제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오후 3시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주제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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