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5기 상급병원계획에 '서울권역' 묶여...TF팀 구성해 2027년 재도전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선거-지방선거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를 냈던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과제가 결국 후일을 기약해야 할 처지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제5기 상급종합병원 2024~2026 지정계획'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희망 의료기관을 접수받고 있지만, 수도권역에 묶여 경쟁력이 뒤처진 제주는 2027년 지정을 목표로 한 발 물러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3일 브리핑을 통해 "현재 제주도내 종합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기준을 충족할 의료인프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2026년에 지정 신청해 제6기인 2027~2029년 지정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이란 중증질환 등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으로, 보건복지부는 3년마다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 위한 병상, 시설, 의료인력 등을 평가해 권역별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열악한 의료인프라 문제를 노출해왔던 제주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숙원이었다. 전국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45곳이 지정됐지만, 제주에는 한 곳도 없다. 2021년 기준 제주에서 도외로 원정진료를 떠난 제주도민이 전체 환자의 16.5%인 1만6109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도외 유출 의료비용이 전체 의료비용의 25.4%인 108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열망을 반영해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각 후보들이 제주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곧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입을 모아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직접 약속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현실적으로 제주는 후일을 도모해야하는 처지다. 복지부가 제시한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은 중증환자 진료 관련 지표가 보다 강화됐다. 기존 '30% 이상'이던 입원환자 중 중증(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은 '34% 이상'으로 상향됐고, 현재 제주에는 이 기준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이 없다시피 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제주는 의료권역이 수도권과 같은 권역으로 편재됨에 따라 수도권 유명 대형병원과의 경쟁을 벌여야 했다. 관련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래 제주는 지역의료이용행태나 인구수 등의 이유로 서울권역에 묶여있었다. 별개 권역으로 편재돼 2곳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된 강원권과 비교해도 제주는 불합리한 환경에 노출됐던 셈이다.

제주도가 의료권역 분할을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은 올해 초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진료권역 분리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2024~2026년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에도 제주는 서울권에 포함돼 있다. 제주의 경우 이 결과에 따라 2027년께나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재시도해야 하는 처지다. 도정의 입장과는 별개로 제주대학교병원은 상급병원 지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지만, 성사 여부는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도의회, 도내 종합병원, 언론, 시민단체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 TF팀을 꾸려 오는 7월 13일 첫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민선8기 제주도정의 공약인만큼 임기 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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