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이웃] ① 성대모사 달인 김인현 군 “필 받는 날엔 밤새도록 연습”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말이 있다. 앞의 ‘미친다’는 미친 사람(狂人)을 가리키고 뒤의 ‘미친다’는 도달한다는 뜻인 미칠 급(及)을 일컫는다. 어느 일을 이루려거든 미칠 만큼의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 고흐, 에디슨, 스티븐 잡스, 이른바 ‘괴짜’들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제주의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미친’ 이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달 9일, KBS 2TV의 인기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는 ‘아들의 방에 유명인이 산다’편에는 성대모사에 빠져있는 아들과 어머니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제주 사대부설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인현(18)군. 방송에 출연한 김 군의 어머니는 "공부는 뒷전이고 미치지 않고서야 저러냐"며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하루 종일 연예인 성대모사만 연습한다며 못마땅해하며 고민을 털어놨다.

김 군은 수준급의 성대모사 실력을 선보이며 방청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배우 이선균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등 여러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연해내는 그는 ‘달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심지어는 MC들이 어머니를 설득할 정도였다.

방송 이후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성대모사 달인 ‘김인현군’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이제야 갓 변성기를 지났을까 싶은 앳된 얼굴이었다. 그저 얌전하기만 할 것 같은 소년에게서 ‘끼’라니…. 그러나 웬걸, 김 군이 성대모사로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말 그대로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김 군의 오랜 친구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끼가 남달랐단다. 다른 또래 친구들에 비해 조용하고 의젓했지만 장기자랑 시간만 되면 ‘눈빛’이 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연예인 흉내를 잘 냈다고 증언(?)했다.

▲ 지난 1월 9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 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 초등학교 때부터 남달랐던 ‘끼’, 필(feel)받는 날엔 밤 새기도

“초등학교 다닐 때 MBC에서 방영하던 ‘주몽’이라는 사극이 엄청 인기였어요. 장난삼아 배우들 대사를 따라 말하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똑같다고 하기에 재미 붙여 연습하기 시작했죠. 아마 그때부터 빠졌던 거 같아요.”

그렇게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걸 일찌감치 깨친 김 군은 틈만 나면 ‘성대모사’에 몰두했다. 밥을 먹다가도, TV를 보다가도, 친구들과 놀다가도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연습했다. 필(feel)이 꽂힌 날에는 밤을 샌 적도 많다고 말했다.

# 전교 10등이던 성적 중위권까지 뚝, “그래도 좋아”
중학교 때 까지 김 군의 성적은 전교 10등 안팎을 유지했다. 학교와 집을 오가며 공부만 하던 소위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애니메이션 더빙에 취미를 붙이면서 자연스레 성적이 떨어지고 말았다. 어머니가 괜히 방송에까지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 아니었던 것.

“제가 사는 동네가 되게 조용한 동네인데,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소리를 지르기도 하거든요. 고등학교에 들어오고선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느라 9시 10시 넘어서 밖에는 제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주로 밤에 연습하는 편인데 부모님은 물론이고 이웃 주민들도 종종 항의하러 오세요. 특히 엄마는 계속 잔소리 하시죠. 성적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나 봐요. 공부는 학교에서 하면 됐지 뭘”이라며 샐쭉이는 김 군,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 '성대모사 달인' 제주사대부설고에 재학중인 김인현군(18).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주특기는 애니메이션 더빙, 어느 날 눈 떠보니 ‘온라인 스타’

김 군의 주특기는 연예인 성대모사가 보다도 ‘애니메이션’ 주인공 흉내내기다. 일본의 인기 만화인 원피스의 주인공인 루피와 상디, 짱구, 소년탐정 코난의 남도일 등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제 또래 남자애들이 그렇지만 저도 애니메이션 보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매번 연예인만 따라하다가 애니메이션 더빙한 걸 보니깐 너무 멋있는 거예요. 일본어 뜻은 몰라도 워낙 많이 보기도 해서 어떤 뉘앙스인지 감이 와요. 무작정 따라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더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더빙이란 대사만 녹음된 테이프에 음악, 효과음 따위를 더하여 다시 녹음하는 일을 뜻한다. 따라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김 군은 직접 자기 목소리를 덧씌운다. 꽤 번거로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쁘게 해낸다.

“더빙하기 전에 원본 파일에 목소리를 지우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목소리를 지우고 다시 내 목소리를 입혀요. 사서 고생한다고요? 제가 좋아서,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요.”

김 군의 소소한(?) 취미생활이 어느샌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스타’로 꼽힌다. “녹음해놓은 파일을 친구들 보라고 미니홈피에 올려놨는데 또 친구들이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 갔나 봐요. 그게 조회수가 높아져서 유투브로 퍼지고 그랬어요.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니까 얼떨떨하더라고요.” 게다가 방송을 탄 이후 여기저기서 섭외가 들어온단다.

#. 성대모사 노하우? “그냥 ‘연습’밖에는 없어요”“계속 듣다보면 그 사람 특유의 말투가 두드러지게 느껴지는데요. 그걸 캐치하는데요”라며 “이게 또 연습을 게을리하다보면 금방 감을 잊게 돼서요.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돼요”라고  조곤조곤 노하우를 밝혔다.

▲ '성대모사 달인' 제주사대부설고에 재학중인 김인현군(18).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또래보다 성숙한 목소리 덕에 생긴 에피소드도 있었을 터. 김 군은 “어른스러운 목소리 때문인지 친구들이 부모님인척 야간자율학습 빼달라는 전화 걸어달라고 부탁해요”라며 “그런데 소심해서 한 번도 해준 적은 없어요”란다.

김 군의 꿈은 무엇일까. 방송에 나온 대로 ‘성우’가 꿈이냐 물었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TV 프로그램을 자꾸 보다보니 방송이라는 게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요즘은 방송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데. 연습도 하고 싶고, 공부도 해야 하니 고민이에요.”

<제주의소리>는 독자 여러분 주변에 ‘미친 이웃’을 소개받습니다. 퇴근 후 연극배우로 변신하는 직장인, 주말이면 철인3종경기에 매진하는 한의사, 제빵에 푹 빠진 택시기사 등 자신의 취미생활에 ‘미친’ 이웃이 있다면 메일(imty@jejusori.net), 휴대폰(010-9442-3628)로 제보 바랍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