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칼럼> 바른선택 위한 바른 선거보도를 주문한다

 4.11 총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고민은 하나다. 유권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정치신인이라면 빠른 시간내에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고 현직이라면 그동안의 업적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가 문제다. 얼굴을 알리고 성과를 홍보하고 싶은 후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언론이다. 조금이라도 언론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부고기사 빼고는 어떤 기사든 일단 언론에 나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의 선거보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언론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후보자들의 속셈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숱한 말들이 난무하는 말의 성찬장에서 언론은 옳은 말과 허황된 말을 검증해야 한다. 언론의 선거보도는 어느 때보다 사실보도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과연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먼저 A 후보의 동정을 다룬 기사를 보자.

도내 K사의 기사

“4.11총선 출마한 A 예비후보 10일,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 표심 공략에 공을 들였다.A 후보는 이날 제주시 연동 연상동 경로당을 찾아 매주 실시하는 급식행사에 참여, 노인들을 위로하며 “장수의 섬에 적합한 노후 생활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후보에 대한 J사의 기사를 보자.

“A 후보는 10일 ‘장수의 섬’ 제주에 적합한 노후 생활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시 연동 연상동경로당을 찾아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만 다를 뿐 기사의 내용이 똑 같다. 이어진 기사의 내용. K사.

 “후보는 “제주가 ‘장수의 섬’이지만 노령화사회로 급속히 돌입하고 있다”면서 “노후 생활권 보장 등 노인복지 증진과 더불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J사의 기사 내용. 후보는 “노인복지 예산을 확충해 경로당 편의시설과 건강유지 시설을 확충해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노후 생활권 보장 등 노인복지 정책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추진하겠다”와 “실현하겠다”의 차이만 있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후보측이 보내준 보도자료 중에서 어떤 문장을 빼고 집어넣었느냐의 차이 뿐이다.

다음은 다른 후보의 것.

B 예비후보는 한국수산업경영인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회장단 이·취임식장을 찾아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조업금지구역확대와 수산직불제의 확충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다른 언론사의 B 후보에 대한 기사 내용.

B 예비후보는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해 조업금지구역 확대와 수산직불제 확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의견을 나눴다”와 “모색하겠다고 밝혔다”의 차이만 있을 뿐 기사의 리드는 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앞의 기사가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라는 주관적 문구를 삽입한 것이 다르다. 동정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에서 B 후보가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경청’했는지는 순전히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다. 실제 기자가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했다고 해도 이러한 단어의 사용은 지극히 경계되어야 한다. 그런데 후보측의 보도자료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쓰다보면 이러한 주관적 문구를 아무런 비판 없이 사용하게 된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의 내용을 비교해보자.  먼저  한 언론.

이날 수산경영인들은 ″저인망, 쌍끌이 등 육지부 근해어선들이 제주도 연안에서 연중 작업을 하다 보니 성어는 물론 치어까지 싹쓸이 하면서 고기 씨가 말라,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하지만 현행법에 의한 조업금지구역으로는 이를 막을 방안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언론.

이날 참석자들은 ″저인망·쌍끌이 등 육지부 근해어선들이 제주연안에서 연중 작업을 하면서 성어는 물론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며 ”고기 씨가 말라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하지만 현행법에 의한 조업금지구역으로는 이를 막을 방안이 없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고충을 토로했다”와 “대책을 주문했다”의 차이만 있을 뿐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도 똑같다.

두 사만 이러한 것이 아니다. 도내 다른 언론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바이라인을 감추고, 언론사명만 감추면 어디가 썼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는 총선 선거보도가 시작된 이후 계속되고 있다. 물론 많은 후보자들을 일일이 마크 할 수 없는 언론 현실에서 일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내 언론사는 20개가 넘는다. 제주일보, 제민일보, 한라일보, KBS, MBC, JIBS, 제주의소리, 제주투데이, 이슈제주, 뉴스제주, 헤드라인뉴스, 게다가 YTN과 연합뉴스까지. 생각나는 언론사 몇 개만 읊어도 숨이 다 찰 정도다. 그런데 도내 언론사들이 똑같은 선거보도를 한다면 그것은 바른 선거보도태도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총선에 출마한 후보입장에서는 손쉽게 언론을 이용할 수 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다듬고, 언론에 배포하는 데 공을 들이고, 거기에 언론이 좋아할 만한 양질의 사진을 첨부한다면 도내 모든 언론이 그 내용을 보도한다. 사실 확인, 그것은 후보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이름을 알리고 정책을 홍보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러한 식으로 선거보도가 이뤄진다면 이는 재앙이다.(제주의 선거보도가 재앙적 상황으로 가게 된데 대해 필자도 책임을 통감한다.)

   
▲ 김동현
제주도 선거가 괸당 선거로 치러진 것도, 어찌보면 언론의 후보자 검증에 대한 신뢰가 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많은 언론사가 선거보도의 내실을 기하고 후보 검증을 위한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기간 동안에는 이러한 관행들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마음이 맞는 언론사들끼리 힘을 합쳐 인력과 장비의 부족을 극복하고, 선거보도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4.11 총선. 도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보도를 부탁한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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