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백의 말바꾸기, 이러면 누가 도정을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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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기 칼럼> 우근민 지사는 스스로 세운 원칙 지켰나

  우근민 제주지사가 내세운 해군기지 해법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이른바 ‘윈윈 해법’과 ‘당사자 해결 원칙’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두 가지 원칙 자체가 붕괴될 조짐이다.

  먼저, ‘윈윈 해법’.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주민동의를 근거로 한 입지 재선정이 그것이었다. ‘주민이 원하는 입지’를 통해 주민갈등 문제도 해결하고, 정부나 해군도 사업의 원활을 기할 수 있으며, 도 당국도 이 사업에 따른 ‘제주의 이익’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기존 후보지로 거론된 안덕(화순,사계), 남원(위미1리), 서귀포(강정)을 대상으로 주민총의에 의한 유치여부를 묻는 일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유치찬성이 많은 지역을 입지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그 과정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모든 마을이 ‘반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결정은 그런 면에서 입지 재선정 카드 이후 마지막 남은 우근민 지사의 ‘윈윈 해법’의 이정표가 되었다. 다수의 도민이 군 전용항 개발은 반대하지만, 복합항은 적어도 절반의 도민이 찬성하기 때문이다. ‘관광미항’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었듯, 단지 국방사업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도 명분이 되었을 것이다. 강정주민들의 원칙적인 입장은 도정과 주민의 신뢰관계의 회복을 통해 풀 수 있다는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 우 지사가 말한 ‘윈윈해법’ - ‘당사자 해결원칙’은 지금 어딜 갔는가?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 입지재선정 프로세스가 파국 국면으로 가던 2010년 9월 우근민 지사는 처음으로 해군참모총장을 만났다. 이를 두고 의회에서는 밀실면담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 날은 우지사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선 일성으로 “해군기지 착공강행은 안된다”며, 해군기지 문제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우 지사는 이후 부쩍 기회때 마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같은 해 10월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해군기지가 합리적으로 추진되려면, 중앙정부의 지원의지가 중요하다”고 함으로써, 자력 해결 논법은 어느 덧 중앙정부와의 관계 모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10월 말 김황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 지사는 “지사가 할 수 있는 혼신을 다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11월 1일 도청 직원 정례조회에서는 ‘실패한’ 입지재선정 결과를 놓고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상당히 진전됐다”며 자평을 전제해놓고, “지금부터 도정이 해야 할 일은 중앙정부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일, 해군당국과 의사소통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일, 의회와 의견조율을 진행하면서 해군기지 문제를 원만히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같은 달 10일에는 도의회 보고를 통해 기존 ‘제주해군기지 갈등해소추진단’을 ‘해군기지 추진 및 지역발전지원단’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도정의 방침이 ‘문제 해결’에서 ‘사업 추진’으로 사실상 선회했던 것이다.

 # 도백의 말바꾸기 : 강행 안된다 > 반대한적 없다 > 지원이 중요하다 >상당히 진전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11년 들어 해군기지 문제가 본격적인 파국양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사안은 전국화 양상으로 치달았고, 정치권의 중대 현안이 되었다. 여기에는 정부와 해군의 밀어붙이기식 공사강행이 화근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사현장의 환경파괴 논란이나 불법공사, 문화재 조사문제 등이 제기되었지만, 도 당국은 이에 대해 내내 미온적이었다. 이미 정부와의 ‘유기적 협조’, 해군과의 ‘차질없는 의사소통’을 일찌감치 전제해 놓았던 도 입장에서 이를 강력한 매개로 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작년 9월 참으로 공교롭게도 공유수면관리에 관한 중앙정부의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의 항만설계가 15만톤 크루즈 입항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설계자체의 문제도 제기되었다. 국회에서는 2009년 체결된 기본협약을 놓고 이중협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미 ‘윈윈 해법’의 유일한 카드로 보였던 민군복합항 문제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도지사의 해군기지 문제 해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기회이기도 했다.

  장황하게 지난 과정을 되짚는 것은 입지 일찌감치 사업추진 입장으로 선회한 우도정이기에 사업중지명령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단을 위함이 아니다. 거꾸로, 그렇기 때문에 사업중지명령 처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우근민 지사가 내세웠던 해군기지 문제 해결 제일의 원칙, ‘윈윈 해법’의 내용적 실체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의혹과 논란 속에 표류하는 지금, 이를 위한 결단(사업중지 명령)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사업이자 지금 정부의 약속이기도 한 사업이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 스스로가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의 해군의 입장만 두둔하는 마당에 제주도지사마저 그래서는 안된다. 정확히 정부가 아니라 현 정권의 논리일 뿐이다. 정말로 민군복합항이 윈윈해법의 방안이라 생각한다면 제주도지사가 사업중지명령처분에 임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 당사자 해결 원칙? 제주도와 정부는 스스로 해결할 의지를 갖췄는가?

  우근민 지사의 두 번째 원칙은 ‘당사자 해결 원칙’이다.

  지난 2월에도 우 지사는 도청 기자회견을 통해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인들’의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였다. 무엇이 사실 왜곡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제주에서 벌어진 일이니 일차적으로 제주도가 당사자로서 해결노력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내용의 진전은 없으나, 우 지사가 꾸준히 강정주민들의 대화요구에 응하는 것도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당사자 간의 입장과 의견이 엇갈려 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정부는 사업절차와 설계에 문제없다는 입장이고, 제주도 당국은 설계상의 문제가 명백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업중지명령 처분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갔던 것이 아닌가. 비록 정부(국토해양부)가 무역항 지정을 위한 입법예고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국방부는 그것이 군 통제구역과 중복됨을 서둘러 밝힌 상태다.

  ‘민군복합’이라는 부조화의 형식이 법적 조치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한쪽 당사자로서 정부내(부처간) 입장이 충돌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토해양부는 굳이 자신의 ‘영역’을 관철시켜야 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의 국가안보사업 우위의 법리에 따라 그럴수도 없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충돌이 아닌 것이다. 군항으로 건설하고, 필요에 따라, 또는 이른바 ‘관할 부대장’의 생각에 따라 언제든 민항 기능은 표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 지사는 이를 ‘변화의 조짐’으로 표현하며, ‘협상’으로 들어 간 듯 하다. 오늘(16일) 예정된 시뮬레이션도 그것의 외피일 뿐이라는 우려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공사중지명령의 부담을 피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지사가 말하는 당사자 해결원칙에 비추어 명백히 스스로 원칙을 왜곡하는 일이다. 당사자 원칙은 ‘외부인들’이 정부와의 협상을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었지 않는가. 입장과 이해가 다른 두 당사자(정부-제주도) 관계에서 강정주민과 도민을 대표한 당사자로서 역할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굳이 공사중지명령이 아니더라도 도민을 대표한 당사자로서 얼마든지 다른 역할론을 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구도에서 다른 역할론, 즉 협상을 통한 권리확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지 묻고 싶을 뿐이다.

  앞서 ‘부조화의 형식’이라고 표현했듯, 상식적으로 군항과 민항이 운용되는 항만구조에서 민항기능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동해시 1함대처럼 투박한 수준이나마 경계막을 설치해놓고 이 쪽은 민항, 저 쪽은 군항 하는 식이 아니라면 말이다.(그래도 문제는 계속되지만) 동북아 물류항을 목표로 한 평택항도 그 초입에 들어선 군항으로 인해 운용의 제약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민항 자체가 군항인 복합항이라면 당연히 민항 기능은 지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 ‘무역항 지정’되면 문제가 풀리나? 민군복합형이 되면 문제가 해결되나?

바로 이런 이유로, 무역항 지정예고 정도를 두고 변화의 조짐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고, 도지사의 명령처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지사의 공사중지명령처분은 비단 설계문제에 국한된 차원이 아니다. 민군복합항이 생긴다 하더라도 향후 제주도가 당사자로서 이 항구에 대한 어떤 수준의 권리를 확보하느냐 하는 매우 관건이 되는 사안인 셈이다. 그런데도 도지사 스스로가 이를 중지명령에 관계된 사안의 해결 정도로만 보고 있다면 이는 매우 아둔한 격이 될 것이다. 그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중지명령절차를 철회한다면 책임회피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공사중지명령 여부는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환경오염문제, 문화재 발굴조사 문제 등 공사현장에서 제기된 도 당국의 소극적 대응논란과도 연동될 수 밖에 없다. 즉, 공사중지명령처분을 통하지 않고 설계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 명령처분을 철회할 경우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했는가 하는 문제제기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공사중지명령 절차가 철회된다면 공사현장의 제반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처문제의 연장에서 도지사가 정부의 요구에 굴복당한 결과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공사중지명령 절차까지 포기하면서 나선 도지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대로 중지명령 철회로 나간다면 해군기지 문제에서 도는 빠진 채 정부와 강정주민의 직접갈등은 극한 수준으로 치달을지 모른다. 그때 도지사는 할 수 있는게 정말 없는 역할론의 부재에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정부사업의 파트너일 뿐이기 때문이다.

▲ 고유기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정책실장
  강정주민과 많은 도민들의 의사와 어긋나는 당사자 원칙이란 있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도지사로서 공사중지명령처분에 나서는 것이 우근민 지사가 해군기지 문제의 해법으로 스스로 제시했던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우 지사는 작금의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지난 2월, “민선 도지사인 제가 먼 훗날 역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 라고 밝혔다. 당시의 준엄함과 당초의 원칙을 곱씹고 되짚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고유기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정책실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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